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5년 5월 12일
장소: 칠리뮤직코리아
통역: 김한샘(칠리뮤직코리아)
사진: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질문, 정리: 정은정

elsa kopf&pierre faa 프로필 사진

엘사 코프(우)와 피에르 파(좌)

엘사 코프(Elsa Kopf)는 불어, 영어, 스페인어로 쓴 가사로 노래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밴드 페퍼문(Peppermoon)의 리더인 피에르 파(Pierre Faa)는 머릿속에 건설한 환상의 세계를 음악으로 옮긴다. 이 둘의 조화는 엘사 코프의 2집 [Marvelously Dangerous]에서 일렉트로닉 포크로 잔잔하면서도 영롱하게 빛났다.

엘사 코프(이하 ‘엘사’)는 인터뷰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큰 몸짓으로 활기차게 반응했다. 그녀가 쓴 가사만큼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반면, 피에르 파(이하 ‘피에르’)는 심사숙고한 사람이었다. 그는 답변할 때마다 조용히 입술을 매만지며 단어를 고르고 생각을 다듬었다. 정반대의 성격이 예상외로 합을 이룬다는 인상을 받을 때쯤, 음악적 견해를 들으며 이들이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정은정: 엘사의 외할머니는 가수가 꿈이었던 분이고, 어머니는 작곡가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집안의 분위기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엘사: 아무래도 어머니에게서 음악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듣거나 노래하는 게 자연스러웠거든요. 특히 어머니가 쓴 곡이 프랑스에서 히트하면서 집에 다양한 음악가 친구들이 방문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어요. 많은 사람이 집에서 잼(즉흥 연주)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집에서는 항상 음악이 흘렀죠. 그렇게 생활 속에서 음악을 접했기 때문에 제게 음악은 자연스럽고 즐거운 것이었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레코딩한 게 4살 때였어요. 평소에 어머니가 하던 것을 유심히 지켜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어요.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녹음 버튼을 누른 다음, 노래를 불렀죠. 그때 어머니의 반응이 아직도 생생해요. 녹음한 제 노래를 듣더니 이렇게 말하던데요. “흐음, 네가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건지 모르겠구나.” (웃음)

정은정: 2집을 이야기해 볼게요. [Marvelously Dangerous]라는 앨범 타이틀이 의미심장해요.
엘사: [Marvelously Dangerous]라는 제목은 반대되는 두 개념의 공존과 양립을 의미해요. ‘Marvelously’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 ‘Dangerous’는 어둡고 부정적인 성격을 가리켜요. 동양적인 표현으로 음과 양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저는 이렇게 대비되는 두 개념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게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2집 제목으로 정했어요.

정은정: 뉴 버레스크(New Burlesque)에 대한 관심이 깃든 앨범이라고 알고 있어요. 뉴 버레스크는 노출에 거리낌이 없으며, 반문화적이고 페미니즘적인 성향을 띠는 예술이잖아요. 이번 앨범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엘사: 뉴 버레스크는 학교 수업 시간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보자마자 확 빠져들었어요. 극의 구성 방식도 흥미롭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나 의미가 매우 와 닿았어요. 여성 연기자들이 파격적인 옷차림을 하거나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기도 하는데 정말 자유로워 보였고, 해방감이 들어서 개운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이후로 그동안 내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당연하다고 여겼던 기존의 것에 의심을 품고 탈피하려는 시도를 조금씩 하게 됐어요. 예전과는 달리 무대에서 옷을 벗기도 하고 다른 방식으로 치장하기도 해요. 이러한 것들이 뉴 버레스크가 제 삶과 음악 활동에 끼친 영향이에요.

밴드 페퍼문에서 활동 중인 피에르 파.

밴드 페퍼문에서 활동 중인 피에르 파.

정은정: 피에르는 뮤지션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해요. 이 듀오 활동뿐만 아니라 밴드 활동도 하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기도 했어요. 원래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인 편인가요?
피에르: 음, 저는 원래 밖에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나만의 작은 세계를 꾸리고 거기에 집중하는 걸 더 좋아해요. 왜냐하면 저는 어른아이(Old Child)거든요. 그래서 여행가는 도중에도 비행기에서건 기차에서건 다양한 몽상에 하곤 해요. 사실 저는 여행 자체를 좋아하진 않아요. 밤새 짐을 싸고 출발 시각까지 대기하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거든요. 다만, 여행이든 디자인이든 그 중심에는 음악이라는 거대한 주제가 있어서, 그 점이 동력이 되어 저를 움직이게 해요. 제가 디자인을 하는 건 음악과 앨범을 위한 것이고, 여행하는 건 공연을 하거나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들, 악기, 음악을 만나기 위해서예요.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은 음악에서 뻗어나와요. 음악의 확장이랄까요.

