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 로 스트레인저]는 지금 우리 곁에 있지만 아직 만나보지 못한 신인 뮤지션들을 콕 찍어 만나는 기획입니다. 궁금증을 담아 꽉 채운 10개의 질문을 던집니다. 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질 않은 영업인생 20년, 인디 음악계의 큐레이터, 김윤하가 연재합니다. | [weiv]

오늘의 스트레인저: 코가손
일시: 2015.3.11 목요일 PM 8:00
장소: 어쩌다 가게 Lounge
질문, 정리: 김윤하 soup_m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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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서교그룹사운드, 썸머히어키즈, 얄개들. 멤버보다 많은 숫자의 밴드를 거쳐온 세 남자가 다시 만나 결성한 코가손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돈으로 바꿔야 하는 현실에 버거워하면서도 이제는 그 현실이 가져다 주는 여유를 즐길 줄 알게 된 서른 즈음의 잔뼈 굵은 인디맨들. 먼 길을 돌아 만난 형제 같은 멤버들과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툭 하고 완성된 EP에 드리운 건 이들이 사랑한 90년대 인디록의 짙은 그림자다. 단순한 그림자 밟기는 아닐까 유심히 바라보자니, 이 남자들 이렇게 재미있게 놀고 있을 수가 없다. 가위바위보, 하나빼기일, 말뚝박기, 와리가리, 딱지치기에 자치기까지. 유행이나 되는 양 현실을 직시하자 외치는 요즘 세상에 밴드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 외치는 이 남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던진 열 개의 질문.

 

1. 한동안 밴드를 쉬기도 하고 다른 밴드를 하고 있기도 했었는데, 어떻게 코가손으로 뭉치게 됐나요.
원준: 서교도 해체되고 포니도 활동을 쉬던 때였는데. 사실 서교도 처음엔 세션으로 했던 거구요. 다시 썸머히어키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까 멤버들도 그렇고 다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구요. 이렇게 된거면 썸키즈를 다시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하고 싶은 음악을 해보자 해서 원래 보컬이었던 찬기 형한테 연락을 했어요.
우석: 그리고 이제 저에게 전화가 옵니다. (웃음) 굉장히 바람이 차가웠던 날, ‘무대륙으로 와라’. 한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오길래, 속으로 ‘이 형이 뭔가 또 밴드를 하려나 보구나’ 싶어서 이어폰을 챙겨갔죠. (웃음) 그래서 데모를 들어봤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그 노래가 지금 EP에 있는 ‘계절의 끝’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너 드럼 칠래?” 하길래 바로 ‘응 칠게 칠게’ 했죠.
경환: 전 우석이랑은 예전부터 친했고 원준이는 볼 때마다 예쁘장하게 생긴 쟨 뭐지… 하는 정도였는데, 둘 다 여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서로 욕하면서 친해지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원준: 처음엔 서먹서먹했어요. 둘 다 서로 먼저 잘 못 다가가는 성격이라.

2. ‘코끼리코’에서 ‘코가손’이라는 밴드이름이 탄생했다고 들었는데요, 무슨 의미였어요?
원준: 그냥 그때 여자친구가 코끼리코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나서 얘기한 거였어요. 정말 아무 의미 없어요, 코끼리 코도 코가손도. 굳이 얘기하자면 밴드 이름을 지을 때 음악적인 게 연상이 안 돼는 단어를 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메탈밴드면 데쓰가 들어간다던가 하는 식의, 그런 딱 들으면 연상되는 이름은 배제하고 싶었어요. 아무 의미 없는 이름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었어요.

3.  다들 밴드 경험이 풍부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새로운 밴드를 만들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었나요.
우석: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전 팀들이 어느 정도는 궤도에 올랐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계속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원준: 밴드 활동이라는 게 전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항상 데모도 만들고 음악도 듣고 했는데 바로 바로 활동할 수가 없으니까 계속 아쉬운 마음이 있었죠. 조금만 더 하면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그런 아쉬움이요. 그래서 저는 코가손이 제 마지막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또 새로운 밴드를 할 만한 의욕도 없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여건이 안되기도 하구요.

