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에메랄드빛 바다 물결 위에 흰 사인파가 그려져 있는 자켓을 가진 싱글이 발표됐다. 부유하는 듯한 베이스와 어딘지 모를 먼 곳에서 들려오는 스네어 비트, ‘Every little piece in that ship / Never ever never ever forget’이라고 읊조리는 목소리가 겹친 쓸쓸한 댄스 트랙. 두 일렉트로닉 뮤지션 새벽과 커널스트립(Kernelstrip)이 함께한 SINE이라는 듀오. 2015년 가장 인상적인 일렉트로닉 트랙 중 하나였고, 이 트랙을 통해서 새벽이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지난 1월 30일 발매된 새벽의 EP [Division]에는 “Oblivion”의 원 버전이 수록되었다. 댄서블한 느낌은 줄어들었고 사운드의 결은 살짝 얇아졌지만, 대신 그 자리를 더 깊게 가라앉은 사운드와 이따금씩 반짝거리는 신스 소리, 그리고 보다 가까이서 울리는 새벽의 숨소리가 채운다. 그럼으로써 “Oblivion”의 원 버전은 보다 명백하게 듣는 이의 ‘감정’을 겨냥한다. 하늘을 기억하라. 바다를 기억하라. 공기를, 밤을, 그 광경을 기억하라.

이 노래가 완성된 날짜인 4월 16일과 이 노래의 노랫말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Oblivion”은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스스로 깊은 바다 속을 형상화함으로써 그 날의 기억을 청자들의 심상 속에 다시 한 번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한 힘을 지니고, “Oblivion”은 망각에 저항한다. 그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 정구원 lacel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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