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둘째 주 위클리 웨이브는 나팔꽃, 오타키 X M.E.D., 콤파스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 진행: 정은정 나팔꽃 | 진미(眞味) EP | 자립음악생산조합, 2015.07.18 이선엽: 나팔꽃은 흑백사진처럼 세월과 함께 흐릿하게 바래진 60-70년대 대한민국 여성 뮤지션 특유의 이미지 위에 색을 덧입혀 선명하게 복원해냈다. 아지랑이처럼 빛을 내는 네온사인이 연상되는 음악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키워드는 단연 ‘전기’이다. 제목과 노랫말 속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 낱말은 진하고 얼큰한 기타 소리와 그에 어우러진 두 여성의 간드러진 목소리에서도 묻어 나온다. 짜릿하게 흐르다가 따끔하게 쏘기도 하고, 돌연히 정전되었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마냥 약간은 위태롭기도 하다. 비록 남자이지만 나도 한번쯤은 이들을 ‘누나’보단 ‘언니’라고 불러보고 싶다. 7/10 김세철: 무키무키만만수와 미미 시스터즈의 중간쯤이리라 여겼다. 몇번 더 듣고선 안일한 판단이었음을 알았다. 무키무키만만수가 절제 없는 폭주를, 미미 시스터즈가 능청스런 유머를 구사한다면 나팔꽃은 그보다 복잡한 정서를 노린다. 보컬은 트로트 같은데 편곡은 디스토션 걸린 전자 기타가 이끈다. 전자 기타와 울림이 큰 신디사이저와 거의 빈 저음역은 차라리 어둑한 공간감을 만든다. 이처럼 [진미(眞味)]에는 통속과 사이키델릭을 교차시키려는 야심 찬 계산이 담겨있다. 쿵짝이는 리듬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좌우의 기타 솔로가 환각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누워서 부르스”가 특히 그런 것처럼. “전기 올랐어요”로 시작해 “전기 내렸어요”로 맺는 구성에서도 의도된 계산이 엿보인다. 물론 의도가 과해 아쉬운 대목들도 있다. ‘언니 인턴 삼 개월 했어’ 같은 가사는 현실을 반영하겠단 의도가 선해서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들리고(“언니가 살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명랑하게 들리는 가사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불평에도 ‘누워서 부르스를 추네 옛사랑은 가슴에 묻고’ 같은 통속적인 쓸쓸함에는 도리 없이 넘어가고 만다. 기쁜 마음으로 더 나은 다음을 기다린다. 7/10 오타키 (Otakhee) X M.E.D. | Psychedelic Weather | Greater Fools, 2015.07.22 정구원: 한국의 힙합 프로듀서 오타키(Otakhee)와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스톤 쓰로(Stone Throw)의 대표적 MC M.E.D.의 콜라보레이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꽤 큰 기대를 가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sychedelic Weather]는 그러한 기대감을 절반 정도만 충족시켜 주는 결과물이다. 불규칙하게 꼬인 스텝을 밟아나가는 비트와 기묘하게 뒤틀린 형태로 고막에 꽂히는 악기 소리들, 앨범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로 기능하는 소리의 공백은 오타키라는 프로듀서의 아이덴티티를 증명하는 동시에 레코딩 전체에 기괴한 공기층을 형성한다. 하지만 ‘소리의 공백’은 각 트랙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대가로 입체적인 구성을 희생시킨다. 얇게 형성된 사운드 구조는 각 소리의 질감을 살리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단조로움을 회피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M.E.D.의 랩 또한 “Wurrup”을 제외하면 비트와 유기적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오타키 특유의 추상적 프로듀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둡게 빛난다. 6.5/10 이선엽: 이전까지는 국내 랩퍼들과 외국의 아티스트 간의 합작에서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의의를 부여하며 만족거리를 간신히 찾아내야만 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본 앨범은 단순히 합작이란 선에서 그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넓힌 실험의 결과물이다. 오타키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독창성 강한 사운드를 선보였고, M.E.D.는 그 위에 걸맞게 랩을 입혀주었다. 다만 비중이 프로덕션 쪽으로 편향된 탓인지 반면 M.E.D.의 존재감이 또렷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외부적인 요소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그의 이름처럼 자급자족(autarky)에 거의 가까이 다다라있다. 과연 환각적인 날씨(“Psychedelic Weather”)란 어떤 날씨일지 궁금하다면, 무심하고 투박한 그의 로파이 사운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6.5/10 김세철: 우선은 말의 무게에 눌린다. 홍보자료 속 무수한 장르명과 참가자 명단부터가 위압적이고 어둑한 앨범 아트도 그런 인상을 부추긴다. 그런 말의 위엄을 걷어내고도 일단 매 순간 소리의 질감은 만족스럽다. 많지 않은 악기가 여백을 만들고 그 사이로 독특한 소리들이 돌출한다. 드럼 샘플은 랩을 얹을 리듬을 만들고 잘게 쪼갠 글리치 리듬은 그 아래에서 불안감을 조성한다. 소리를 지루하지 않게 밀고 나가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모든 곡은 4분을 넘기지 않고 “Blank 2”나 “P.E.G.A”는 그 시간 안에서도 몇 차례의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그러나 음반 전체를 이어 듣기는 여전히 버겁다. 비슷한 기괴함과 불안감을 모든 곡이 시종일관 반복하고 있는 탓이다. 일관성의 대가로 피로감까지 얻은 셈이다. 어쩌면 일종의 도박이었으리라 예상한다. 대부분이 못 견딜 것을 알면서도 많지 않을 청자를 향한 도박을 거는 심정으로 이런 기획을 일관되게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듣는 이들도 이 음반에 한 번쯤 내기를 걸어도 좋겠다. 단 몇 명의 사람이 단 몇 개의 곡이라도 더 사랑하게 된다면 이런 식의 내기는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7/10 콤파스(Compass) | Expo | Idean, 2015.07.27 정은정: 콤파스가 그동안 들려준 음악의 확장형이다. 앰비언트에 바탕을 두면서도 신스 팝과 칠 웨이브를 아우른다. [Expo]는 전반적으로 그들이 채집하고 연구한 소리의 요소를 봉합하고 배열하는 방식으로 사운드를 제시한다. 또한 “Human Ahivement”에서 리드 격으로 전자 기타 사운드를 사용했는데 강렬한 전반부가 인상적이다. 한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이들의 음악은 백색 소음을 표방하지만, 그래도 좀 더 드라마틱한 구조를 띠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6/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