4. 우석, 원준씨는 직장생활과 병행을 하고 있는데 힘들지 않나요?
원준: 힘들죠. 신경 쓸 겨를도 시간적 여유도 없고
우석: 힘든 건 면역돼서 그러려니 하는데 그냥 회사에 있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차라리 그 시간에 좀 더 잠을 자거나 합주를 하거나 녹음을 하거나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시간 낭비 같기도 한데 돈은 벌어야 하고.
원준: 시간 대신에 돈을 얻는 거죠. 근데 그게 심적으로 여유를 줄 때가 있긴 있어서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5. 이제 첫 EP가 나왔는데요, 원 테이크 녹음으로 하루 반 나절 만에 녹음이 끝냈다고 하던데.
우석: 약간 과장되긴 했는데 맞아요. 파트별로 녹음을 하진 않고 한꺼번에 녹음 했거든요.
원준: 녹음만 10시간, 총 3프로 했어요.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했어야 했는데. 그런 걸 감안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인 것 같아요. 리듬악기랑 백킹 기타는 원 테이크로 하고, 추가로 보컬이랑 기타를 더 녹음 했습니다.

6. 중간에 멤버 변화가 약간 있었죠. 덕분에 보컬 자리가 자연스럽게 원준씨에게 넘어갔는데, 부담은 없었나요.
원준: 부담 많았죠. 썸키즈를 끝으로 보컬을 안 하려고 했었는데 상황이 당장 새 멤버를 영입하기도 어렵고해서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네요.
우석: 전 원준이 형 개성 있는 목소리가 좋아요.
원준: 썸키즈 하면서 보컬로 스트레스 받은 경험이 많아서 정말 안 하려고 했는데…
우석: 많이 나아졌어요.
원준: 근데 예전부터 이쪽 관계자들이나 주위 분들은 목소리가 개성 있어서 좋다고들 하셨는데, 정작 대중들 반응은(웃음).
우석: 익숙하지가 않은 거죠, 한국 대중가요라던가 이런 전형적 톤이 귀에 익은 사람들은.
원준: 이번 공연(3월 22일 앨범발매공연)에 Yuck 커버 곡을 하는데 다들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멤버들: 똑같애 똑같애) 아무래도 대한민국을 떠야 할 것 같아요.

7. 코가손의 이번 앨범 제목이나 타이틀곡도 ‘오늘부터’고 전부터 하고 있는 기획공연 제목도 ‘오늘부터ㅇㅇ’인데 뭔가 코가손의 주문, 캐치프레이즈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오늘부터라는 단어는 코가손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원준: 딱히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오늘부터라는 말이 새로운 다짐이랄까 새로운 의미를 추구하는 표현이잖아요.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밴드랑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석: 전 뭔가 좀 찌질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노래 분위기도 그렇고. 포장 없이 보여주는 게 솔직하고 너무 좋아요. 우리 셋이랑도 잘 맞고.
경환: 저도 처음에 밴드할 때 이 둘의 그 찌질함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안 가지고 있는.

