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넷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이승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파라솔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정구원 이승열 | SYX | 플럭서스 뮤직, 2015.07.10 김세철: [SYX]를 듣자마자 속으로 ‘어머, 이건 사야 해!’를 외쳤다. 떠도는 말처럼 각별한 역작이거나 실험적인 음반이어서는 아니었다. 사실 이 음반엔 그런 규정들이 어울리지 않는다. 전자음을 얹은 홈 레코딩 록 음반은 드물어 보일지는 몰라도 상상 못 할 파격은 아니다. 베트남 전통 악기 단보우로 일관성을 부여한 긴 곡들이 담긴 전작 [V]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SYX]에는 일관성도 긴 호흡도 없다. 그리고 바로 그 덕에 [SYX]는 복잡한 감정을 늘어놓은 좋은 팝 음반이 되었다. 첫 곡 “Asunder”은 단순한 신스 멜로디의 평온함과 돌출하는 기타의 불편함을 섞는다. 다음 곡 “A Letter From”은 세월호 피해자의 영혼을 상상하며 비장해지지만 사랑 노래 “Amore Italiano”를 지나면 춤추기 좋은 블루스 록이 쏟아진다. “Ave”가 가사로 장난을 치고 “Come Back”이 욕을 뱉는가 싶더니 끝엔 제목조차 못 붙이도록 진지한 “노래 1”이 놓여있다. 긴 시간 만들었을 좋은 노래들이 실렸지만 일관된 기획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SYX]는 ‘저번만 못하다’고 반응할 음악 애호가와 여전히 ‘이게 뭐냐’고 물을 가요 지지자 모두를 배반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만큼은 여전히 파격적이다. 이승열은 견실히 자기 세계를 쌓아 자연스럽게 보여주겠단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간지’에 넘어간 사람은 끝내 이렇게 말하고야 만다. 어머, 이건 사야 해! 7.5/10 성효선: 이승열의 끊임없는 음악에 대한 탐구심과 열정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오랜 시간 음악 활동을 하다 보면 때로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거나 답습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법한데, 이승열은 같은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맨밴드 레코딩(one-man-band-recording)’을 시도한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과는 정반대의 작업 방식을 띄고 있지만, 소리의 질감에 집중하고 공간의 소리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 [V] 앨범의 연장 선상에 놓여 있다. 그러면서도 멜로디를 놓지 않고 있어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온다. 노래는 가벼워졌지만, 노랫말은 더욱 직접적이고 내밀해졌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담은 “A Letter From”, “Come Back”이나 갖가지 폭력을 당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노래 “Love For Sale”은 타인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고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며 위로하기도 한다. 음악에 대한 고집과 내면의 날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으면서 음악성과 대중성 또한 놓지 않고 있는 이 앨범은 도무지 안 반하려야 안 반할 수가 없다. 7.5/10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썬파워 | 아시아레코즈, 2015.07.07 정구원: 2집 [우정모텔]의 “생두부”, 혹은 [Seoul Seoul Seoul]의 “서울사람”을 11곡짜리 앨범으로 늘리기. [썬파워]는 그런 느낌의 앨범이다. 이야기는 한층 낙관적으로 변했고(“노인생각”, “재미”) 사운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강조하면서 다이나믹하게 뛰논다(“No Clothes Party”, “바디 러버”). 그러면서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특유의 의뭉스러움과 능청은 잃지 않았다(“젊은이”, “UFO”). 다만, 이 모든 특성들이 조화롭게 섞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유보적이다. 매치되지 않는 아이템들을 걸치고 있는 듯한 느낌. 하지만 이러한 인상은 [우정모텔]을 처음 들었을 때도 느꼈던 인상이었다. 요컨대, 이 앨범 역시 시간이 답을 내려 줄 것이다. 느긋하게. 7/10 조지환: 한껏 진이 빠진 흥겨움이다. 이 가혹한 피로사회에서도 그들은 남은 힘을 쥐어짜 노련하게 신명을 낸다. 그야말로 썬파워라 하겠다. 