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다섯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실리카겔, 세이수미, 인피니트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정구원 실리카겔 |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사슴의 다섯가지 시각 EP | 자체제작, 2015.06.27 정구원: “흐름”의 처연한 기타 연주를 받치면서 청자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베이스라인, 남상아가 나지막하게 숫자를 세기 시작함과 동시에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악기들, “Sister”의 초장부터 루프하는 신시사이저의 아름다운 멜로디. 프로그레시브한 기운이 감도는 포스트록을 기반으로 하는 실리카겔의 데뷔 EP에는 다양한 악기로 만들어낸 비범한 훅들이 가득하다. 여기에는 악기 사이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고유한 소리를 또렷하게 살려내는 프로듀싱도 한 몫을 한다. 예열이 끝나고 달려나가기 딱 좋은 타이밍에 끝나버리는 짧은 길이가 못내 아쉽지만(이것은 앨범과 곡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데뷔작이라는 걸 고려해 보면 이 정도 감질맛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진짜 실리카겔 봉지로 만든 패키지는 올해 가장 독창적인 앨범 디자인으로 꼽고 싶다. 7.5/10 세이수미 | Big Summer Night EP | 일렉트릭 뮤즈, 2015.07.14 최성욱: 나긋나긋한 보컬과 시종일관 부드럽게 귀를 간지럽히는 노이즈, 부유하는 기타 사운드가 달콤하게 조화를 이룬다. 거칠고 로파이한 록 사운드에서 시작하여 무드 팝과 보사노바 등을 거친 후 다시 노이즈 가득한 사운드로 마무리를 짓는 구성도 돋보인다. 조금 덜 진지하고, 유쾌한 요 라 탱고(Yo La Tengo)라고 하면 적절할까? 이외에도 몇몇 레퍼런스들이 연상되나, 뻔하게 느껴지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구성도 사운드도 잘 짜여 있다. 음악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마케팅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밴드, 앨범의 콘셉트를 ‘바다’, ‘여름’ 등으로 몰아가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사운드 자체만 놓고 보자면 딱히 바다, 여름이 연상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특정한 이미지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방해하고 있다. 8/10 정구원: 전작 [We’ve Sobered Up]과의 비교로 시작하면, 우선 사운드가 깔끔해졌다. “Bad Habit”이나 “My Problem”의 메인 멜로디 라인은 전작의 어떤 곡보다도 훨씬 선명하게 들리고, 요 라 텡고(Yo La Tengo)를 가장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Summer Night”에서는 베이스와 기타 소리가 싱그럽게 어우러진다. 반면에 앨범 단위로서의 응집력은 줄어들었다. 반복과 루프를 통해서 느슨한 구조를 쌓아나가는 것을 특징으로 했던 데뷔앨범과는 달리, [Big Summer Night EP]의 트랙들은 EP 전체를 관통하는 방법론을 갖추지 않은 채 단편집처럼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하지만 깔끔한 사운드보단 로파이한 지글거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트랙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더 선호하는 청자도 존재할 테니, 이것이 결코 절대적인 장점이나 단점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EP는 제목 그대로 커다란 여름 밤에 틀어놓기 좋은 사랑스러운 록 넘버들로 가득하다. 그 사실이 다른 모든 특징을 아무래도 상관없게 만든다. 7/10 인피니트 | Reality |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5.07.13 박준우: 인피니트의 많은 부분이 녹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해왔던 타이틀곡, 그룹에게 있어 중요한 시점 등 여러 이야기가 생각나며 자연스럽게 성장 서사를 그려낸다. 그 성장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안무와 파트 분배가 아닐까 싶다. 현악기를 향한 사랑은 변치 않지만 발라드 넘버는 가장 세련된 지점을 보여주는가 하면, 각각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Moonlight”, “엔딩을 부탁해”와 같은 넘버들도 타이틀곡만큼의 매력을 발산한다. 많은 이들이 충분히 이야기하겠지만, 그룹의 위치나 시장에서의 지점을 생각하면 더욱 재밌는 앨범. 8/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