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레드벨벳, 시레나, 피타입의 새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김영진, 성효선 | 디자인: 정명희 레드벨벳 | Ice Cream Cake |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2015.03. 17 박준우: “Automatic”을 들으면 ‘비켜, 난 여길 나가겠어’와 같은 뉘앙스가 느껴지지만 “Ice Cream Cake”을 들으면 ‘f(x)에서 자아가 빠지면 이렇게 되나’ 싶기도 하다. “Ice Cream Cake”은 개별 작품으로서는 빼어난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비주얼도, 곡도 텀블러 감성부터 케이팝, 전자음악, 랩, 최근 팝까지 ‘분산된 특정 맥락’을 잘 알고 있다. 일차적으로 보기에는 구현하는 자와 구현되는 세계 사이의 갭이 없지만, 라이브에서 그 갭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것처럼 이 곡이 보여주는 건 “Ice Cream Cake”이라는 곡의 정체성이지 레드 벨벳의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나머지 앨범 수록곡은 레드 벨벳이 가져갈 맥락을 보여주는가 하면 두 곡 사이의 틈새를 채워나가는 등 앞서 공개한 두 곡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개별 타이틀곡보다 앨범 전체가 더욱 의미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6/10 성효선: 이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Ice Cream Cake”과 “Automatic”을 듣고 나니 이들의 데뷔곡 “행복”의 다음 활동이 “Be Natural”이었던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마음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앨범의 수록곡은 노래의 제목과 곡 스타일에서 여전히 삼촌과 이모 격인 H.O.T와 S.E.S, 언니들인 소녀시대와 f(x)를 차례대로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그들의 포지션이란 SM이 그동안 만들어 낸 모든 산물을 껴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곡의 면면은 늘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 있는 곡을 뽑아내는 SM답게 유려하며, 타이틀곡은 근래 들었던 그 어떤 노래보다 귀를 사로잡는다. 아직은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더 많이 뜨지만, 다음 행보와 성장을 궁금해하게 할 만한 앨범이다. 7/10 조지환: “Ice Cream Cake”는 분명 재미있는 타이틀이다. f(x)가 들려주던 꽤 괜찮은 일렉트로닉 댄스곡들의 느낌이 난다. “Stupid Cupid”에서는 “훗”과 “I Got A Boy”를 부르던 소녀시대가 떠오르고, “사탕”에선 소녀시대와 S.E.S가 동시에 떠오른다. 이 외에도 다른 트랙들 모두 SM 걸그룹들이 가지고 있던 개성들을 하나씩 가져왔다. 그 하나하나의 요소들은 레드벨벳과 만나 진일보하거나 퇴일보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특히 “Automatic”은 나름대로 끈적함(?)까지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레드벨벳이 앞으로 나아갈 여러 갈래의 방향들이 드러나는 앨범이다. 6/10 최성욱: 마치 SM 걸그룹이 총출동한 옴니버스 앨범을 듣는 것 같다. SM이 그동한 구축한 레퍼런스가 확연히 그리고 다양하게 드러난다. 확연하다는 것은 SM이 만들었던 팝의 공식을 계승하되 더욱 정교하게 마감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사운드의 요소가 이질감 없이 맞물리고, 매끄럽게 멜로디가 진행되며, 모든 싱글이 일정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한다. 다양하다는 것은 노래마다 다른 캐릭터를 설정하고 있음을 뜻한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서 SES, 소녀시대, f(x)가 번갈아 등장한다. 새로운 요소는 없지만, 기존의 좋았던 지점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8/10 시레나 | All Around You | 미러볼뮤직, 2015.03.10 성효선: 시레나(Sirena)는 구골플렉스(Googolplex)의 멤버 시레나의 또 다른 활동이다. [All Around You]는 구골플렉스에서도 추구하던 로파이(Lo-fi)한 질감이 여전히 앨범 전반을 감싸고 있다. 이러한 질감은 공간감과 청량함을 자아낸다. 소리의 전경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여름이었던 시절의 기억에 닿게 된다. 뭉개지는 가사는 그 기억의 연쇄반응에 아련함을 더욱더 증폭시킨다. 이렇듯 앨범은 ‘날 데려가 줄래’라고 말하지 않아도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게 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정규앨범인 만큼 구골플렉스와는 다른 개성을 드러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 하지만 듣기 좋은 일렉트로닉 팝임은 틀림없다. 6/10 최성욱: 로파이한 질감의 그리고 흑백 톤의 드라이한 사운드에 다양한 일렉트로닉 효과가 연무처럼 흩뿌려진다. 자칫 잘못하면 비정형적으로 흐를 수 있는 흐름이건만 신디사이저와 드럼의 사운드가 멜로디의 뼈대를 차분하게 만들어 간다. 침실용 일렉트로닉 팝으로도 손색이 없다. 다만 이런 방식의 노래가 가지는 이미지(예컨대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과 같이 약간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나 과거의 익숙한 감수성에 젖어있는)를 답습하는 점은 아쉽다. 7/10 피타입 | 4집 Street Poetry |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5.03.20 박준우: 붐뱁이라는 특정 작법은 서브장르처럼 굳어졌다. 얼핏 듣기에는 단순하지만 그만큼 고민의 깊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붐뱁이다. 피타입은 4/4박자 속에서 셋잇단으로 리듬을 쪼개며 변화를 시도했고, 프로듀서들은 자신의 색이 아닌 피타입의 색에 철저히 맞췄다. 혹자는 아직 피타입을 한국어 랩의 교과서적인 존재로 부르지만,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피타입이 힙합을 시작했다고 말하고 싶다. ‘목화밭도 못 봤고’와 같은 고민이나 현실적인 토로는 힙합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멋의 구현 이상으로 자신에게 과제가 아직 남았음을 스스로 자백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8/10 조지환: 피타입은 고집이 있는 뮤지션이다. 고집을 뚝심이라고 바꿔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는 ‘한국어로 랩 하는 것’의 가치와 방법을 꿋꿋하게 고민하고, 그것에 있어 어떤 지평을 열어온 사람 중 한 명이다. 앨범의 타이틀인 “돈키호테2″의 첫 구절 ‘난 아직도 초라한 나그네’라는 고백은 그가 아직 힙합에 대한 고민을 놓고 있지 않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Street Poetry]는 이런 진중함이 묻어나는 음반이다. 그가 적은 대로 ‘600원짜리엔 과분한 rhyme’들이다. 7.5/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