사람들을 춤 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옛날옛적부터 음악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썬파워]에는 춤을 출 기운도 나지 않는 지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려 하는, 그런 노력이 담겨있다. 이토록 독특한 ‘진 빠진 흥’은 “No Clothes Party”에 잘 나와있다. 이들은 그저 일어나 춤 추라는 것이 아니다. 구남은 여러분을 위로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의 흥은 여러분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과도 같다. ‘지구가 막을 수도 없이 빠르게 망가져 가고 있다’고 해도, ‘음악은 가끔 마음을 위로해’주니까. 7/10 파라솔 | 언젠가 그 날이 오면 | 두루두루amc, 2015.07.17 조지환: 이들의 매력은 애매함이다. 구질구질 하면서도 도도한 가사, 엉성하게 세련된 사운드가 그렇다. 최근 인디씬에 등장했던 밴드들은 매력적으로 미숙하거나 매력적으로 능숙한 연주를 들려주었지, 이렇게 매력적으로 애매한 연주를 들려주진 않았다. 냉소적인 가사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무게를 덜어낸 듯한 화법이다. 이들의 가사에서 느껴지는 냉혹함은 앨범 자킷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요상야릇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 바로 이 애매한 요상야릇함을 키치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정말 잘 만들어진 키치는 라디오헤드 만큼이나 훌륭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듣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혹시 이 음반을 듣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법원에서”-“너의 자세”-“언젠가 그 날이 오면”으로 이어지는 사랑 삼부작은 꼭 듣기를 바란다. 8/10 김세철: 고단한 삶을 밀어나갈 기력이 필요한 사람에겐 추천하기 어렵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은 갓 데뷔한 인디 밴드에 흔히 기대하는 낭만의 반대편에 있다. 여기에는 사랑도 혁명도 없다. 첫 곡 “법원에서”만 들어도 사랑은 머리맡에 던져둔 이혼 서류와 함께 멋없게 끝난다. “나도 수많은 다른 개미들과 같다(어느 거리에)”는 성찰은 있지만, 파라솔은 저항하는 대신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결국은 이불 속에 몸을 넣(뭐 좀 한 것처럼)”고 만다. 이렇게 뻔한 청춘의 이미지를 다 지우고 나니 음반에는 구태여 밝은 척도 아픈 척도 하지 않은 실패의 기록만이 남았다. 무기력한 자세지만 이런 무심함이야말로 요즘의 청춘이 지닌 민낯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런 민낯마저 아름답게 들려주는 것이 이 음반의 미덕이다. 가볍게 울리면서 공간감을 만드는 기타, 유독 튀어나와 음을 먹먹하게 눌러가는 베이스가 무심한 분위기를 받아들이게 한다. 그렇게 파라솔은 “우리는 얼굴이 없지(부러진 의자에 앉아서)”라는 고백마저 아름답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힘이 되는 건 위로나 힐링이 아닌 이런 고백들일지도 모른다. 7.5/10 정구원: [언젠가 그 날이 오면]의 앨범 소개문구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혹자는 파라솔 1집을 두고 무관심의 음악이라고도 표현한다. 너무 쿨하다 못해 차갑게 느껴질 정도라고.’ 이것은 꽤 정확한 표현이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의미의 ‘쿨’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운드와 송라이팅의 측면에서, 파라솔의 음악은 빈 공간을 의도적으로 군데군데 남겨 놓은 프로듀싱과 프로듀싱의 빈 공간을 세심하게 채우는 정교한 연주, 왕도를 살짝 벗어나면서도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는 멜로디로 특징된다. 정서의 측면에서, 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일견 냉소적이면서도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서글픔을 한 모금씩 쥐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정서의 방향은, 전형성과 비전형성을 넘나드는 송라이팅과 뒤섞여 가늠하기 어려운 궤적을 그린다. 의도된 허술함과 계획되지 않은 공진resonance 사이, 파라솔의 ‘쿨함’은 그 특정하기 어려운 음악적 틈새에서 원동력을 얻는다. 아니, 그 틈새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단순히 ‘쿨함’이란 표현만으로 설명하는 건 이 작품이 가진 힘을 절반도 보여주지 못한다. 모호함과 미묘함이 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쾌감. 9/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