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둘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엑소, 피해의식, 김일두의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정은정 엑소 | EXODUS | SM Entertainment, 2015.03.30 정구원: 종종 EP로 나왔으면 더 좋았을 법한 앨범을 접하게 된다. “Call Me Baby” – “Transformer” – “시선 둘, 시선 하나 (What If…)” – “My Answer”로 이어지는 초반부의 서사는 엑소라는 그룹이 쌓아 올린 역사라는 측면에서나, SM이라는 회사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라는 측면에서나 감탄스러울 정도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 4개 트랙의 자기완결성은, 불행히도 앨범의 나머지 부분을 사족으로 만들어버린다. 여느 아이돌이었다면 당장 타이틀 곡으로 밀었어도 손색이 없을 법한 번쩍번쩍한 트랙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초반의 강렬한 격류가 끝난 이후 갈 곳을 잃고 부유한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흐름이 ‘풍부함’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것이 정상급 팝 앨범에 내재한 딜레마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6.5/10 성효선: 아이돌을 이야기할 때 퍼포먼스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엑소의 “Call Me Baby” 무대의 카메라 워크와 퍼포먼스의 결합은 “으르렁”을 봤을 때만큼 새롭지는 않지만 이제 그들의 퍼포먼스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한 축이 되었다. “Call Me Baby”의 퍼포먼스는 더욱 강렬해진 비트와 복잡해진 멜로디 라인을 따라 “으르렁”과 “중독”에서 보다 더욱 과감하고 자유롭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퍼포먼스를 위해 구성된 곡을 제외하고는 전작과 비슷하게 알앤비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 잘 짜인 알앤비의 곡들은 듣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전반적으로 사운드는 더욱 촘촘하고 재미있어졌는데, 그에 반해 개별 보컬의 특징은 잘 못 살리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물론 그것이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고퀄리티의 티저와 20종의 앨범 볼륨에서 느껴지듯 SM 엔터테인먼트는 지금 이 그룹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그 관심과 사랑 덕분인지 엑소는 점점 완성판이 되어간다. 8/10 피해의식 | Heavy Metal Is Back | 러브락컴퍼니, 2015.04.02 한명륜: 저·중·고 음역대가 고루 매끈하게 빠진 기타, 어택과 울림이 살아 있는 드럼이 좋은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표현의 레퍼런스는 명확히 1980년대 미국이다. 넓은 스튜디오, 건축 자재처럼 쌓인 고급 앰프들로 상징되던 사운드 자산은 이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의 시뮬레이션으로 거의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로 세계적 트렌드이며 이를 자신들의 첫 음반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물론 과제는 앞으로도 더 많다. 자극적인 소재들을 얼마나 현재 문화의 세부 장르로 녹여낼 수 있는지에 따라서 밴드의 지속성도 결정될 것이다. 현재까지 이미지적 성과는 엄밀히 초두 효과(primal effect)로서, 지켜봐야 할 단계다. 어찌 됐든 한국에서 메탈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결여돼 있던 ‘쾌락’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슈를 모았고, 이를 스튜디오 음반으로 엮는 작업까지를 성공적으로 해낸 데 의의가 있다. 8/10 조지환: 첫 곡 “발기”의 한껏 긴장된 리프에서부터 그들은 헤비메탈이 지금 이 앨범에 살아 돌아왔음을 선언한다. 날을 세우고 파고드는 기타와 후련하게 때려주는 드럼, 쭉쭉 뻗어 나가는 보컬, 그리고 장발의 미남자들. 