사실 Curioso와 Junk Yard라는 단어 사이에서 고민이 좀 있었는데 차우진 선수가 죽어도 전자를 미는 바람에 일단 제목은 Curioso.

21세기에 들어와 무서운 속도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며 이미 기록매체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위치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휴대용 플레이어의 저장량은 512mb시절에 상상했던 것을 한참 추월했고 이젠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스트리밍으로만 음악을 듣는 시대가 왔다. 근데 업자이기 전에 한 명의 애호가로서 과연 기록매체란 그토록 가치가 없는 것일까란 생각을 해본다.

손맛, 그거 좋은 거다. 게다가 아무래도 아직은 우위에 있는 음질(CD vs LP의 논쟁까지는 이해해주려고 하지만 저 매체들과 mp3 데이터의 음질 논쟁은 딱히 흥미를 가질만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랙을 채워나갈 때의 존재감과 뿌듯함. 물론 아닌 때도 있지만 제대로 된 레이블이라면 믿을만한 평론가의 글을 채우고 희귀한 사진도 담아 정성스레 디자인한 라이너노트, 그렇기 때문에 실물과 데이터 상으로 음악매체를 접할 때의 기분이 같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한심한 사람의 변명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음반을 수집하는 취미는 남들이 봐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 실제로 해보면 제법 성취감이 있는 의미있는 취미라 생각하여 이 글이 그 취미를 영위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면 하는 생각에서 글을 연재한다. 지면을 나눠 준 웨이브에 고마울 따름이다.

요새 청풍명월이란 낚시게임을 열심히 하는 중인데 문득 들은 생각이 열심히 잡아봐야 저 고기들로 회나 매운탕을 끓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글을 다 써놓고서야 하는 말이지만 실물을 가지고 즐기는 재미란 그런 것이다.

글은 매월 1일, 11일, 21일에 올라올 예정이다. | 박주혁 bandierarec@naver.com  / Bandiera Music A&R

ps. 사실 위의 사진으로 설명하고 싶었는데 말을 딱히 다듬기가 어려워서 그만뒀다. 1993년에 나온 데몰리션 맨의 이 장면은 데이터 세상의 무서움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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