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상반기 쇼트리스트는 밤신사, 데드버튼즈, 빌리 카터, 비솝, 스위머스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밤신사 | 실화를 바탕으로 | 비트볼, 2015.12.22 조지환: 지금의 한국 음원시장의 유통구조를 생각해볼 때, 꽤나 도전적인 유통방식을 선택한 음반이다. 나는 이 음반을 듣기 위해 처음으로 밴드 캠프에서 음원을 결재해보았다. 더구나 CD로는 판매되지 않는다. 이 음반은 카세트 테이프와 LP 바이닐로 발매되었다. 그야말로 ‘아날로그적’이다.유통방식뿐만 아니라 음반의 내용에 있어서서도 밤신사는 보다 ‘아날로그적’이던 그 때를 겨냥한다. 그들은 일관되게 60년대와 70년대 사이 런던 어딘가를 그려내는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비틀즈를 레퍼런스로 두고있지 않은 밴드가 얼마나 있겠냐마는, 밤신사는 특히나 비틀즈와 그 당대의 영국 락을 재현하려는 듯 보인다. 연주에 속도가 붙으며 기타가 솔로를 치고 들어올 때는 레드 제플린의 정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 시절의 로큰롤을 그리워하는 이들이라면 반갑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 명 한 명 잔뼈 굵은 세션들이 모여 노련하게 만들어낸 사운드는 음반의 매력을 더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이 드는 점은 아쉽다. 분명 한 곡 한 곡 밋밋한 곡들은 아님에도 그렇다. 이 점에선, 위에서 말한 일관성이 그들의 약점이 되는 듯 하다. 곡들이 모두 똑같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타의 톤 등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곡들마다 큰 변화 없이 이어진다. 첫 트랙을 들을 때의 듣는 재미가 마지막 트랙까지 계속 될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6/10 데드 버튼즈 (Dead Buttons) | Some Kind Of Youth | 러브락 컴퍼니, 2016.01.13 정구원: 때로는 컨트리하고 블루지한 로큰롤. 때로는 시끌벅적한 개러지 록 (리바이벌). 사운드는 지저분한 노래에선 지저분하게, 깔끔한 노래에선 깔끔하게 잡혔고, 가사는 ‘젊은 뮤지션’이 내세울 법한 테마를 일관되게 노래한다. [Some Kind Of Youth]에서 데드 버튼즈는 데뷔앨범을 내놓은 2인조 개러지 록 밴드가 할 수 있을 법한 음악적 시도를 모두 시도한다. 문제가 있다면, ‘하리라고 예상치 못한’ 시도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코드를 들을 때 충실하게 만들어진 만큼 지루함도 상승하는 난감한 경우를 종종 만나보게 되는데, [Some Kind Of Youth]는 불행하게도 이 경우에 해당하는 앨범이다. 무엇보다도, 데뷔 EP [Whoever You Are]에서 이미 선보였던 “Nothing But You”, “Witch”, “Baby, Please Be Yourself”, “Want It”이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가장 잘 만들어진 곡에 속한다는 건 우려스럽다. 가능성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은 데드 버튼즈라는 밴드의 매력을 보여주기엔 부족하다. 5.5/10 빌리 카터 (Billy Carter) | The Yellow | GMC/Estella, 2016.01.12 정구원: 빌리 카터는 드러머 이현준이 합류하기 전에는 김지원과 김진아의 2인조 어쿠스틱 프로젝트였다. 그러한 내력을 알고 나면 [The Yellow EP]가 단순히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보단, ‘이게 원래 모습 아닌가’라는 인상을 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앰프가 끼어들지 않았을 뿐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Death Letter”의 기타와 쓸쓸하게 교차하는 “Painless”의 두 목소리는 이 밴드가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어떻게 활용해야 매력적으로 들릴지를 잘 알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어쿠스틱 레코딩을 내 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좋은 소품집이다. 6.5/10 비솝(B-Soap) | 짝사랑들 (Crushes) | Cherrymoon, 2016.01.13 김민영: 2008년, 오버클래스 멤버로 알려진 비솝이 정규 1집 [Souvernir]부터 현 2집 [짝사랑들]을 발매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8년이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이 무색해질 정도로,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바뀐다. 웅얼거리는 듯한 불명확한 랩 스타일, 음악은 제목 자체를 ‘짝사랑들’로 지었듯이 답답할 만큼 내성적이고 욕심없는 사운드의 일색이다. 