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이야기는 단순히 그 내용의 내밀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형식이 갖춰지지 않은 내밀함은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없을 테니까. 누군가의 마음 속 깊은 부분을 아주 약간이라도 타인에게 드러낸다는 것은 그 깊이에 어울리는 형식을 필요로 한다.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일, 손을 맞잡기, 단정한 문체, 단둘이만 있는 조용한 공간 등, 그 ‘형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음악의 경우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와 아스라한 사운드메이킹이 내밀한 이야기를 비로소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형식일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온 일렉트로닉 뮤지션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Flash Flood Darlings)의 “별”은 내밀한 내용과 형식, 둘을 모두 갖추고 있는 드문 음악이다. 희뿌옇지만 텁텁하지 않은 비트와 신스 사운드는 청자를 따스하게 감싸고, 에코가 잔뜩 걸린 제이 송(Jay Song)의 목소리는 ‘내 마음에 문은 닫혀 있지만 / 그 안에 큰 바다가 있어’라고 나지막하게 노래한다. 칠웨이브(Chillwave)라는 장르를 알고 있는 리스너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접근법이겠지만, “별”은 스타일과 질감으로만 승부하려 하는 평범한 칠웨이브 트랙과는 달리 ‘성장’에 대한 아프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서 큰 울림을 전달한다. “별”이 아티스트 본인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을 그려낸 곡이라는 음악 외적 사실이 그 울림을 더 강하게 만드는 원인일지도 모르겠지만, 설사 그런 배경을 모르더라도 이 곡의 힘이 감소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트랙이 끝날 때까지 흡인력을 유지하는 뛰어난 송라이팅(특히 3분 11초 부분부터 서서히 쌓여나가는 아름다운 신스 멜로디와 루프)은 내밀한 감성과 함께 곡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별”을 시작으로,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의 첫 앨범 [Vorab and Tesoro]는 그가 느낀 감정과 경험들을 로파이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실어 조심스럽게 풀어놓는다. 사랑과 슬픔, 정체성과 고민, 즐거웠던 기억, 불안과 신뢰. 역설적이게도, 그 내밀한 감성은 잘 짜인 형식미와 어우러져 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고, 보편타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그런 음악을 ‘좋은 음악’이라고 일컫는다. | 정구원 lacelet@gmail.com 관련글: Indieful ROK와의 미니 인터뷰(영어+한국어): Mini-Interview with Flash Flood Darlings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