정은정: 엘사의 2집 음반 아트워크를 피에르가 작업했어요. 
피에르 파: 작업은 제가 했지만 아이디어는 모두 엘사가 낸 거예요. 사진을 찍자고 한 것도, 순수한 어린아이를 콘셉트로 한 것도 모두 엘사가 한 제안이죠. 사진 속에서 엘사는 어린아이처럼 음식을 먹고, 색색의 종잇조각을 가지고 놀아요. 마치 이상적인 꿈속 세계에 있는 것처럼요. 아 참, 이번 아트워크는 한국의 정민기 씨와 함께 작업했어요. 그는 멋진 페이퍼 컷 아트를 보여줬죠. 정민기 씨는 재봉틀 드로잉 아티스트인데 매우 흥미로운 작가예요.

Elsa kopf (3)

엘사의 아이디어와 피에르의 작업으로 완성된 [Marvelously Dangerous] 앨범 자켓.

정은정: 페퍼문의 앨범도 피에르가 디자인했죠?
피에르: 맞아요. 페퍼문의 세 앨범 모두 제가 디자인했는데 합치면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어요. 페퍼문의 아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주제는 ‘섬’이에요. 그렇다고 자연환경 속에 있는 섬의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았어요. 제가 직접 그리거나 디자인했어요. 전반적으로 몽롱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싶었는데, 필터를 사용해서 몽환적인 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세 앨범에서 모두 같은 폰트를 이용했는데 페퍼문의 음악과도 잘 어울리고 통일성도 있어요. 그때만 해도 폰트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요소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웃음).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써서 스트레스였는데, 엘사의 2집 작업은 즐겁게 했어요.

정은정: 엘사는 프랑스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 영어에 능해요. 이 점을 살려서 음악에도 다양한 언어로 가사를 담았어요. 어떤 언어로 가사를 쓸 건지 정하는 데에 기준이 있나요?
엘사: 음악에 어울리는 언어를 선택하는 게 가장 큰 기준이에요. 독일어는 보사노바에는 별로지만 클래식한 음악에는 잘 어울려요. 종교적인 분위기가 나는 곡은 스페인어로 가사를 쓰면 좋고, 샹송은 당연히 프랑스어죠(웃음). 그런데 제가 가사를 쓸 때 가장 선호하는 언어는 영어예요. 영어로 된 노래는 많은 사람이 따라 부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거든요. 소통하는 데도 가장 유용한 언어죠. 제 경험을 하나 얘기하자면, 1집을 발표한 직후에 영어로 노래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적이 있어요. 이걸 본 한국의 남성 팬이 메시지를 보냈어요. 자신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그 노래가 위로가 되었다고요. 그는 나중에 직접 프랑스까지 찾아와서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제게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음악이 그렇듯이, 누군가에게는 제 음악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사실이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아마 다른 언어로 된 노래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몰라요. 영어로 된 가사였기 때문에 그가 곡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죠. 언어는 생활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사람을 풍부하게 만들어요.

정은정: 엘사는 테너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이외에 음악적으로 공부한 게 있나요?
엘사: 오, 정말 자세히 알고 있군요(웃음). 저는 음대를 다니긴 했지만, 저에게 맞는 음악 스승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약 십 년 전에 테너한테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었어요. 수업은 ‘람보 트레이닝’으로 착각할 정도로 매우 엄격하고 고됐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유익한 시간으로 남았어요. 클래식 음악을 통해서 기술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 모두 배울 수 있었거든요. 실제로 음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노래하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고 많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하며 불러야 하는데, 그때 이런 것들을 익혔어요.
피에르: 전 음악과 관련된 어떤 레슨도 받은 적이 없어요. 작곡하는 과정에도 특별한 방법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음악을 만드는 건 정원을 꾸미는 일과 비슷해요. 정원도 아메리칸 스타일, 프렌치 스타일, 아이리시 스타일이 있듯이 음악도 각각 고유한 스타일이 있어요. 원하는 스타일을 정한 다음, 그 정원에 어떤 꽃들이 있는지, 어떤 모양으로 피어 있는지 찬찬히 살펴봐요. 동시에 저의 감정과 생각, 영감을 따라가죠. 이게 제가 음악 작업을 하는 방법이에요. 물론 그래서 실수와 시행착오가 잦긴 하지만요(웃음).

정은정: 공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엘사: 노래할 때면 곡을 쓰던 시기로 돌아가요. 당시의 감정과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거든요. 하지만 어려울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6개월 전에 쓴 곡이라면 그동안 제 감정과 상태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때의 감정을 소환하고 이입해서 재현해야 하는 게 힘들어요. 게다가 그 곡을 여러 무대에서 반복해서 불러야 하니까요. 그때마다 같은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아요.
피에르: 진실하게 연주하고 진심을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저는 유행을 좇지도 않고, 즐거움만 추구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무엇보다 메시지나 느낌을 억지로 전달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저 내가 느끼는 바를 그대로 표현하려고 해요. 저는 그게 가장 좋아요. 아, 덧붙이자면 제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주류에 저항하는 건 아니에요. 필요하고 때가 된다면 충분히 이용할 생각도 있어요.

