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다섯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잠비나이, 코드쿤스트, 조이엄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정은정 잠비나이 | Differance (차연, 差延) | GMC Records, 2015.04.30 조지환: 우리는 잠비나이의 음악을 어떤 음악이라고 불러야 할까. 록 음악의 색깔이 선봉에 서고 있기는 하지만, 악기들이 내는 소리에는 분명 국악의 소리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담겨있다. 국악적 요소들과 록 음악의 요소들이 하나하나 분해되어 녹아 있다기 보다는 록의 문법 안에서 국악적 요소들이 다양한 차이로써 동등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비록 데리다의 디페랑스에서 앨범의 제목을 차용해왔지만, 그들의 음악은 데리다적이라기 보다는 들뢰즈적이다. 록이라는 일의적 틀 안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차이로써의 이질적인 소리들이 연속해서 나타나는 주름들처럼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쨌거나 그들이 연주하는 그 차이성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사운드다. 그들 이전에도 이후에도 국악기를 사용하는 많은 밴드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은 확실히 독보적인 음악이다. 언뜻 파괴적인 듯 하면서도 곧이어 평안함이 찾아오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곡들은 소리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 속에서 곡들이 전달하는 온기와 공간감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훌륭한 음반이다. 잠비나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는 밴드이기를 바란다. 9/10 성효선: 이 앨범은 2012년에 나온 [differance (차연, 差延)]의 리마스터링 앨범이다. 이것은 올해 초 새로운 커버로 500장 한정으로 제작된 LP의 CD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1집 앨범을 구하기 위해 해외 발매반을 기웃거려야 했던 팬들에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잠비나이는 록과 국악을 접목한 음악을 선보여 ‘퓨전 국악’으로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들은 장르에 자신들의 소리를 가두거나 국악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이미지에 편승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악기의 연주기법 해체를 통해 참신하고도 세련된 독자적인 사운드를 구축해 나간다. 특히 거문고 연주에서 그러한 시도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술대로 거문고 괘를 긁어 소리를 내거나 술대 대신 활을 사용하거나, 거문고를 타악기처럼 다루는 것이 그러하다. 잠비나이에게 악기는 그저 음(音)을 내는 도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해금 연주자 김보미는 해금을 연주하다 트라이앵글을 연주하기도 하고, 이일우는 생황과 피리를 불다가도 기타를 연주하며 악기에 경계를 두지 않는다. 그들의 음악은 실험적이고 현대적으로 국악을 재해석하고 있지만 악기 고유의 음색을 놓지 않으며, 시김새나 부침새 등의 사용을 통해 전통적인 정서를 전달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를 결합하여 동시대의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잠비나이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의 제목과 그 안의 음악은 굉장히 추상적이며 예측불허 하고, 철학적이다. ‘언어의 한계 속에서 완벽한 교감이란 불가능 하다’라는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차연(差延)을 앨범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닌듯하다. 앨범 제목과 같이 그들의 음악은 어쩌면 완벽한 교감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교감이 가능한 것이 있긴 하단 말인가! 그들이 보여주는 낯선 세계를 계속해서 기대해 본다. 8.5/10 코드쿤스트 | Crumple |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 2015.04.28 정구원: 2014년의 데뷔앨범 [Novel]은 그 안에 담겨 있던 음악처럼 조용하지만 묵직한 반응을 이끌어냈고, 코드쿤스트라는 프로듀서의 이름을 힙합 팬들의 머리에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1년만에 나온 두번째 작품 [Crumple]은 랩과 비트로 빈틈없이 꽉 차 있었던 전작 [Novel]과 달리 여백의 미를 살린 프로듀싱과 함께 객원 래퍼들 각자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접근방식은 일장일단의 효과를 낳는데, 랩 자체에서 전달되는 힘은 전작보다 더 강해진 반면, 프로듀싱은 전작과 다른 종류의 매력과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하고 그저 ‘여백’으로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일장일단은 트랙 간의 퀄리티 편차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뉴 챔프(New Champ)의 묵직하고 걸쭉한 래핑(“Life is Crazy”)이나 ‘주소’를 키워드로 삼은 화지의 허심탄회한 이야기(“주소”)같이 랩과 프로듀싱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트랙이 있는가 하면, 비장미를 발산하려고 노력하지만 랩이든 비트든 평이하기만 한 우탄의 트랙(“Rap Concert”)같은 경우도 존재한다. 