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성공회대학교에는 [대중음악이론: 문화산업론과 반문화론을 넘어서Popular Music in Theory] 저자,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음악학과 키스 니거스(Keith Negus) 교수가 한국을 찾아왔다. 키스 니거스는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음악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Producing Pop] (1992), [Popular Music in Theory] (1996) (송화숙, 윤인영, 이은진, 허지연 옮김 [대중음악이론: 문화산업론과 반문화론을 넘어서]), [Music Genres and Corporate Cultures] (1999), [Bob Dylan] (2008) 등이 있다. 키스 니거스 교수는 창의성, 음악가의 텔레비전 출연, 전지구화, 서사와 대중음악, 음악장르, 문화적 중재자(cultural intermediaries) 등의 주제에 걸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대중음악문화에서 디지털화와 복제의 정치’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음악가로서 밴드 페어라이트 미스(The Fairlight Myth)를 이끌며 창작활동 및 작곡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강의 개요 키스 니거스 교수는 ‘음악가들은 언제나 다른 음악가의 음악을 카피해왔다’고 말한다. 베토벤(Beethoven)은 모차르트(Mozart)의 악구들을 카피(및 수정)했고, 존 레논(John Lennon)은 척 베리(Chuck Berry)의 것을 카피(및 수정)했다. 베토벤은 이 일로 송사에 휘말리지 않았으나, 존 레논은 법정에 서야 했다. 저작권 체계는 최근에 발명된 것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이 말한 ‘포스트-진정성의 세계’에서 독창성의 개념은 불안정하고 도전을 받는다. 음악가들은 영감을 발견하기 위해 빌어오고, 인용하며, 샘플함으로써 종종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카피의 긍정적 가치와 창조적 중요성을 이야기함으로써 그에 대한 보다 섬세한 이해를 주장하고자 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키스 니거스 교수는 대중음악 문화에서의 복제(copying)에 관한 디지털화, 정치를 살펴보았으며, 이번 연구도 그의 지난 연구 방식 중 하나로 쓰여 온 근접적인(micro) 접근 방식, 그들의 일상 등을 통해 파악하였다. 또한, 상호 작용의 부분에 초점을 뒀다.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음악에서 드러나는 복제의 모습 키스 니거스 교수가 말하는 복제(copying/reproduction)는 문화 순환/소비와 관련 있다. 여기에는 여러 포지션과 의견이 충돌한다. P2P, 공유, 개인 소유, 비상업적 용도, 불법다운로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는 저작권 침해는 물론 음악가의 삶을 빼앗기도 한다. 조직적인 범죄 네트워크 혹은 개인이 이러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기도 하다(예시: 메가업로드(Megaupload)의 킴 닷컴(Kim Dotcom)). 여기에는 음악가의 창조적인 노동이나 팬들의 이타적인 부지런함이 희생된다. 그러나 음악에서 복제를 쓰는 경우는 많다. 매쉬업, 패러디, 사적 이벤트를 공공장소에서 쓸 때의 배경 음악, 학생들에 의해 쓰이는 경우(교육의 과정에서), 샘플링, 소프트웨어/하드웨어에서의 쓰임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복제와 재사용, 순환, 샘플링, 소비, 프로덕션 등에 대한 논의는 실천과 동시에 겹치며 시작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복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다. 도둑질은 예술의 진정성, 혹은 예술 그 자체에 관한 아이디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그래서 복제는 가짜, 사기, 표절, 거짓 신념 등으로 표현된다. 음악에서의 복제를 파악할 때 구조적인 면을 살펴보면 산업, 구조, 정치 경제, 규제 등은 음악가, 프로듀서와 관련이 있다. 또한 음악가, 프로듀서는 관객, 청자, 공적 영역, 무료 이용, 정체성, 이미지 등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키스 니거스 교수는 ‘어떻게 음악가들은 창조적 과정에서 복제로 접근하게 되는가?’, ‘우리는 복제의 접근이나 방식의 차이를 정체화할 수 있을까?’, ‘무엇이 기관의, 상업의, 정치적인 맥락과 결과인가?’와 같은 질문을 음악가, 기관, 다른 예술가 등에게 물어봤다. 이 작업은 여전히 하는 중이며, 그는 아마 9월까지 할 예정이다.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복제: 과거 복제하기 혹은 모방하기 우선 복제 중에는 모조품으로부터 배우는 것으로서의 복제의 경우가 있다. 음악교육학 교수 루시 그린(Lucy Green)은 ‘어떻게 대중음악가는 배우는가’라는 책에서 직접 듣고 따라 하며 배우는 과정을 언급했다. 14세기에서 16세기까지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의 예술 역시 과거의 무언가로부터 새로운 조각을 모색하는 과정임을 예시로 들기도 한다. 과거의 것들이 돌아오는 것(revival)은 실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음악의 역사나 트렌드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장르나 스타일이 그렇다. 여기에는 존경과 추모의 의미를 담아 만드는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 다른 곡을 ‘커버’하기도 하며, 스타일이나 프로덕션에서 모방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 동서를 불문하고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일의 락큰롤은 꾸준히 선보여졌다. 일본의 마사키 히라오(Masaaki Hirao), 필리핀의 더 락키 펠러스(The Rocky Fellers) 역시 그중 하나다. 영국 가수 클리프 리차드(Cliff Richard)는 1950년대에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를 따라 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당시 락큰롤의 히트 등과 함께 로컬부터 세계 곳곳까지 바나 펍에서 일하는 밴드들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방했다. 