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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셋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정엽, 폰부스, 보아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정구원

 

정엽 | Merry Go Round | 산타 뮤직, 2015.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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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욱: 특유의 끈적끈적한 음색과 리듬은 줄고, 듣기 편안한 어덜트 컨템포러리로 방향성을 잡았다. 그러나 멜로디 라인은 해당 장르의 일반적 전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가성과 진성을 부드럽게 넘나드는 특유의 목소리 색도 반감되었다. 특히 전반부의 곡들은 단순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그저 ‘예쁜 노래’ 가 되어버렸다. “커튼콜”과 같이 다른 결의 질감을 가진 발라드 들이 좀 더 귀에 감긴다. 5/10

성효선: 2집 발매 후 3년 만이다. 먼저 영어 가사로 된 “A Thousand Miles”의 작사를 제외하고 전곡 작사 작곡에 정엽 이름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자신의 스타일이 담긴 [Merry Go Round] 앨범은 전작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밝아졌다. 정엽은 자신의 목소리의 장점과 대중이 그에게 원하는 스타일을 아주 잘 알고 있는듯하다. 그 결과 3집에는 재즈 팝 사운드에 달콤한 목소리를 얹어 흥겨우면서도 부드러운 사랑 노래가 앨범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앨범은 분명 듣기 좋은 팝 앨범이지만 정엽의 소울풀한 창법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어쩐지 조금 심심한 앨범이 될 것 같다. 본인이 가진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보다 한정적으로 안정적인 노선을 택하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5.5/10

김윤하: 편하고 편하고 또 편하다. 편하다는 말 자체에는 어떤 가치 판단도 들어 있지 않지만, 아무런 높낮이도 없이 고만고만한 피치와 멜로디만 짚었다 놓는 열 곡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지금까지 없었던 색다른 피로가 밀려온다. 타고난 멋진 팔세토와 기량이 돋보이는 첫 곡 “My style”과 단조로운 곡조 안에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마지막 곡 “자장가”를 듣고 나니 위아래를 깎아낸 듯한 앨범의 밋밋한 전개가 더욱 아쉬워진다. 설렁탕을 사다 줘도 왜 먹지를 못하냐는 김첨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5/10

 

폰부스 | 장난 EP | 트리퍼사운드, 2015.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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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폰부스가 선보이는 다섯 곡은 진지하지만, 앨범은 진지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가사가 담고 있는 주제의 심각함을 무겁게 생각하면 밴드가 가진 서정적 면모는 반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앨범이 좋은 의미와 좋은 음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동시에 앨범의 중심을 잡는 가장 큰 지점은 힘 있는 연주 안에서 유지하는 섬세함이라고 생각한다. 7.5/10

최성욱: 밴드가 표현하려는 메시지를 좀 더 직설적인 화법으로 혹은 좀 더 강렬하거나 드라마틱한 사운드 밀어 붙였으면 어떨까? 지나치게 서정적으로 흐르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내달리는기타, 드럼 사운드의 쾌감을 보컬과 코러스가 갉아먹는 것처럼 보인다.레코딩 시 보컬 보다는 밴드 사운드를 강조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6/10

 

보아 | Kiss My Lips | SM 엔터테인먼트, 2015.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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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5도 이상의 음정 도약이 유난히 자주 귀에 띄고, 그럴 때마다 보아 특유의 버릇이 드러난다. 거기서 보아 작곡의 전작 “Only One”이나 “그런 너”를 떠올린다면, 이 음반의 다소 심심함은 아티스트 보아의 색으로 여겨진다. 훵키하게 달리면서도 모나지 않고, 탱고를 도입하는 순간에도 그 색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우아한 품격과 ‘좋은 취향’으로 팝/록의 넓은 스펙트럼을 엮어내지만, 재료를 끝까지 밀어붙여 임팩트를 주는 순간은 아주 드물다. 보아의 목소리 자체도 음반을 휘어잡기보다는 곡과 어우러지는 편이다. ‘아시아의 별’보다는 셀프 프로듀싱 아티스트로서 보아의 정체성을 다지는 과정으로 읽힌다. 그것이 수준 있게 마감된 안전한 팝이란 것이 이 음반의 강점. 6.5/10

박준우: 보아는 자신이 얼마나 우아하게 보일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우아함을 표현할 줄도 안다. 끊임없이 절제하면서도 흘리듯 터트리는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수록된 곡이 담고 있는 결이다. 다양한 장르를 가져오는 듯하지만, 그것마저도 과하지 않게끔 표현한다. 이러한 부분을 통해 보아가 지금까지 지나 온 결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착실하게 쌓아온 음악가로서의 노하우와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멋지게 나이 먹는 음악가의 모습을 봤다고 하면 너무 과찬일까. 7.5/10

김윤하:  7집 “Only One” 이후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고유의 송 라이팅 스타일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선공개 곡 “Who Are You”를 들으며 예감했다. 이 앨범은 상업적 성공 유무와 상관없이 올해로 데뷔 15년을 맞이한 보아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어 줄 것이리라. 실제로 보아가 전면에 나서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스까지 해치워버린 앨범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아닌 우리가 지금껏 지켜봐 온 그녀의 모습을 이젠 그녀 스스로 프로듀스 해 낼 수 있다는 진득한 성장에의 확인이다.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맑고 달콤하고 종종 섹시한 열두 곡의 팝 넘버. 때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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