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주 위클리 웨이브는 프라이머리x오혁, 퍼스트 에이드, 소셜포비아OST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박준우 프라이머리x오혁 | Lucky You! | 아메바컬쳐, 2015.03.24 정은정: 프라이머리와 오혁에게 전환점이 되는 앨범이다. 프라이머리는 과거의 레트로한 톤을 탈피하여 재지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자이언티와는 또 다른 음색을 지닌 보컬 오혁을 전면에 세웠다.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기보다 느릿하게 이어지는 멜로디와 박자감 있는 비트를 조용히 감상하게 된다. 곡의 분위기와 오혁의 작사 스타일이 맞물려 트랙은 허무주의로 가득하다. 이를 극대화하는 것은 날것 같은 오혁의 목소리다. 밴드 혁오에서 들려준 것과는 다른 창법을 구사하며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Bawling”은 한결 리드미컬하며 부드럽고, “Island”의 후반부는 가슴 한편을 서늘하게 한다. 제목에서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을 떠올리게 되는 “eTunnel”과 영화 감독인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에게 헌정한 “공드리”, 그리고 콜라주 기법으로 만든 동화 같은 앨범 아트워크가 기묘한 통일성과 콘셉트를 갖춘다. 7/10 조지환: 요 몇 년간 가장 핫한 뮤지션이었던 프라이머리와 홍대 씬의 라이징 스타 혁오의 오혁. 둘 다 음악깨나 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뮤지션들이다. 그런 둘이 만났다면 그 결과물은 어떨까? 첫 곡 ‘eTunnel’부터 공격적인 베이스라인과 체념적인 목소리의 미묘한 조화가 귀를 잡아끈다. 첫 트랙 뿐만 아니다. 네 곡 모두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공드리’, ‘Bawling’, ‘Island’는 꽤 괜찮은 뮤직비디오들과 함께 공개되었으니 비디오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7.5/10 퍼스트 에이드 | Nostalgic Falling Down | YOUNG,GIFTED&WACK, 2015.03.25 정은정: [Nostalgic Falling Down]은 ‘과거’에의 향수를 선언하지만 ‘현재’의 음악이다. 80년대를 풍미한 사운드에 착안해 사용한 무그(Moog)는 거칠고 강렬한 사운드와 빈티지한 질감을 지녔다. 덕분에 무그 멜로디가 곡을 장악하여 짙고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드럼은 변주와 난입을 오가며 트랙마다 개성을 부여한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레시브한 비트와 멜로디가 두드러진다. 가장 큰 특징은 한 시대의 색채를 회상하면서도, 그것이 답습이나 재현의 양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21세기 현재의 음악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장 자크 페레이((Jean Jacques Perrey)와 루크 비버트(Luke Vibert)가 [Moog Acid]를 통해 과거의 무그 사운드와 당시 전자 음악 신의 경향을 합용한 것처럼, 퍼스트 에이드는 80년대의 요소와 칠 웨이브, 누 디스코를 배합했다. 형식과 감성 모두 현대적이고 세련된 음반이다. 7/10 조지환: 퍼스트 에이드는 지금의 전자음악 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동시에 가장 활동적인 뮤지션이다. 다소 난삽해 보일 수 있는 행보를 걷고 있는 그이지만, 어쨌든 만들어내는 곡마다 괜찮은 수준의, 아니 훌륭한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눈을 감고 이 앨범을 들어보자. 광활한 우주의, 혹은 넓디넓은 대양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사운드가 그려내는 공간감이 이렇듯 무한히 확장되며 음악이 느슨해질 법하면서도, 맛깔나게 조여드는 비트가 긴장감을 더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곡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재능은 흔치 않은 것이다. 7/10 정구원: [Nostalgic Falling Down]를 듣고 있으면 퍼스트 에이드라는 뮤지션의 고민이 느껴지는 듯하다. 칠웨이브(Chillwave)라는 장르에 태생적으로 내재된 단순함(그 단순함의 상당 부분은 특유의 ‘노스텔지어적 질감’에서 발생한다)을 피하고자 그는 수시로 작법을 넘나들면서 앨범 안에서 동분서주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멋진 부분(“Apocalyse for Love”의 나른몽롱한 루프와 쫄깃한 비트의 조화)과 지루한 부분(“Holiday”의 무미건조한 디스코 사운드)이 공존하게 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장일단이 아닌 이장일단의 미덕을 지닌, 잘 구축된 칠웨이브 앨범. 그리고 무엇보다도 “Vibe with You”라는 걸출한 개막곡이 앨범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외이도를 확장하려는 듯이 퍼져나가는 신스 소리가 당신의 고막을 유영하게 할 것이다. 7/10 김해원 | 소셜포비아 OST | Deadman Records, 2015.03.18 정구원: <소셜포비아> OST에는 강렬한 임팩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영화음악은 음악이 극을 압도하지 않고 극의 드라마를 따르는 것”이라는 김해원의 말마따나, 중간중간 삽입된 영화 내 대사를 제외하면 OST 안에 실린 음악들은 뚜렷한 인상을 통해서 영화 장면을 ‘연상’시키려는 직관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김해원은 그 대신 건조한 비트와 미니멀한 신스 사운드, 차디찬 피아노 연주, 이따금 끼어드는 푸시 알림 소리를 세밀하게 배치함으로써 SNS 시대의 서스펜스를 직조해낸다. 이러한 접근법은 이 OST를 영화에 충실한 영화음악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밀도 높은 앰비언트 앨범으로도 기능하게 해 준다. 이것이 부수적인 효과인지 의도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우리가 또 하나의 좋은 앨범을 받아들게 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8/10 박준우: 고전 스릴러에서 긴장감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식이 현악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신시사이저의 컨트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 엠비언트 음악이 가진 특유의 여백과 긴장감, 집중력은 스릴러를 포함한 몇 가지 장르나 화면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김해원은 전체적으로 영화에 맞닿는, 무겁고 차가운 분위기의 색채를 구현한다. 이는 영화 내에서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기에 더욱 매력 있게 다가온다. 영화와 별개로 이 OST를 접할 때도 작품이 가진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음악이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간결한 소리의 배치는 정공법처럼 느껴지지만 생각해보면 결코 흔한 것은 아니다. 김해원이라는 음악가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는 작품. 8/10 2 Responses anna 2015.04.06 조지환씨가 프라이머리x오혁의 것에 남긴 말씀이 그 음악에 대해 대체 무엇을 설명할 수 있나요? 뮤직비디오가 볼 만 하다는 것? 어떠한 네 줄의 글도 그 음악에 대해 가치있는 이야기를 남기기 어렵겠지만, 저 글은 특히 그러하네요. 응답 조지환 2015.04.06 잘 읽었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응답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
anna 2015.04.06 조지환씨가 프라이머리x오혁의 것에 남긴 말씀이 그 음악에 대해 대체 무엇을 설명할 수 있나요? 뮤직비디오가 볼 만 하다는 것? 어떠한 네 줄의 글도 그 음악에 대해 가치있는 이야기를 남기기 어렵겠지만, 저 글은 특히 그러하네요. 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