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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다섯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신세하, 김예림, 포프 X 포프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정구원

 

신세하 | 24Town | Greater Fools Records,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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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24Town]은 음악가가 그가 미처 살지 않은 시대의 음악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70~80년대를 풍미한 디스코와 훵크에 영향 받은 듯한 리듬이 두드러진다. 신세하는 장르를 재현하기보다 과거의 음악에서 좋아하는 사운드 요소와 무드를 재단해와 변형하고 가감했다. 요컨대 자신만의 형식을 취했다. 디스코와 훵크가 가진 특유의 활기차고 극적인 댄스 리듬이 아닌 몽롱하고 심플한 신스 루프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그렇다. 이는 그의 스타일이자 개성이 될 수 있는 한편, 앨범을 전체로 들었을 경우에 계속해서 단조롭게 이어지는 인상을 준다는 데서 한계를 갖는다. 보컬은 노래한다기보다 제2의 악기, 이펙트처럼 특정 소리를 내는 역할로 작용했다. 불분명한 가사와 암호처럼 사용된 표기는 의미전달의 목적을 보란 듯이 비껴간다. 오히려 단어가 발음될 때 형성되는 느낌에 초점을 맞췄다. 가사의 음악적 효과를 고려한 점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 주고 싶지만, 표현이 난해하고 불친절하다는 점에서 박수가 망설여진다. 오래된 사운드의 새로운 형식과 낯선 가사는 신선하다. 그러나 입체적인 곡의 구조와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5/10

임승균 : 과거를 소환하는 작법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벌써 골백번 정도 소환되었던 과거라면 리스너로서도 역치가 올라가게 마련인데, 말하자면 80년대는 이미 Ctrl+O로 불러오기_함 자체로는 의미를 부여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24Town]이 시대의 완전한 재현을 시도하는 대신 질감, 구체적으로는 일렉트로-훵크의 질감을 살려온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은 썩 반가운 일이다. 플레이를 시작하면 프린스의 번들번들한 스트레이트 파마와 아프리카 밤바타의 투탕카멘 가면 따위가 머릿속을 떠다니지만 [24Town]은 분명 2015년의 작품이다. 한편 전담 프로듀서로서 신스팝과 올드스쿨 힙합의 질감을 되살려왔던 [Boylife In 12″]에서 김아일의 랩이 자리하던 곳을 이 앨범에서는 신세하 자신의 보컬이 채우고 있는데, 김아일과 마찬가지로 신세하 역시 보컬의 딜리버리를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이는 점이 앨범의 스타일적으로는 득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장르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7/10

 

 

김예림 | Simple Mind | 미스틱89,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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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효선: 1집 [Goodbye 20]를 통해 20살의 김예림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면, 이번 EP [Simple Mind]는 새로운 스타일의 곡과 가사를 통해 성숙해진 김예림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선공개 된 “Awoo”나 타이틀곡 “알면 다쳐”는 김예림의 목소리가 어느 곡에나 어울리는 목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한 시도 같은데, 김예림이 매력적인 보컬임은 분명하고 곡의 구성이나 사운드 요소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지만 어쩐지 그 둘이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고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다. 지난 앨범이 몸에 옷을 맞춘 느낌이라면 이번 앨범은 옷에 몸을 맞추고 있는 형상 같다. 하지만 감정선을 잘 살린 “먼저 말해”나 신스 팝 스타일의 “Upgrader”는 보컬로서 성장하고 있는 모습과 아직 보여줄 음악적 스펙트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속 기대를 놓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김예림의 음악적 정체성 확립의 과도기에 있는 듯한 이 앨범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6.5/10

정구원: [Goodbye 20]는 야심작이었다. 경쾌한 팝 록에서 보사노바에 발라드까지 꾹꾹 우겨담은 김예림의 첫 번째 앨범은 야심과 패기와 방향성이 나름대로 잘 결합한 풍성한 팝 앨범이었고, 아티스트 본인의 능력(혹은 소속사의 기획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야심’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2년만의 신작 EP [Simple Mind]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곡들이 그 야심을 받치지 못하고 덜컹거린다는 점이다. 무미건조한 구조로 일관하거나(“알면 다쳐”의 맥아리 없는 훅) 어딘가 나사가 풀린 듯한(거 참 대충 얹힌 “바람아”의 빈지노 피쳐링) 트랙들은 김예림의 매력적인 보컬만으로는 곡을 살려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다만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트랙, “Awoo”와 “Upgrader”는 김예림의 목소리가 전자음에도 꽤 잘 어울린다는 점을 증명하면서, 가능성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놓는다. 6/10