여기에 2009년 신현준 교수는 케이팝을 ‘모방적인’, ‘진짜가 아닌’, ‘경쟁’, ‘미국 팝의 복제’로 설명한 적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과연 오리지널일까 하는 데에는 의문이 든다. 그 사례 중 하나로 키스 니거스 교수는 레이디 가가 역시 수많은 팝 가수를 복제했다는 점을 거론한다. 키스 니거스 교수는 많은 음악이 비슷하게 들리는 것은 미디어 중심의 작곡이나 광고와 연관 있다고 전한다. 여기에 ‘특정한 곡과 비슷하게 해달라’와 같은, 음악 스타일, 음색 등에 관한 커미션 역시 영향을 가진다. 이에 아이튠즈는 비슷한 음악을 차단하거나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더 넓은 맥락에서는 패션, 디자인, 기술 등이 이러한 문제에 해당한다. 또한 영감과 영향으로서의 복제는 포크 페스티벌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앞서 엘비스 프레슬리를 얘기했지만, 비틀즈(The Beatles)와 밥 딜런(Bob Dylan)이 등장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좌: 마사키 히라오, 우: 더 락키 펠러스 변환으로서의 복제와 실천 사례 결국 오리지널과 복제의 결합은 변환을 낳는다는 것이 키스 니거스 교수가 하는 이야기이다. 흉내는 문화적 양식이 하나의 장소와 사람으로부터 오리지널과 복제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이동된다는 점에 있어 중요한 과정이다. 변환으로서의 복제를 알아보기 위해 척 베리의 “Too Much Monkey Business”, 밥 딜런의 “Subterranean Homesick Blues”,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Pump It Up”, R.E.M.의 “It’s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And I Feel Fine)”의 곡을 비교하며 들어보았다. 이후 비발디(Vivaldi)의 “Concerto for Four Violins, Strings and Harpsichord”, 바흐(Bach)의 “Concerto for Four Harpsichords”를 비교한다. 다른 문헌을 통해 결국 바흐도 복제를 했고, 헨델(Hendel)도 복제를 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외에도 다른 예시로는 척 베리의 “Sweet Little Sixteen”과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의 “Surfin’ USA”의 비교,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My Sweet Lord”와 쉬퐁스(The Chiffons)의 “He’s So Fine”의 비교, 존 레논의 “Come Together”와 척 베리의 “You Can’t Catch Me”의 비교를 예시로 들었다. 독창성과 복제 사이의 긴장: 독창성을 넘어서 독창성과 복제 사이에는 긴장과 모순이 존재해왔다. 대중음악 교육학, 팝 음악 실천에서도 역설은 존재한다. 이들은 독창성, 진정성, 새로운 것(모방이나 창조 없는)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혹은 19세기, 20세기와 같은 과거로부터 뭔가를 얻기도 한다. 독학하거나 지역에 머무는 경우, 무언가를 카피하면서 배우게 되는데 이는 유투브에서도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다. 팝 음악 역시 쉽게 알 수 있는 레퍼토리, 집단 정체성의 센스를 보내는 것, 전통에 속하는 것 등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독창성을 가져야 하며, 진정성이 실존해야 한다. 이렇듯 상업, 저작권의 모순은 존재한다. 쉽게 말해 저작권은 오리지널을 원하지만, 상업은 복제를 원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이 요구하는 것은 작가가 소유한 독특한 오리지널 작품이다. 그러나 복제품은 그러한 소유자를 가지지 못한다. 상업에서는 시장에서 팔 수 있는 것을 원한다. 산업 역시 익숙하고 비슷하고 친근한 걸 원한다. 이러한 아이러니함은 독창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산업은 복제품으로부터 이익을 얻도록 허락하게 하는가 하면 복제를 멈추고자 한다. 공유를 용납하면서도 음악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산업은 새로운 독창적 예술가와 기존의 기대를 따르는 레퍼토리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이 독창성은 친근하고 기존의 것과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독창성, 진정성 이후의 시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키스 니거스 교수는 독창성이나 진정성이 퍼포먼스, 구조, 레토릭으로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이후의 시기에 대해 앞으로 계속 논할 것이다. 여기에는 세대 간 인식의 차이도 있고 아직 카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는 등 어려움이 존재하며, 또한 시장의 유/무료 환경 변화 등에 대한 접근이나 시각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앞으로 키스 니거스 교수가 가지고 있는 과제이다. 결론 창작과 복제의 경계는 끊임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최근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키스 니거스 교수는 복제가 가진 부정적 의미를 깨고, 새로운 논의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강의를 듣고 정리하면서 그의 많은 이야기에 동의했고, 여기에 산업 구조가 개입된다면 더없이 크고 복잡한 논의가 되겠지만, 분명히 최신의 음악 환경을 읽는 (상업 혹은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체계에 머무르지 않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단서를 얻었다. | 박준우 blucshak@gmail.com 3 Responses 잼신 2015.05.24 유익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응답 Violamuse 2015.05.25 시간이 안 맞아서 안타깝게 가지 못했는데 여기서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응답 냠냠이 2015.07.03 좋은 글, 최근의 상황들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응답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