앨범이 균일한 흐름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랩에 따라 요동친다고나 할까. [Novel]은 인상적인 데뷔였지만, 그 인상을 확신으로 바꿀 강력한 한 방을 위해서는 아직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다. 6/10 임승균: [Novel](2014)은 앨범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피아노 루프와 요소요소에 사용된 사운드샘플로 공간감과 통일감을 만들어내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Novel]의 하이라이트 “Organ”에서의 넉살의 가사는 그대로 [Crumple]의 짧은 스킷 “Good Bye Novel”이 된다. 다시 넉살이 랩을 맡은 “에디슨”이 바로 그 뒤를 따르는 부분에서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게다. [Crumple]에서 건반은 이전의 위치보다 열 발짝쯤 뒤로 물러났고, 사운드소스의 활용은 좀더 과감해졌다. 완전한 훵크록 트랙 “Love Scene”이 흘러나올 즈음에는 [Novel]에 작별인사를 날리는 것에 성공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트랙마다 달라지는 스타일은 역으로 그 스타일의 평균치 약간 위쪽에 머물고, 앨범을 총괄하는 사운드적 통일감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임무는 당연히 각 트랙에 참여한 피처링진 각자의 역량으로 돌아간다. 그 점에서 우탄의 대단히 실망스러운 “Rap Concert (Intro)”와, 앞서 언급한 “에디슨”과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믹 밀(Meek Mill)을 연상케 하는 훌륭한 플로우를 보여준 넉살, 또는 “Directors”에서 각자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미고스(Migos)와 던밀스(!)의 스타일을 가지고 노는 행주와 던밀스(!!)와 지구인의 능수능란한 모습은 크게 비교된다.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지만 보너스트랙까지 20곡에 달하는 분량까지 더해 컴필레이션의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시 말해, 최소한 [Crumple]만으로 판단하자면, 코드쿤스트만의 영역으로 자라날 수 있었던 어떤 무엇은 많이 옅어진 듯 보인다. 6/10 조이엄 | 조금은 선명해지게 | 오피스에이트피쉬, 2015.04.29 조지환: 조이엄은 홍대씬에서도 손 꼽히는 실력의 기타리스트이다. 솔로 앨범에서, 그의 기타는 한껏 여유로워졌다. 어떤 폭발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거나 하지 않고, 담담하고 차분하게 흘러간다. 제 자리에서 리듬을 이끌어가던 기타는 ‘청춘 노망’에서는 박차고 나와 청량감 있는 솔로를 들려주는데, 음반 전체를 봤을 때 튄다는 느낌이 든다. 이 음반이 그리고 있는 정서는 포크 음악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포크와 가스펠이 섞여서 만들어내는 따스함에, 게이트 플라워즈에서 들었던 조이엄의 연주를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지루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쨌든 이번 작품으로 그는 자신만의 또다른 음악 세계를 완성했다. 음반에서 가장 중요한 트랙들을 꼽자면, 필자는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인 ‘아아 우리는 사랑을 했었구나’와 ‘다시 잠이 드네’를 꼽고 싶다. ‘아아 우리는 사랑을 했었구나’는 가장 인상적인 리듬을 들려주는 곡이며, ‘다시 잠이 드네’는 조이엄의 목소리가 가장 인상적으로 와닿는 곡이다. 7/10 박준우: 깔끔한 소리의 보컬과 간결한 구성의 악기가 가지는 힘이 이토록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결국 음악을 만드는 이가 담아내는 감성의 결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음악가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개별의 곡마다 가장 적합한 표현 방식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어처구니 없도록 당연한 이야기지만, 조이엄의 이번 앨범은 그 어떠한 덧붙임 없이 본질적인 면모에 충실하다. 90년대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보컬 라인, 그에 걸맞는 악기 선택과 앨범 전체적으로 가져가는 따뜻한 톤, 세심하게 쓴 문장을 차곡차곡 쌓은 듯한 가사는 그저 특징에 불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앨범은 조이엄이라는 음악가의 감성에 집중한다.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어느 순간 크게 다가오는 앨범이다. 8/10 정은정: 절제와 정돈이 압축된 앨범이다. 기타와 드럼, 보컬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정선을 유지하며 조화로운 사운드를 구사하며 포크, 가스펠,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조금은 선명해지게]를 감상할 때는 게이트 플라워즈의 염승식은 잊어도 좋다. 완전히 독립적인 ‘조이엄’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타의 유연한 활용이 주효했다. 그는 포크 음악에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일렉 기타도 사용했는데, 트랙마다 일렉 기타의 쓰임과 결을 달리했다. “그대 그대 그대”와 “스무살 서른”에서는 느슨하고 나직한 연주로 포크 감성을 구현하는 데 사용했다면, “망가뜨려 주세요”에서는 곡의 분위기를 전환하며 블루지한 멜로디 라인을 뽐냈다. 가사와 보컬은 감성적이지만 감정을 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듯 자신의 내면에서 담담하게 길어올리는 태도를 취했다. 스토리텔링과 사운드 측면 모두 사려 깊고 정성스럽다고 느낄 만큼 고도의 단정함이 돋보인다. 7/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