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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도끼, 조월·최태현, 유즈드 카세트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정구원

 

도끼 (Dok2) | Multillionaire | Illionaire Records,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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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도끼의 서사는 명확하다. 이는 명확한 만큼 장점이자 단점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도끼는 서사를 좀 더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그러한 세밀한 부분 자체를 하나의 연출로 만들어낸다. 여기에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진 덕에 서사와 정확히 부합한다고 느껴지는 트랙을 선정하여 좋은 랩을 풀어낸다(여기에는 영 찹(Young Chop)이나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 등 프로듀서들의 이름값도 한 몫 한다). 도끼의 랩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스스로의 가사를 ‘잡지’라고 했지만, 이번 앨범에 담긴 이야기들은 좀 더 책에 가까운 것 같다. 다만 감동을 주는 부분을 두고 굳이 멋이 있다/없다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소위 말하는 한국적인 맥락이 있기도 하다. 여기에 앨범 전반부와 후반부가 크게 갈리는 부분 역시 호불호를 좌우할지도 모른다. 7.5/10

임승균: 최소한 두 가지 영역에서 도끼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래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미고스(Migos)나 믹 밀(Meek Mill) 같은 동시대 랩스킬의 최신 조류를 정확히 이해하고 여기에 발맞추어 트랩에 최적화된 한국어 래핑을 구사하는 것, 또한 가사를 통해 허슬링과 셀프-메이드의 내러티브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 이런 장점들은 앨범 전반부의 6곡 모두에 걸쳐, 특히 “내가”와 “111%”에서 명확히 증명된다. 반면 오랫동안 지적받아온 ‘단조로움’에서 벗어났음에도 “Ain’t Comin’ Down”이나 “We Gotta Know”, “Still On My Way”를 제외하면 후반부는 다소 평이한 인상. 한편 몇몇 곡의 비트는 영 아쉬운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Multillionaire”에서 DJ 머스타드(DJ Mustard)의 비트는 선공개 싱글로서 각종 보도자료를 위한 소재가 되는 것 이외에 이렇다 할 가치가 있었나 싶다. 안타깝게도 (혹은 다행히도?) 잘릴 비츠(Jahlil Beats)가 “Spirit Of Ecstasy”로 그 이름값에 부족하지 않은 결과물을 제공했기에 더욱 그렇고. 6/10

 

조월·최태현 | 거울과 시체 | 클럽비단뱀, 2015.06.26

조월최태현_거울과시체

정구원: 울타리를 사이에 끼고 자라난 나무의 모습을 담은 불길한 사진처럼, [거울과 시체]는 예민하게 형성된 신경증적 소리를 통해서 청자들에게 불안을 유발시킨다. 다만 그 소리가 ‘완전히 새로운’ 것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이것이 디스 히트(This Heat),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Public Image Ltd.), 스웰 맵스(Swell Maps) 등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를 풍미한 일군의 실험적 펑크 밴드들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울과 시체]는 30여년 전의 음습한 소리를 불러옴과 동시에 그 소리를 ‘조월’과 ‘최태현’의 교차점 안에서 재구축한다. 간결하고 서늘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댐”과 “아침의 나락”의 가사에서 우리는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과 [깨끗하게, 맑게]의 잔향을 맡을 수 있으며, “세계 음악”과 “Firecrest”에서 고막을 날카롭게 긁어대는 노이즈는 “Whatch”나 “Quick And Dead”에서 쾅프로그램의 기타가 수행하던 바로 그 역할을 이어받고 있다. 그러한 ‘연결’과 ‘연상’을 통해서, 이들의 음악은 ‘그 시절의 소리’가 아닌 ‘지금 이곳의 소리’가 된다. 8/10

최성욱“아침의 나락”과 같이 흐름의 궤를 바꿔가면서 변화를 주는, 그리고 팝의 화법에 보다 가까운 곡들이 귀에 쉽게 들어온다. 다른 곡들은 편안한 감상보다는 집중을 요구하며 쉽게 독해되지 않는다. 여타의 익스페리멘탈/노이즈 사운드와의 상대적 비교가 분석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음반이 조월과 최태현이 아닌 무명의 즉흥/실험음악가가 발매했다면 어떠했을까? (정확히는 얼마나 반향이 있을까가 궁금하다) 사운드의 재료도 사운드가 이질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지점도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5/10

 

유즈트 카세트 (Used Cassettes) | Rock N Rills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201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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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욱: ‘다국적’ 록밴드라고 소개하고있으나, 음악의 출신성분은 전형적 미국식 사이키델릭 로큰롤 사운드다. 질주하듯 내달리기보다는 적당히 끈적거리면서 거칠고 굵게 사운드를 밀어 붙인다. 중간중간 귀가 솔깃해지는 기타 리프를 듣게 되기도 하나, 전반적으로 애매모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템포가 조금씩 늘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블루지하거나 그루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머뭇거리지 말아야 할 지점에서 머뭇거린다고 해야 하나… 음악과는 별개의 얘기지만, ‘지금’, ‘이곳’의 정서를 내뿜지 못하는 국내 음반이라면, 그렇다고 해서 무국적의 신묘함을 느끼게 하지도 못하는 사운드라면 차라리 정제된 해외 라이선스 음반을 듣는 편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6/10

정구원: 어떻게 보면 유즈드 카세트의 첫 정규앨범은 “중고 카세트”라는 밴드 이름에 걸맞는 최초의 결과물일 것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Rock N Rills]는 [Users]보다 좀 더 지저분하고 로파이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그리고 사운드 방향성의 변화에 따라서 송라이팅도 전작과 차이를 드러내는데, 보컬 대니 애런즈(Danny Arens)는 더 정신없이 소리를 질러대고 기타는 훨씬 자유분방하게 울려퍼진다. 즉, [Rock N Rills]는 (그런 게 존재한다면) ‘순수한 로큰롤’을 들려주고 싶어한다(초반 네 트랙은 앨범의 그러한 바람을 특히 잘 보여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앨범 내에서 이들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노래들은 신나게 달려나가는 곡들이 아닌 “Ducati”, “Amy”, “Ghost Stories” 등의 블루지한 미드 템포 트랙이다. 외려 신나고 경쾌한 트랙일수록, 산만하고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해진다. 까끌까끌하게 잘 잡아낸 질감만큼의 고른 송라이팅 능력을 기대했는데, 아쉬운 일이다.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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