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인기인 한국 알앤비에 대한 주류 가요의 화답처럼 들리는 곡이다. 라디가 열어젖히고 자이언티와 크러시가 정착시킨 한국 알앤비의 계보에 끼워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뜻이다. 전자 건반과 베이스, 가벼운 리듬에 얹힌 목소리는 “Dream”에서도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소소한 차이도 있다. 일단 건반이 달리 쓰인다. 예컨대 자이언티가 간단한 코드 루프를 만든 뒤에 말하듯이 자유롭게 멜로디를 얹은 듯하다면 “Dream”의 건반은 보컬 멜로디에 착 달라붙어 목소리를 받쳐주기 위해서만 연주된다. 간주의 브라스 샘플이나 대화하는 혼성 듀엣 역시 최근 가요에서 자주 듣던 구성이다. 이런 대목들이 “Dream”을 알앤비에서 가요 쪽으로 살짝 당겨온다. 알앤비와 가요 사이라는 이 위치는 곧 “Dream”을 기획한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의 위치이기도 하다. 상업성이 검증된 장르를 노련한 프로듀서에게 맡겨 더 친숙하게 구현하는 미스틱의 고급 가요 전략은 정석원이 아닌 박근태가 만든 “Dream”에서도 반복된다. 마치 주류와 비주류의 사이에서 새로운 경향에 빛을 주는 것이야말로 미스틱의 정체성이라는 듯이.

그러나 “Dream”이 정말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새로이 놓인 곡일까. 새로우냐는 물음에 물음표가 찍힌다. 보컬에 달라붙은 건반은 자이언티, 크러시의 “그냥”에도 있었다. 사랑을 시작하는 혼성 듀엣의 대화라면 소유, 정기고의 “썸”이 먼저다. 나오는 곡마다 1위에 오르는 ‘음원 깡패’의 장르를 비주류라고 말하기도 좀 민망하다. 힙합 예능들은 매번 화제고 대형 기획사들은 별도의 레이블까지 만들어 이들을 포섭하려 한다. 알앤비, 힙합이 그만큼 주류에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주류와 비주류를 양쪽 끝에 세워 중간을 노리는 간편한 전략이 이제는 먹히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알앤비와 힙합처럼 주류나 비주류로 나누기 힘든 움직임들, 장르와 인맥을 중심으로 뭉친 블록들이 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미스틱의 주축인 90년대 프로듀서들과 슈퍼스타K 출신들 역시 일종의 블록이다. 그렇다면 “Dream”은 몸집을 키운 미스틱이 알앤비라는 새 블록, 아이돌이라는 새 시장에 손을 뻗친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사정과는 무관하다는 듯 “Dream”은 아름답다. 뻔한 이유지만 수지와 백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쁘게 붙여볼 수 있는 사랑의 환상은 아이돌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스틱은 아이돌 시장의 두 회사, SM과 JYP 사이에 서서 예쁜 사람들을 빌려왔다. 윤종신과 박근태의 인맥만으로 기획이 성사된 건 아닐 것이다. 규모는 충분히 커졌지만 아이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는 않은 미스틱의 위치야말로 SM과 JYP의 중간지대를 자처할 배경이 된다. 물론 미스틱에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와 2AM 출신인 정진운이 있다. 그러나 미스틱은 아이돌을 데려와서도 음악성, 진정성 따위의 인상을 심어주려 애써왔다. 바로 이 전략이 “Dream”의 영상에서도 빛을 발한다. 영상은 주로 인디 음악을 소개해 온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유사한 촬영을 통해 가사를 마치 실화처럼 연출한다. 애를 태우면서도 서두르지 않는 백현의 태도, 밀고 당기려다 결국 속마음을 전하는 수지의 표정, 둘의 수줍은 하이파이브가 실화처럼 느껴지는 순간 익숙한 음악이란 불만도 무색해진다. 사실인 듯 연출된 꿈, 사랑이 시작되는 이 ‘기분 좋은 꿈’에 항복을 선언하게 된다.

꿈은 현실이 아니기에 무력하다. 그러나 ‘다시 잠들고 싶’은 위안만은 확실하게 선물한다. 모든 노래가 위안만을 건네는 세계는 끔찍하겠지만, 이토록 작고 확실한 행복마저 사라진 세계는 그보다 더 끔찍할 것이다. “Dream”에는 그런 행복이 담겨있다. 게다가 잘 만든 환상은 가끔 현실마저 드러낸다. “Dream”의 예쁜 연애가 저마다의 연애를 돌아보게 하는 것처럼. 그러므로 소망한다. 이런 꿈들이 더 생기기를. 지난한 현실로부터 아이돌이라는 환상을 떼어내어 오래도록 건강히 간직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익숙한 현실을 달리 보게 하는 훌륭한 환상들이 늘어나기를. | 김세철 nolonelysqua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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