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아시안 체어샷, 전효성, .59(쩜오구)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성효선 아시안 체어샷 | 소나기 | 커먼 뮤직, 2015. 05. 04 정구원: ‘민요’ – ‘개러지’ – ‘하드록’. 아시안 체어샷이라는 밴드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일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EP는 기본적으로 이 세 키워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품집이다. 하지만 소품집이라고 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의미와 포지션을 가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애석하게도, [소나기]에선 그것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완전한 사육”과 “채워보자”는 좀 더 거칠고 지저분한 기타 사운드를 통해 ‘하드함’을 어필하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보컬 황영원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기타 뒤에 묻어버리면서 역효과를 만들어낸다. 전작의 “해야”나 “뱃노래”에서 느껴졌던 쾌감의 상당 부분이 짜릿한 코러스에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보컬 대신 기타를 선택한 건 패착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후반부의 “소나기속에서”와 “Butterfly”는, ‘테크니컬한 몽환성’을 구현하려는 곡들이 흔히 마주치는 함정(=지루함)을 똑같이 밟으면서 EP를 심심하게 마무리한다. [Horizon]에 비해 추상적이고 서사적인 면이 강해진 가사는 인상적이지만, 음악은 가사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니까. 5/10 전효성 | FANTASIA |TS 엔터테인먼트, 2015. 05. 07 미묘: “반해”는 주로 낮은 음역에서 뭉클하게 꿈틀거리는 사운드가 고역을 살린 비트와 조화를 이룬다. 묵직하면서도 거침없이 흘러가는 매력적인 곡이다. 그런데 앞뒤 트랙과 함께 들으면 그 인상이 사뭇 달라진다. 말하자면 용감한 형제와 이단옆차기에 의해 수없이 반복된 흔한 걸그룹 솔로 스타일에서 한두 걸음 옆으로 비켜섰을 뿐이다. 전효성은 약간의 응석이 묻어 있는 달콤한 음색을 가졌으며, 가벼우면서도 쉽게 날아가지만은 않는 점이 강점이다. 그것이 “반해”에서는 트랙의 덩어리진 사운드를 제대로 꿰뚫지 못하고, “날 보러와요”와 “Taxi Driver”에서는 청승으로 뒤덮인다. 전략의 실패라기보다는 꼼꼼하지 못한 기획처럼 들린다. 전효성에게는 더 많은 걸 기대해도 좋다. 4/10 최성욱: “꿈이었니”를 제외하면 앨범에 포함된 모든 곡이 다 비슷하게 들린다. 때에 따라서 훵키기타가 덧붙여지거나 신시사이저 효과가 강조되나, 노래 대부분은 비슷비슷한 슬로우 잼 스타일의 느릿한 R&B 풍으로 귀결된다. 균일하게 조화를 이룬다기보다는 안정적인 방식으로 균형점을 잡은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무색무취의 미디엄템포 가요로 전락해버렸다. “Good-night Kiss”의 그루브하고 속도감 있는 사운드와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보컬 스타일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가수의 문제라기보다는 기획의 방향성이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4/10 정구원: 음악만 놓고 본다면, 시크릿은 멤버의 솔로곡이 그룹 활동의 곡보다 좋은 결과를 내놓았던 흔치 않은 케이스에 해당하는 그룹이다. 햇수로 1년 만에 컴백한 전효성의 신보 [Fantasia] 역시 이런 경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건 뿜빰거리는 브라스 소린데, 이전 EP [Top Secret]에 비해 전자음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꽤 성공적인데, 강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보단 적당히 훵키한 멜로디와 비트가 전효성 특유의 ‘여우스러운’ 음색을 더 잘 받쳐준다는 인상이다. 수록곡들 역시 ‘타이틀곡 외 구색 맞추기용 2곡’의 느낌이 강했던 전작에 비해 각각의 퀄리티 면에서나 전체적인 흐름 면에서나 신경을 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깔끔함에 신경 쓰느라 ‘임팩트’가 약해진 것은 아쉬운 점인데, 좌충우돌하는 맛이 있었던 “Good-Night Kiss”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주는 트랙이 없다는 건 주류 가요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묘하게 밍숭맨숭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반해”의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말이다. 6.5/10 .59 | 사랑이 머무는 자리 | Helicopter Records, 2015. 05. 08 최성욱: 전자음향을 통해서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환기하는 음악가들이 있다. 쩜오구(.59)는 그중에서도 가장 투박한 방법으로 사운드를 빚는다. 투박하다고 해서 성의가 없다거나 엉성하다는 것은 아니다. 쩜오구는 음향을 어떻게 촘촘하게 메울까 어떻게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 낼까에 몰두하기보다는 톤을 세밀하게 조절해가면서 그리고 생경한 방식으로 전개해가면서 기존의 일렉트로닉 음악과는 다른 결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기 있어요”와 같이 신시사이저 멜로디 패턴이 분명한 곡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귀에 감기지는 않는다. 6/10 정은정: 로파이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나른하게 발성하는 음악을 대할 때면 종종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표현 방식이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불완전성을 어디까지 그 음악의 특징(이를테면 차밍 포인트)으로 인정하고 수용해야 하는가.” 쩜오구(.59)는 ‘일렉트로닉’이라는 수사가 앞에 붙음 직한 디스코, 팝, 로큰롤을 들려준다.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면서도 산만하지 않다. 그러나 열네 트랙 중 매력적인 멜로디를 꼽으라면 마땅히 떠오르는 곡이 없다. 무난하고 안전하기만 하다. 전작 [가고 오는 정든 길]에 비해 조금 더 노래에 비중을 두었는데, 곡을 풍부하게 했다기보다 보컬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결과로 작용했다. 안정적이지 않은 음정, 충분히 올라가야 하는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키는 감상을 방해했다. 부부가 함께 음악을 만들고 노래한다는 건 로맨틱한 일이다. 몽롱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도 좋지만, 멜로디나 보컬 측면에서 다듬어진 사운드도 필요하다. 5/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