8. 앨범을 들으면서 꽤 오랜만의 활동인데도 이만큼 성장한 우리 모습을 봐줘! 이런 자세 보다는 예전 모습 그대로 나이만 조금 들어서 다시 마이크며 악기를 잡은 느낌이라 좋았거든요. 그런 게 방금 우석씨가 말한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코가손의 노력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석: 사실 전 포니 이미지 하고 맞지는 않았어요. 전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부자연스러웠어요.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고 불편한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원준: 사실 회사에선 업무적으로 어른처럼 굴다가도 우리 셋이 모이면 완전 그냥 애거든요, 애.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밴드에 있던 경험하고 전혀 달라요.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런 것 같아요.
경환: 전 음악에 성장이란 말을 붙이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사회생활 하면서 웃음도 잃고 어깨도 세우고 근엄해지잖아요. 그걸 보통 꼰대라고 부르는데. 음악적으로 성장한다는 건 자기가 꼰대가 됐다는 반증이기도 하지 않나요.
우석: 우리 앨범소개에 ‘성장’ 들어가지 않나?
(동석한 관계자: 그런 성장은 아니고 어른이 되긴 된 건데 그게 어떤 어른이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라는 해석)
원준: 제 입장에서도 그런 허세? 나이 들었다고 꼰대 같이 되는 그런 게 싫은데 셋 다 그런 게 전혀 없어서 너무 좋아요. 나이차도 서로 좀 나는 편인데도 그렇더라고요.
우석: 저희는 좀 서로 형제 같은 느낌이 있어요.

9. 요즘 홍대가 여러모로 정체되어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들 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밴드를 또 한다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 아닐까 싶은데, 이런 척박한 상황 속에서 코가손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나가고 싶나요.
경환: 전 개인적으로 지금 기타를 치고 있는 푸르내를 하면서는 이 판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잘될 수 있을까 엄청 고민하는 편인데요, 코가손은 그런 부담 없이 셋이 너무 즐겁게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활동하고 싶어요.
원준: 우리나라에선 아무래도 훌륭한 연주실력에 우월한 보컬 그런 팀들이 좋은 밴드로 꼽히잖아요. 그런 분들이 보기에는 저희 음악이 뭐랄까 좀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텐데… 그런 편견을 예전부터 깨고 싶었어요. 이번 단독공연에서 커버할 Pavement나 Yuck같은 밴드를 보면 노래도 그렇고 연주도 그렇게 훌륭하지 않거든요. 근데 그 감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감성을 가지고 오랫동안 꾸준히 하고 싶어요.
우석: 새로운 걸 많이 해보고 싶어요. 여기저기 비슷한 거 말고, 확실히 우리 색깔이 있는 음악이요. 요즘 새로 만들고 있는 곡들도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거든요. 그런 게 잘 모이고 다듬어지다 보면 우리 색깔이 되는 거니까. 제가 볼 땐 지금 홍대 밴드 중에서 우리 같은 밴드는 없는 것 같아요.

10. 다들 30대 언저리에 있는데, 한국에서 30대에 밴드를 하며 산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요.
우석: 가장 큰 가치는 무조건 재미에요. 셋이 잘 맞고, 합주도 너무 재미있으니까. 우리가 재미있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것들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원준: 30대의 밴드맨이라… 사실 걱정도 많죠.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까.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도 보고 그러면 내 자신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그런데, 후회는 전혀 안하고 만족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여건만 된다면 회사 그만두고 밴드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여전히 해요.
경환: 여기 오기 전에도 회사 그만두겠다는 얘기 했었어요. 다들 결국 마지막엔 ‘더 다녀야겠다’하고 끝냈지만. (웃음)
원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밴드를 하고 있는 건, 제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웃음) 이건 농담이구요. 30대의 밴드맨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밴드를 하니까 철이 잘 안 드는데 그게 만족스러운 이유가 지금도 현실성 없는 얘기하고 웃고 하는 게 너무 재미있거든요. 밴드 멤버들끼리 모이면 재미있는 것만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해서 너무 신나요. 밴드 하는 거 참 좋아요.

 

코가손 – 오늘부터
from [오늘부터 EP] (블루보이; 2015)

2 Responses

  1. rockkids

    계절의 끝 정말 좋아해요. 이번 EP 정말 잘 들었고 언젠가(?) 나올 정규앨범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좀 더 규모가 큰 페스티벌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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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포뇨

    힘든게 눈에 훤한데 왜 계속 하고 있는 걸까?라고 많이 생각했는데 제가 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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