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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지원 (애니매이션 감독)

카타스트로피를 기억한다는 것은 사람의 가슴 속에 메워지지 않는 구멍 하나를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억은 풍화되고, 충격은 점차 줄어들며, 일상은 그 구멍을 메우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사라져 간다.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기 마련이다. 구멍을 메우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설령 이전과는 같을 수 없을지라도, 어떻게 해서든.

세월호의 경우, 그 ‘각자의 몫’은 ‘강요된 의무’가 되었다. 구멍이 났어? 빨리 메워. 보이지 않게 만들어. 아니, 구멍이 실제로 나긴 났어? 구멍이 났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냐?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를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보였던 태도는 정확하게 위에 묘사한 대로다. 그들에게 세월호는 ‘없었던 일’이어야만 했다. 책임도, 사과도, 그 무엇도 제대로 이루어진 게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없었던 일’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도, 더 나아가 ‘존재’도,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여전히, 기억해야만 한다. 아직 구멍을 메울 수는 없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 정리를 끝마쳤을 때 구멍을 메울 수 있도록, 그리고 구멍이 여전히 뚫려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 그건 꽤 고통스럽고 슬프고 분노를 일으키는 일이겠지만, 기억을 진다는 건 그 모두를 끌어안는 일이다. 나, 그리고 당신 혼자만이 그 구멍을 지고 가는 게 아니라는 믿음이, 한 줌의 위안이 될 수 있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기억은 지속된다.

글: 정구원, 선곡: 성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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