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2]는 강렬했다. 그 이전까지 퓨쳐(Future)를 단순히 트랩 씬의 새로운 강자 – 혹은 토니 몬타나를 52번 반복해서 불러대거나 명왕성과 화성에 동시에 있다고 외쳐대는 재밌는 래퍼 – 정도로 알고 있던 나에게 [DS2]는 그의 음악이 새로운 장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응집력 있는 한 방이었다. 대부분의 트랙이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의 주도 하에 만들어지면서 웅장한 현악 샘플이나 화려하게 날아다니는 신스 대신 두툼하게 귀를 울리는 베이스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미니멀한 앰비언트/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전면으로 나섰다. 차분함과 긴장감을 모두 놓치지 않는 프로듀싱은 퓨쳐의 (오토튠이 가미된) 고유한 래핑과 기막히게도 어울렸고, 앨범은 상업적 성공은 물론 비평적 찬사까지 챙기면서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사운드적 흐름은 드레이크(Drake)와 함께한 믹스테잎 [What a Time to Be Alive], DJ 에스코(DJ Esco)가 참가한 [Purple Reign] 믹스테잎까지 이어졌으며, 1년도 안 되어 나온 정규앨범 [EVOL]에서도 여전하다. 그 중에서도 “Maybach”는 쉼없이 몰아치는 퓨처의 랩과 루프하는 기타 선율, 하이햇 세례를 통해서 3분 40초 동안 청자를 정신없이 몰입시킨다.

누군가는 전형적인 트랩보다 차분한 사운드에 집중하는 퓨처의 새로운 모습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EVOL]이 커리어에 있어서 방점을 찍기보단 방점으로 가는 ‘도중’에 위치한 앨범인 것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Maybach”나 “Seven Rings”, “Lie To Me” 같은 트랙은 퓨쳐와 그 조력자들이 트랩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어떤 식으로든 변주(혹은 탈출)하려는 시도의 일환을 보여준다. 성급한 예상일지도 모르지만, 퓨쳐와 트랩 사이의 관계는 어쩌면 데프톤즈(Deftones)와 뉴메탈 사이의 관계의 재현이 될지도 모른다. 죽어가는 장르에서 탈출해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는 아티스트의 모습. 트랩이 죽는 건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이지만, 퓨쳐는 그 죽음에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그는 아직 충분히 흥미로운 아티스트다. | 정구원 lacel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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