그야말로 메탈이다. 게다가 피해의식은 헤비메탈에 가벼움을 더한다. 어떻게 헤비메탈이 가벼워질 수 있을까?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사를 가볍게 쓰면 된다. 공격적 사운드 위에 얹힌 노랫말은 온갖 지저분한 성적 농담들로 채워졌다. 그중엔 심지어 어떤 교훈을 담은 이야기(“속도위반”)마저도 섞여 있다. 뭇 남성들에게 익숙할 인트로와 함께 들려오는 “Girl Group”에서는 그 수위가 너무 아슬아슬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런 농들을 그저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그럴 수 없느냐가 이 음반을 듣는데 있어서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6.5/10 김일두 | 달과 별의 영혼 | 붕가붕가레코드, 2015.04.01 성효선: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었다’는 마음 때문일까. 김일두의 2집 [달과 별의 영혼]은 전작보다 좀 더 내밀하고 섬세한 감정을 노래한다. ‘떠돌이가 아닌 길 떠나는 나그네’(“개미 모빌”)가 되어 초연함을 노래(“하나 그리고 둘”)하기도 하고, 잔인한 삶에 ‘이런 축복이 또 있을까’(“직격탄”)라며 절규하기도 한다. 김일두의 기교 없는 투박한 목소리는 단출한 기타 선율과 함께 가사에 힘을 실어주며 더욱더 날 것의 느낌을 전달한다. “시인의 다리”와 “SBGR”에서는 냉소와 조소를 마구 퍼붓는데, 타인에게 보내는 화살이라기보다 “벙어리 피아노”에서처럼 자신에게 보내는 분노 같다. 하지만 마치 청자에게 “너는 아닌 것 같지?”라고 건네는 질문 같아서 자꾸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게 한다. 트랙 순서대로 곡의 감정을 따라 걷다 보면 기복이 심해서 살짝 어지럽다. 하지만 삶이란 이처럼 어떤 날엔 한없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다가도 다른 어떤 날엔 한없이 절망적으로 보이며 시소 타기를 하는 거겠지. 그런데도 계속 걷겠다는 (“Old Train”) 그의 말은 꽤 위로와 용기를 준다. 7.5/10 한명륜: 여기 설탕을 하나도 넣지 않은 보리나 호밀 빵이 한 덩이 있다. 이를 물 없이 먹어 보라. 뒷목이 당길 듯한 뻑뻑함을 견뎠을 때 희미하게 현기증처럼 찾아오는 향. 폭이 두텁고 장식이 없는 기타의 노트를 헤치면 감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김일두 목소리의 덩어리들이 채워져 있다. 전작과 본 앨범을 잇는 ‘영혼’이라는 키워드가 몸을 얻는 부분은, 겸연쩍을 만큼 당연하게, 김일두 본인의 목소리다. 가사를 보면 거의 모든 곡에 된소리(“벙어리 피아노”, “숙명”)와 파열음(“SBGR”) 등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는데, 이 음운이 김일두의 목소리와 충돌하며, 어둑어둑한 곡의 분위기에 그야말로 ‘달과 별’의 감각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음악에서 ‘달과 별’은 러시아 마피아의 문신에 등장하는 그것을 연상시킬 만큼 힘 있다. 청자로서 그 힘을 소화해내는 데도 그만큼의 힘이 필요하다. 물론 그 감상의 노고에 대한 보상도 있다. CD에만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 있는 “Drunk Old Train”의 편안할 만큼 너덜너덜한 사운드가 그것일 터다. 8/10 조지환: 달과 별이 밝아오는 시간, 김일두는 기타 하나 잡아들고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다만 그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편안히 잠이 들기를 바래선 안 될 것이다. 그저 세상모르고 잠들기엔, 그의 노래는 너무 터프하다. 정갈한 기타 선율 위로, 때로는 거친 말들이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절규가 들리기도 한다. 그가 이 노래를 어떻게 불렀을까를 생각해보면,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살아온 날과 그동안 생각해온 것들을 노래했을 법도 같고, 강한 분노에 사로잡혀 어떤 대상에게 화를 내며 노래했을 법도 같다. “볕이 드는” 같은 곡들에서는 그가 해왔을 깊은 사유가 엿보인다. 그는 아주 진솔한 목소리로 그 모든 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리도 진솔한 마음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7/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