Elsa kopf (2)

정은정: 70~80년대는 포크와 록의 황금기였어요. 그런데 21세기에는 댄스 뮤직이 메인스트림으로 부상했어요. 현재 포크 음악을 한다는 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엘사: 저는 유행이나 주류를 고려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요.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은 저도 좋아해요.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는 힙합도 듣고요. 하지만 제게 감동을 주는 건 포크 음악이에요. 그렇다고 이 장르가 최고라는 건 아니에요. 주변에 케이팝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런 음악의 가치도 높이 사요. 저는 어쿠스틱 악기도 연주하지만 컴퓨터로도 곡 작업을 하는데, 기술적으로 능숙하지 못해서 프로그래밍은 아직 어렵더라고요. 그 점이 제게는 어쿠스틱 연주곡이 편한 이유이자, 컴퓨터로 만드는 곡이 더 늦게 완성되는 이유이기도 해요(웃음).
피에르: 저는 포크 음악을 선택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장르가 저를 택했죠(웃음). 그냥 자연스럽게 이 음악을 하게 됐어요. 비유하자면 저는 ‘섬’ 같은 사람이에요.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즐거워요. 포크라는 장르가 제겐 가장 편하다는 게 제가 이 음악을 하는 유일한 이유예요. 그리고 저는 인디가 메인스트림에 반대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음악은 그 음악만이 지니는 목적과 메시지를 지닐 뿐이에요. 인디 음악은 그 음악만의 목적이 있고요.

정은정: 인디 얘기가 나왔으니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말해 볼까요? 어떤 사람들은 인디 음악은 ‘유명하지 않은 음악가가 하는 음악’, ‘대중에게 낯선 장르의 음악’으로 인식하기도 해요. 본인이 생각하는 인디는 어떤가요? 
피에르: 인디 음악은 딱히 장르로 규정되는 게 아니에요. 그 안에 재즈, 포크, 프렌치 송 등 다양한 음악이 존재하거든요. 오히려 소속 회사의 여부나 특성, 발매 형식 등에서 오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음악을 하기 위해 무언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소속사나 제작자가 없어도 충분히 스스로 만들 수 있어요. 인디는 유명세가 아니라 태도와 자세의 문제예요.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은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내가 나의 일을 조금씩 그리고 묵묵히 해나가는 게 중요해요. 사실 요즘에는 인기를 의식해서 행동하고 음악 하는 게 일반적이죠.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재능도 없는데 주목받고 유명해지기를 원해요. 그야말로 리얼리티 티브이 쇼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그들과는 다른 성향을 지녔어요.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작게나마 계속 만들어갈 거예요. 인기나 스포트라이트는 상관없어요. 제가 만난 프랑스와 한국의 인디 아티스트들도 대체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요. 누군가 나를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개의치 않는다고요. 다만 하고 있는 것을 계속 해나갈 거라고 말이죠.
엘사: 저는 처음에 제법 큰 레이블과 계약했고, 자본이 막대한 회사에 속한 투어 매니저와도 계약했어요. 그런데 내부적인 문제가 생겨서 음반 발매나 공연 등의 일정이 모두 무산됐어요. 한 마디로 인생의 기회가 한꺼번에 날아간 거죠. 그때 정말 심각하게 우울했는데, 피에르를 만났어요. 피에르는 저와 전혀 다른 케이스였어요. 어디에 속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가고 있었죠. 하지만 음악의 퀄리티는 매우 높았답니다(웃음). 이후로 자연스럽게 피에르와 함께 음악 작업을 하게 됐어요. 세월이 조금 흐른 지금, 우리는 아시아를 투어하며 중국의 CCTV와 한국의 EBS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과 무대에서 소개되고 공연을 하고 있어요. 당시에는 매우 슬펐지만, 그 일을 계기로 큰 회사의 자본이나 영향력이 없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히려 더 자유로울 수도 있고요.