조곤조곤한 랩핑과 단순한 반주의 연속에 신선함과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두 요소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수록곡인 “Girl Plants Cafeteria”부터 “퍼레이드”까지 16곡, 모두가 대체로 비슷한 감상이다. 힙합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기에도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결과가 비솝의 음악이 대부분 유행하는 대중 힙합음악이 지닌 강한 훅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린 다시 또”, “YesYou”에선 잠시나마 기리보이의 느낌이 날 뻔도 했으나, 그래도 음악이 ‘재미없다’라는 의견에 변함은 없다. “짝사랑의 실패자”, 곡 제목대로 음반 자체도 그리 되어버렸다. 예능프로에서 누군가 그랬다.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고. 참 그러하다. 4/10 이선엽: 앨범명에서부터 쉽게 알 수 있듯 짝사랑을 둘러싼 화자의 경험들과 감정선을 담아낸 전형적인 결과물이다. 그 동안의 공백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비솝의 랩은 변함 없다. 코가 살짝 막힌듯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읊조리는 랩은 듣는 이마다 장점 혹은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박자감이나 라임 배치도 정직하다 못 해 단조롭고 상투적이다. 주제가 확고한 앨범인만큼, 크릭(Kricc)이 많은 부분을 재단해낸 프로덕션은 제법 응집력이 있다. “Dive Into The City” 같은 트랙을 제외하면, 몽글몽글한 네오소울 풍의 인스트루멘탈이 주를 이룬다. 서사의 구조나 트랙 배치에서는 치밀한 의도를 엿볼 수가 있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랩은 기승전결을 자아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버벌진트와 케이준 등 오버클래스 동료들의 지원 사격부터 Flash Flood Darlings 등 여러 아티스트들의 참여는 듣는 재미를 가미하기보단 환기를 시켜주는 역할에서 그친다 (“Melting Point”, “중간층”, “Dive Into The City”). 비록 익명이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리미(Rimi)의 참여만큼은 빼놓을 수 없는 반가움이다 (“딱히 그다지 너 따위”). 2000년대 중후반 국내 힙합 씬의 노른자위였던 크루 오버클래스 소속으로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지나버린 세월이 야속할 뿐이다. 5/10 정구원: 음악가가 자신이 정한 한 가지의 테마를 앨범이라는 단위 안에서 살려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응집력을 유지하면서도 다채로운 모습을 놓쳐서는 안 되며, 아티스트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풍광이 어그러짐 없이 청자의 귀 안에서 구현되어야 하니까. [짝사랑들]은 그런 지점들에 있어서 충실하다. 비트보다 선율과 질감을 전면에 내세운 크릭(Kricc)과 로보토미(Lobotomy), 스타더스트(stardvst)의 프로듀싱은 비틀거리는 도시의 밤을 투명하게 비춰내는 무대가 된다. 그 밤의 선율 속에서 비솝의 랩이 가벼운 터치감으로 밤 속의 서사를 그려나간다. 때로는 연인들의 상큼한 밀고 당기기, 이따금씩 실연의 통증과 구질구질함, 혹은 밤을 거니는 자들의 고민. 그것이 때로 지나치게 가볍게 들릴 때도 있다 (드물지 않게 평서문의 형태를 띠는 비솝의 랩은 이런 약점을 분명히 강화시킨다). 하지만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을 띤 어떤 ‘세계’가 음악적인 요소를 통해서 구현되어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라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세계의 응집력은 짧지 않은 비솝의 커리어가 헛되이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다. 7.5/10 스위머스(Swiimers) | Swiimers | ORM Ent., 2016.01.12 정은정: [Swiimers]는 스노우 볼을 닮았다. 떠다니는 파편이 아름다운 혼란의 세계다. 본작은 사운드의 결과 가사의 결이 같은 무늬를 하고 있는데, 팀명처럼 그리고 앨범 제목처럼 부유하는 심상을 담았다. 잡음이 낮게 깔린 사운드와 흐릿하게 울려 퍼지는 보컬은 희뿌연 공간감을 형성하고, 가사는 내면의 혼란스럽고 모순된 사념을 고스란히 담아 띄운다. 드럼과 기타, 보컬이 합창하듯이 강렬해지는 클라이맥스에서는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로 고조된다. 처연함이나 비장미보다 허우룩한 정서에 가깝다. 슈게이징과 신스팝의 차분한 조합이다. 6.5/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