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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넷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딥플로우, 신지수, 김윤기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박준우

 

딥플로우 | 양화 | VMC, 2015.04.13

deepflow

박준우: 2015년 4월이 지났지만, 완성도 높은 한국 힙합 앨범이 벌써 많이 나왔다. 딥플로우의 이번 앨범 역시 그중 하나다. 딥플로우는 자신만의 억양을 기반으로 느린 BPM에 어울리는 플로우부터 올드 스쿨이 느껴지는 랩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딥플로우 그 자체를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하게 담아냈다. 지금까지 선보여왔던 깊이 있는 가사는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기 서사와 맞물리며 더욱 감동을 더했고, 그러한 이야기는 여과 없이 드러나는 동시에 한 앨범에서 뚜렷한 전개와 일관성이 느껴지는 프로덕션을 가지며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양화대교를 지나는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면서 매 순간에 담긴 맥락과 진심까지 함께 느껴진다. 지면상 짧게 써야 한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작품이다. 9/10

 

신지수 | 20’s Party 1 | 로엔트리,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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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K팝스타>에 출연했던 신지수가 4년만에 발표한 미니 앨범이다. 전반적으로 허스키하면서 발랄한 목소리를 십분 살렸다. 특히 발라드보다 멜로딕한 팝 트랙에서 보컬과 프로덕션이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착용한 것처럼 잘 어울린다. “X 같은 그녀”와 “Hey Jude”에서 이효리, 가인, f(x)의 그림자가 언뜻 스치기도 하지만 그녀가 노래하는 순간 ‘이 곡은 신지수의 음악’이라는 걸 금세 깨닫게 된다. 보컬의 매력과 존재감이 강하다. 앨범 후반부에는 그녀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 수록되며 차분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다만 집중도가 떨어져서 아쉽다. 4년간, 그리고 10대에서 20대로 거듭나면서 맞이한 변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려던 의도는 알겠지만, 싱어송라이터 신지수라는 캐릭터는 다음 작품에 등장하는 게 좋을 뻔했다. 5/10

박준우: 중간계라는 말이 우습긴 한데, 어쨌든 신지수도 아이돌 시장과 인디 시장 사이 가요라고 불리는 그 범주 어딘가에서 데뷔했다. 20대 초반 가수의 아이돌 포지션도, 상업적 측면에서의 영악함도 없는 이 앨범은 대신 허스키한 음색을 십분 살린 알앤비 곡들로 채워져 있다. 신지수는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담고 싶은 것에 대한 의도와 이야기를 가사와 음악적 방향 양쪽 모두에서 제법 뚜렷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마냥 풋풋한 사랑만 있지도 않고, 예쁜 팝 넘버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20’s Party 1]보다는 [20’s Party 2]가 더욱 기대된다. 오히려 지금의 안정적인 프로덕션보다 좀 더 장르 문법이나 트렌드를 차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조금 더 보여주면 훨씬 멋지게 나오지 않을까. 7/10

 

김윤기 | She’s Ready Now | 그리고 갤러리,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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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효선: 음악가이자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곤충스님윤키가 곤충소년윤키 등의 활동명을 거쳐 본명인 김윤기로 돌아왔다. 수시로 활동명을 바꾸고는 있지만, 자신의 주변부에 있는 소리를 샘플로 활용하여 한데 뒤섞어 실험적이고 독보적인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는 음악적 성향은 여전하다. 이 앨범은 특히 곤충스님윤키로 활동하던 1집 [관광수월래]를 많이 떠오르게 하는데, 그 앨범에 비해 소리는 더욱 매끈하고 깔끔해졌으며 호흡은 길어졌다. 가사를 따로 읽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얼터너티브 랩’은 마치 그의 일기장을 훔쳐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개인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무어라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그의 사운드스케이프를 보면 김윤기에게 음악은 그림과 같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게 김윤기의 거의 모든 앨범에는 ‘서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곡이 있는데, 이번 앨범에도 “FAST SEOUL”이라는 제목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쯤 되니 그에게 서울이란 어떤 의미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6.5/10

박준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김윤기는 ‘날것’ 혹은 ‘재밌는 것’, 어쩌면 ‘최신의 것’ 그 사이 어딘가에서 유연하게 춤추고 있다. 자신의 말에 따르면 ‘얼터너티브 랩’이라 불리는 웅얼거림은 어딘가 신경 쓰이지만 그래서 잘 들어보게 된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는 이제 앨범 전체를 통해 상당히 안정된 퍼포먼스를 구사한다는 것, 그리고 정갈하게 담아놓은 소리들 사이에 다양한 이야기와 구조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제목부터 음악에 담긴 소스, 얼터너티브 랩 등 이래저래 찬찬히 살펴볼 것이 많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앨범이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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