정은정: 엘사의 음악과 피에르가 속한 밴드 페퍼문 모두 일본과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엘사: 사실 한국 음악 팬들의 반응에 많이 놀랐어요. 먼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좋아하고 피드백을 준다는 것에 마냥 감사해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 음악에 담겨 있는 좋은 에너지와 정서가 아시아 음악 팬들에게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일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 준 선물 같아요(웃음).
피에르: 저는 십 대 때 다양한 책을 읽었어요. 그중에 중국의 철학서나 하이쿠 등 일본 문학도 포함되어 있어요. 일본의 신토이즘에 매혹되기도 했고요. 그런 식으로 아시아의 문화를 접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 집에 갈 때마다 벽에 걸린 그림이 눈에 띄었는데, 나중에 여행할 때 보니까 중국의 미술관에 똑같은 게 걸려 있더라고요. 할아버지도 중국의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있었나 봐요. 그 영향을 저도 적잖이 받은 것 같아요. 아 참, 그리고 20세기 초에 가족 중 한 분이 베트남에서 거주하기도 했네요. 제 안의 아시아권 문화와 프랑스의 문화가 연관성을 가지고 혼합된 결과물이 아마도 제가 만든 음악으로 빚어졌을 거예요. 이 점이 아시아의 음악 팬들이 친근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일지도 모르죠. 저 또한 아시아의 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처음으로 오디오를 샀을 때가 떠오르네요. 그때 기념으로 5장의 CD를 샀거든요. 영수증에 드뷔시와 프랑스 가수도 있었지만, 제가 전혀 모르는 가수의 음반도 찍혔어요. 앨범 커버가 예뻐서 그냥 샀거든요. 바로 류이치 사카모토(さかもとりゅういち)의 앨범이에요. 그게 계기가 되서 아시아의 다양한 음악을 들어왔어요.

Elsa kopf tour 2015

엘사 코프와 피에르 파의 2015년 아시아 투어 일정.

정은정: 현재 프랑스의 음악 신(Scene)은 어떤가요?
피에르: 지금 프랑스에서는 무겁고 어둡고 멜랑콜리한 음악이 유행이에요. 그런 음악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어요. 그런데 엘사와 제 음악은 밝고 자연스럽죠. 그러고 보니 이런 점이 프랑스보다 아시아에서 더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 것 같네요(웃음). 세상은 이미 슬프고 우울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슬픈 건 현실로도 충분한데 음악까지 그 역할을 할 필요는 없어요. 게다가 멜랑콜리와 슬픔은 너무 고상하고 엄숙해요. 저는 음악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기를 바라요.

정은정: 엘사의 음악을 모르는 이에게 한 곡만 소개해준다면 어떤 트랙이 좋을까요?
엘사: 딱 한 곡만요? 아,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이번 앨범에서는 “Sugar Roses”라는 곡이요. 두 개의 코드로만 진행돼서 굉장히 쉬워요. 제가 음악을 처음 배웠을 때 알게 된 코드인데요. 그때 두 개의 코드로만 진행되는 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질을 갖추면 쓰려고 아껴둔 아이디어예요. 오랫동안 간직해 두었다가 이제야 곡을 만들어서 공개했네요.
피에르: 마치 건축하듯이 소리를 하나씩 차곡차곡 쌓은 곡이에요. 내가 생각해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곡이기도 해요(웃음). 시간이 많이 흘러도 들을 때마다 만족스러워하며 자랑할 것 같아요.

정은정: 둘은 음악적 동료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친구이기도 해요. 친구이자 파트너로 일할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피에르: 우리는 친구이자 동료고 게다가 이웃사촌이기도 하죠(웃음). 엘사와 저는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해요. 저는 큰 무대에 서야 할 때면 서커스를 앞둔 것처럼 초조해요. 걱정도 되고 압박감이나 긴장감도 커요. 그보다 저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작은 보석을 만드는 것처럼, 집에서 곡을 쓰거나 창작하는 걸 좋아해요. 반면에 엘사는 ‘내추럴 본 싱어(Natural born singer)’예요. 사람들 앞에 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또 잘 해내기도 하고요. 이처럼 둘의 다른 성격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보충해줘요. 우리는 해와 달처럼 상반되지만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예요.
엘사: 피에르 말이 맞아요. 우리의 성격은 확연히 상반돼요. 달라서 오히려 잘 융화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예술적인 관점이나 음악적 취향은 비슷하거든요. 그 점이 우리가 친구일 수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정은정: 엘사와 피에르가 알고 지낸 지도 벌써 15년이나 됐어요. 서로의 10년 후를 상상할 수 있나요?
엘사: 피에르는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어른아이일 거예요. 여전히 스쿨 푸드를 즐겨 먹고, 악기를 연주하고, 잠자기 전에 읽기 좋은 책도 많이 가지고 있겠죠. 아, 물론 몸에 좋은 음식도 먹고요. 그리고 한국의 아름다운 영화를 DVD로도 많이 소장하고 있을 것 같네요(웃음). 십 년 뒤에도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람일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와인처럼요.
피에르: 일단 엘사는 계속 노래를 부르고 쓰면서 행복하게 지낼 거예요. 한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을 테고. 그리고 “Sugar Roses”의 가사처럼 바닷가 근처에 살고 있을 것 같군요?
엘사: 와, 내가 좋아하는 하정우랑 제주도에서?
피에르: 응? 아, 그래그래. 아마도 그럴 거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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