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한국 대중음악 저널리즘과 비평, 연구의 거리를 줄여 각 분야의 생산적 관계를 도모하는 동시에, 음악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연구 저작들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 [weiv]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어떻게’ 알고,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분명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상황이 떠오를 것이다. 특히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한 사람의 음악취향에 변수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라는 것을 증명하고, 취향의 위계질서라는 차원에서 두 논문을 묶어 보았다. 아래 두 논문은 각각 양적연구방법과 질적연구방법을 사용하여 음악 수용자를 분석하였다. 한국에서 수용자의 음악취향에 미치는 원인을 설문지를 통해 밝히려 한 논문과 아이돌음악 수용자 중 청소년의 인식을 초점집단인터뷰로 알아본 논문을 각각 소개한다. 1. 양종회, 「문화적 취향의 분화와 계급: 음악장르를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제43집 5호, 2009 논문 다운로드 (1) http://www.riss.kr/link?id=A76567402 논문 다운로드 (2) http://www.dbpia.co.kr/Article/NODE01297812 #이중에_니취향이_하나는_있겠지 부르디외의 문화자본론은 상층계급이 고급문화를 유지함으로서 대중문화 혹은 저급문화를 가진 하층계급과의 구별을 짓고, 계급구조를 재생산시킨다는 것이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문화자본을 획득하기 위해 상징적 투쟁을 벌이고, 여기서 문화자본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것으로 규정된 상징적 부를 전유하기 위한 도구”로 정의된다. 아비투스는 내면화된 계급구조로, 경제적 계급구분과 계급구성원들의 문화적 상징 및 생활양식 사이를 매개하는 구조이다.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가 곧 “계급의 표시”가 된다. 그러나 미국의 학자들은 미국과 프랑스의 차이를 지적하며 잡식취향-옴니보어(omnivore) 이론을 제시하였다. 미국의 상층계급은 대중문화를 하층계급과 공유하며, 하층계급은 대중문화 혹은 저급문화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프랑스에 비해 이동이 많으며 대중문화에 배타적이지 않은 문화적 관용이 있고, 나아가 문화적 소비가 계급보다 지위가 더 큰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앞선 연구들이 문화의 소비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라면, 문화산업의 생산방식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며, 문화가 생산 및 소비 환경에 따라 파편화되거나 사회계층이 소비와 생활양식에 따라 형성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지고 새로운 요인이 나타나기도 한다. 음악취향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중요한 변수는 연령, 교육, 성별과 인종 등이다. 논문의 연구목적은 한국에서 문화적 취향이 어떻게 분화되는지를 음악장르의 선호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계급이 이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만약 계급이 주요 요인이 아니라면 어떤 요인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지와 의의를 밝히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문화소비유형 중 음악은 고전음악과 대중음악, 그리고 한국은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라는 구분도 있기 때문에 문화적 취향의 지표로 삼기 적합하다. 종속변수인 음악장르의 구분은 매우 다양하나, 논문에서는 ①민속음악, ②트로트/뽕짝, ③재즈/블루스, ④발라드/포크/컨트리, ⑤힙합/랩/댄스뮤직, ⑥록/헤비메탈, ⑦종교음악, ⑧뮤지컬, ⑨클래식, ⑩기타로 분류하였고 이 중 뮤지컬과 기타는 빈도가 낮아 제외하였다. 독립변수는 사회계급, 문화자본, 인터넷 사용여부를 채택하였고 마지막 변수는 성별, 연령, 거주지, 종교, 직업, 소득을 조사하였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한 후 일대일 면접방식으로 진행하였고, 완료된 질문지는 표본의 약 57%인 1431개였다. 발라드/포크/컨트리와 트로트/뽕짝이 각각 32.4%와 30.1%로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음악장르였다. 연구자가 특이한 현상으로 지적한 종교음악도 9.3%로 높은 편이었는데, 특정 종교의 영향이 그만큼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로트는 하층계급이 선호하고 클래식은 상층계급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 장르들은 전체의 40% 미만이라 다른 음악장르인 60%는 계급과 크게 상관없었다. 민속음악, 트로트/뽕짝, 클래식은 연령이 높을수록 선호도가 높았고, 발라드/포크/컨트리, 힙합/랩/댄스음악은 연령이 낮을수록 선호하였다. 트로트/뽕짝은 남성이, 발라드/포크/컨트리와 종교음악은 여성이 좋아하는 음악이다. 문화자본의 측정요소 중 하나였던 부친의 학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결과는 다음과 같다. 트로트/뽕짝은 문화자본이 낮을수록, 클래식, 재즈/블루스, 힙합/랩/댄스음악은 문화자본이 많을수록 선호도가 높았는데, 현재보다 부친의 세대는 교육과 경제력이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므로 문화자본론이 입증되는 대목이다. 종교음악을 선호하는 응답자의 약 90%는 개신교도로, 다른 종교에 비해 종교와 음악적 취향의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 사용여부는 사용빈도가 높으면 발라드/포크/컨트리 음악을 선호하고, 낮으면 트로트/뽕짝을 선호하였다. 응답자가 적지만 재즈/블루스는 부친의 학력과 문화예술교육경험이 유의미한 관계를 가졌고, 록/헤비메탈도 학력이 높은 남성이 좋아하였다.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발라드/포크/컨트리는 연령이 낮을수록, 인터넷을 사용할수록, 개신교가 아닐수록, 사무직/준전문직/서비스직 여성이, 대도시에 거주할수록 더 선호하는 음악으로 나타났다. 트로트/뽕짝은 이와 반대성향으로, 나이가 많고 학력이 낮은 남성일수록 좋아하여 두 장르는 서로 배타적인 관계임을 알 수 있다. 트로트는 역시 테이프 발..라..드(노래방??)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는데, 록과 고학력 남성같이 서구에서 어느 정도 입증된 결론이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난다거나, 트로트-발라드-재즈, 힙합, 락 등으로 이어지는 위계서열 그리고 교회에서 음악을 배운 증언들을 결합시켜 본다면 한국 사회에서 음악이 가지는 특성이 엿보인다. 