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불후의 명곡〉이 아이돌의 노래 실력에 대한 견고한 편견을 허무는 데 일조했다면, MBC〈복면가왕〉은 복면을 씌움으로써 이를 더욱 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제 ‘아이돌과 아티스트’라는 이분법적 위계를 고집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어떤 측면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는지를 따져보는 정도만 가능할 것이다.

케이블에서는 공중파에서보다 더욱 흥미로운 시도가 있었다.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돌 AOA의 리더 지민이 랩퍼들의 경연 대회인 Mnet〈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1〉에 출전했던 것이다. 거친 랩퍼들의 무대에서 아이돌 멤버가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민의 하이톤 랩핑은 AOA의 음악적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이었다. 결국 지민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으나〈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1〉의 수혜자로서 ‘갓지민 디바’가 되었다.

지민 N J.DON이라는 프로젝트는〈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1〉효과에 따른 발 빠른 대응책이다. 급조된 프로젝트 같기도 하지만, 결과물은 준수한 편이다. 지민이 AOA 외부에서 랩퍼로서의 활동을 병행하기를 바랐던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갓 신인인 J.DON이 속해 있는 엔플라잉(N.Flying)까지 알렸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곡 자체는 다분히 지민이〈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1〉에서 선보인 바 있는 “Puss”의 연장선상에 있다. 검증된 성공 방정식을 따른 셈인데, 반복은 한 번으로 족하다. 지민이 랩퍼로서 자리 잡으려면, 앞으로 더 새로운 면모를 선보여야 할 것이다. 아무튼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는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지민은 주목할 만한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 주민혁 idolcrit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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