정은정: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항상 반가운 건 아니다. 무조건 상찬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렉트로닉 팝, 레트로 팝을 구사한 트랙의 비트는 나쁘지 않지만, 김예림에겐 그저 유행하는 옷을 샀는데 막상 입어보니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어색하고 이질적이기만 하다. 프라이머리, 피제이, 정석원, 종현, 포스티노가 앨범에 대거 참여했으나, 결과적으로 김예림보다 프로듀서들의 개성이 더 돋보이는 만듦새가 되었다. 기존의 김예림을 추억할 수 있는 트랙인 바람아종이새는 지나치게 힘을 뺀 사운드와 구성으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알면 다쳐가 어째서 타이틀 곡으로 뽑혔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이게 최선입니까. 사장님 나빠요. 4/10

 

포프 X 포프(Pope X Pope) | The Divinity And The Flames Of Furious Desires | 자립음악생산조합,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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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효선: 이 앨범, 참으로 듣는 게 쉽지가 않다. 13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그렇지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음산하고 기괴한, 때로는 비장하고 경건함 마저 느껴지게 하는 소리의 향연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가 지옥의 문턱을 몇 번이나 넘나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감상’한다기보다 ‘체험’한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전시 <어둠속의 대화>를 볼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하는데, 전시와는 다르게 눈앞이 훤히 보이는데도 음악은 마치 어둠 속에 놓인 것 같은 감정을 선사한다. 온 감각을 열고 자신의 직관을 믿으며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 전시와 같이, 이 앨범 또한 곡의 제목과 소리를 통해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를 유추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던 소리가 점차 익숙함으로 변하고, 커다란 서사는 호기심을 자아내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묵상하게 한다. 리더 김환욱이 20세기 작곡가 리게티(Ligeti, Gyōrgy)와 펜데레츠키(Penderecki, Krzysztof)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듯 앨범의 곳곳에선 브릿지 반대편의 현을 연주하고, 활 끝으로 보잉하고, 악기(사물)를 손으로 긁거나 때리고, 불협화음을 이용한 클러스터 기법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클래식 현대음악 작법을 느낄 수가 있다. 특히 3번 트랙 “Funeral Oration”은 리게티의 레퀴엠(Requiem)을 무척이나 떠올리게 한다. 음악적 요소 외에도 ‘Pope X Pope’ 이름에서 연상되는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Popes> 연작 시리즈나, 마크 퀸(Marc Quinn)의 <셀프(Self)>를 떠올리게 하는 앨범 아트워크, 르네상스 미술이 떠오르게 하는 제목(특히 “Ugolino”)은 유기적으로 엮여 감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음악과 미술, 철학을 한 데 담은 앨범이라니! 부디 많은 사람에게 ‘올해의 문제작’이 되길 바란다. 8.5/10

정구원: 무한한 호기심은 격렬한 욕망의 화염이 되어 모든 것을 불사른다. 전신 격의 밴드인 히치하이커(The Hitchhiker)의 데뷔 앨범으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포프 X 포프의 음악은 전작보다 한층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간 작법을 택하면서 듣는 이를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밀어넣는다. 특정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사운드의 활용을 추구하는 작법(특히 현악기의 ‘기분나쁜 끽끽거림’이 두드러진다)은 전작에서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던 기승전결의 구조마저 파괴하면서 혼돈을 가속시킨다. 하지만 이렇게 소리에 천착한 접근법은, 역으로 이미지를 털어내고 소리 자체에 집중하게 만듬으로써 개별 곡의 밀도와 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트랙들은 각자가 하나의 ‘세계’로 기능하면서 앨범 전체를 견인해 나간다. 그 결과, 우리가 이 앨범을 통해 체험하게 되는 ‘시선’은 [Insatiable Curiosity] 때처럼 황야에 홀로 선 외로운 구도자의 시선이 아닌, 다층구조의 지옥을 바라보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시선에 가깝다. 그 시선을 겪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혹은 그렇기 때문에) 매혹적이다.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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