다만 지나치게 뭉뚱그려 묶은 음악장르의 분류가 아쉽고, 연구가 2009년을 감안해도 인터넷의 영향은 좀 더 비중이 있었어야 한다. 연구자도 언급했듯 한국사회는 과도기를 겪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문화적 취향은 파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서구사회와 다르지만 오히려 계급이 고착화되는 구조로 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섬세하게 시간을 들여 연구할 가치가 있는 주제로 보인다. 2. 류희선, 진소연, 「국내 아이돌음악에 대한 청소년 인식 연구 – 아도르노의 문화 산업론을 중심으로」,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제13권 제4호, 2012 논문 다운로드 (1) http://www.riss.kr/link?id=A100419375 논문 다운로드 (2) http://www.dbpia.co.kr/Article/3025549 아도르노가 문화산업과 대중음악 자체를 비판한지 60년이 넘었다. 클래식에 비교해 낮은 위치를 가지고 있던 대중음악의 역사도 100년이 넘었고, 그 안에서도 새로운 위계질서가 생겼다. 2000년대 후반 한류붐으로 인해 ‘아이돌 음악’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였으나 여전히 대중음악 안에서도 ‘아이돌음악’은 낮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논문에 필요한 배경지식은 거칠게 정리하면 이정도가 될 것이다. 논문 속에서 청소년이 가장 큰 수익원이라거나, 이성적이고 반성적인 사고를 가로막는다는 표현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데, 아이돌산업을 외부에서만 보면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생각이다.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이 대중을 소비의 주체로 만들고 쾌락을 제공해 현실을 도피하게 만든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음악에 대해서는 반복과 동일성으로 청취자가 본인이 예상한대로 음악이 진행되면 우쭐해하는 것마저도 문화산업이 불어넣은 욕망이라고 예를 든다. 몇 년 전 후크송이 유행했을 때 후크송에 대한 비판도 이미 이 내용과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논문에서 기존 음악시장은 20대와 30대 혹은 그 이상의 이용자 중심이었으나, ‘서태지와 아이들’, ‘H.O.T’가 등장한 시기부터 음악시장이 10대 위주로 재편화되었으며 이때부터 10대를 공략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아이돌을 시장에 등장시켰다고 말한다. 아이돌의 가장 큰 특성은 일반적으로 ‘빠른 비트의 댄스곡에 맞춘 화려한 퍼포먼스’라고 규정하고, 이것이 주로 10대와 20대에게 어필한다고 주장한다. 일견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아이돌이 전연령대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근거를 <나는 가수다>의 낮은 순위에서 찾는다거나, 음악시장이 정말 20대와 30대 위주였는지에 대한 검증이 부족한 것, 그리고 주장대로 20대와 30대 위주였다면 ‘왜’ 10대 위주로 재편화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그시절 10대가 자라서… 아이돌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정한 연구문제는 이미 아이돌음악이 표준화되고 규격화되어간다고 전제하고 있으며, 산업 논리에 어떻게 순응하는지, 동일성의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관해 물음으로서 어느 정도 답을 정해 놓고 질문을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이는 원하는 연구결과 도출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면이 있지만, 표준화-규격화와 그룹의 색은 구별되어야 하고, 표준화-규격화의 예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었다면 비판에 힘이 실렸을 것이다. 아도르노는 소비를 통한 즐거움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고 산업에 종속되어 간다고 하였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학생신분으로 인해 이러한 소비의 즐거움이 제한된다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였다. 다른 산업에도 과연 이런 생각을 할지 궁금한데, 음원이나 음반이 저렴한 나라에서 문화산업을 ‘비싸다’고 인식하고 아까워하는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다뤘다면 아이돌 산업과 자본의 논리는 더욱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알면 더 잘 비판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여기서도 해당된다. [이 회사들은 예시일뿐입니다]알고 까면 더 잘 깔 수 있다고요! 참여자들은 아이돌음악의 가사가 의미 없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으며,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주제가 사랑에 편중되어 있는 것은 논문에서도 지적하였듯 한국대중음악의 전반적인 경향이며, 이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다. 그러나 거꾸로 사랑이 아닌 주제를 다룬 음악의 산업 내 위치를 생각한다면 대중의 취향에 맞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논문은 초점집단인터뷰를 통해 아이돌음악은 청소년에게 즐거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과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밝히고, 외형적, 음악적으로는 아이돌음악이 표준화되어 개성이 없지만 산업적으로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놀랍도록 아이돌음악에 대한 기존 담론과 인식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청소년 중 일부 팬이라고 밝힌 사람들을 좀 더 섬세하게 구분하여 인터뷰를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K-pop이 다른 나라에서 더 잘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는데, 아도르노의 문화산업에 관한 사고를 인용하였으면 외부에서 지적하는 식상한 관점이 아니라 아이돌음악 내지는 아이돌 산업의 문제점을 치밀하게 파고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 양인화 peachandcreams @gmail.com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