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노동절, 미국 뉴욕 월 스트리트에서 오큐파이(Occupy)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에서는 메이데이 집회가 진행됐다. 연단에 오른 톰 모렐로(Tom Morello)의 첫마디는 다름 아닌 한국의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꿈의 공장]이 개봉하고도 벌써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2007년 이후 햇수로 5년을 넘긴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다. 2011년도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이 이들-과 [꿈의 공장]-에게 돌아갔지만, 평생에 걸친 노동이 남긴 후유증과 무단해고로 인한 생계고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대전 콜텍에서는 고추장과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판로 확보가 막막해 사정은 별로 좋지 못하다. 현재 조합원 가운데 여섯 명만이 농성장에 남아 있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고추장 사업장부터 타 악기업체 비정규직에 이르는 생계투쟁을 나가면서 농성장에 조합비만 지원하는 상황이다. 물론 그들은 여전히, 다시금 기타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몇몇 조합원들은 2011년 말부터 ‘콜트콜텍 노동자 밴드(이하 콜밴)’로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기타가 실제로 연주되는 모습을 더 이상 기타를 만들지 못 하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던 노동자들이, 직접 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직은 서툴지만, 연영석의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를 시작으로 한 곡씩 레퍼토리를 늘려가고 있는 ‘콜밴’은 2011년 12월 클럽 빵에서 첫 공연을 치른 이후 매달 한 번씩 열리는 클럽 빵의 수요문화제, 그리고 쌍용자동차와 재능교육을 비롯한 여러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에서 무대에 서고 있다.

한편 ㈜콜트악기 홈페이지의 회사 소개(http://www.cortguitars.com/ko/webpage/company)에 따르면, “콜트의 Global Supply Chain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와 중국 대련에 각각 소재한 최첨단 생산 공장으로부터 연간 100만대에 육박하는 기타를 생산 수출”하며, “50여 년의 농축된 악기제조 경험과 최첨단 자동화 설비의 만남으로 기타 제조업 역사의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부평과 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2010년 박영호 사장은 몇몇 원로 뮤지션들을 초빙해 “기타의 선율로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콜텍 문화재단(http://ctcf.or.kr/)을 설립했고, 2011년 들어서는 울릉도 초등학교에 기타를 기증하는 등 나름 활발한 ‘사회사업’을 벌이고 있다. 직장폐쇄와 부당해고 이후 햇수로만 5년간 해고 조합원들이 그토록 면담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받아들여 주지 않았던, 바로 그 사주가 행하는 ‘공감’과 ‘나눔’, 그리고 ‘소통’이다.

물론 사측이 부당해고 문제를 잊었을 리 만무하다. 박영호 사장의 동생 박종호 씨가 대표로 있는 악기 유통업체 기타네트(http://www.guitarnet.co.kr)는 작년 7월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국내 인디밴드들에게 콜트 홍보대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콜트/콜텍 노동문제에 대한 밴드들의 물음에 사측은 “해고 조합원들에게 각각 2억 원씩 지급하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2007년 부당해고 이후 콜트악기 사측은 조합원들과의 교섭을 진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결국 갤럭스 익스프레스 측이 사실확인을 문의하자 사측은 “앞으로 2억씩 주고 해결할 예정”이라 답함으로써 사건은 한편의 블랙코미디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밴드들은 홍보대사를 거절했다)

‘공적인 대응’도 빠질 수 없다. 올해 2월 23일 대법원은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제기한 정리해고 구제신청 소송(에 대한 사측의 상고)에 대해 콜트는 원고 승소를, 콜텍은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실질적으로 동일한 하나의 사건을 놓고 내려진 두 가지 판결은 당혹스럽지만, 더욱이 사측은 승소한 콜트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예보 공문을 보냈다. 소송의 원인이 된 해고가 일방적인 폐업에 의해 이루어졌던 것이기에, 예전 해고 건에 대해 승소했다 하더라도 “현재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2012년 현재 시점에서의 다시 정리해고를 통지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콜트악기는 소송 패소 직후 인천공장 부지를 매각했고, 결과적으로 해고 조합원들의 싸움은 다시 그 끝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새롭게 이야기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상황 자체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음악은 자기 스스로 어느 무엇도 바꾸지 못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단지 어떤 음악이나 어떤 영화는 사람들에게 지금 어디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넌지시 알려줄 수 있을 뿐이다. [weiv]가 지금에 와서 [꿈의 공장] 상영회를 여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 알고, 계속 기억해야만 한다. 물론, 또 한 번,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 임승균 obstackle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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