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상반기 쇼트리스트는 Mot, 키라라, 태민, 마마무, 넉살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Mot | 재의 기술 | Mot Music, 2016.02.18 조지환: 본작의 앨범 소개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다. ‘기존의 음악적 정체성은 그대로 가져가는 동시에 밴드 사운드를 진하게 입혔다.’ 전작들에서 찾을 수 있는 Mot(과 이이언)의 음악적 정체성은 무엇일까? 꽤나 복잡하게 짜여진 리듬 파트, 갖가지 방식으로 여러 악기들이 내는 소리들을 조합시켜 만들어내는 사운드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다른 밴드들도 공들여 곡을 쓰면 다들 할 수 있을 법한 것들이다. 여타 뮤지션들 사이에서 Mot을 특별하게 해주는 변별점은 특유의 우울감에 있다. 눅눅하고 무겁우면서도 날카로운 우울감.”날개”나 “서울은 흐림” 같은 곡들이 아마 그 우울감의 극단에 서있는 곡들일 것이다. 전작들에는, 아무리 날씨 좋은 날에 들어도 사람 마음을 우중충하게 만들어놓는 그런 강력한 우울감이 있었다.본작에서 아쉬운 점은, 그들의 음악이 뿜어내는 우울감이 전작들만큼 강력하지 않은 듯하다는 것이다. 분명 진일보한 부분들도 있다. 리듬을 가지고 기교를 부리는 솜씨는 더 정교해졌고, 풀 밴드로 돌아온만큼 사운드 또한 더욱 견고해졌다. 이이언의 보컬에도 좀 더 기교가 생겼다.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들이 귀를 맴돈다. “Perfect Dream”의 인트로,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의 꽉 짜여진 코러스, “편히”의 더 ‘대중적’인 (달리 더 적절한 말을 찾기가 힘들다) 멜로디 등. 하지만 그럼에도 [재의 기술]은 내가 기대했던 만큼 내 마음을 허물어놓지는 못했다. 그 한 가지가 아쉽다. 7/10 정구원: 애석하게도, Mot의 새 앨범에서 내가 진정으로 마음에 들었던 요소는 ‘깊어진 사운드스케이프’ 하나뿐이다. Mot의 가장 큰 강점이 정교한 기술적 형식미와 우울하면서도 달콤한 정서의 비선형적 결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입장에서, [재의 기술]은 둘을 결합한다기보단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Perfect Dream”이나 “Trivia” 같은 곡에서의 변칙적 구성이나 이질적인 사운드는 ‘좋은 음악적 아이디어’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으며, “재와 연기의 노래”나 “지난 일요일을 위한 발라드”에서의 감성적 스토리텔링은 지나친 ‘통속성’을 보이면서 음률로부터 헛도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 밴드 체제에서 만들어진 첫 결과물인 탓인지, 새로운 감정선을 잡는 과정에서의 애매함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재의 기억]의 힘은 그 이전과 비교했을 때 분명하게 부족해졌다. 다만 미니멀한 구성으로 레이어를 쌓아나가는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나 “편히”같은 트랙들의 돋보이는 집중력은 이 앨범 다음의 결과물을 여전히 기대하게 만든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만드는 시행착오는, 어찌 되었든 매력적이니. 5.5/10 키라라 | Moves | Self-Released, 2016.02.16 박준우: 키라라의 음악에는 주저함이나 애매함이 없다. 힘있는 진행과 안정적이면서도 가끔 허를 찔러주는 식의 (좋은 의미에서의) 삐끗함이 주는 매력. 동시에 하나의 곡마다 그 테마가 분명하게 느껴지고, 날카로운 소스 컷팅과 거침없는 신스 운용은 춤추기 좋은 신나는 분위기 이상의 청각적 쾌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Featherdance”, “Hail”에서의 소스 컷팅은 악기가 가진 소리의 속성을 십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굉장히 즐거웠으며, “Sleep Talk”에서는 차분하게 진행하면서도 집중의 끈을 놓지 않는 디테일이 드러난다. 꽤 긴 러닝타임을 가진 “Avalanche”나 “Hail”에서도 키라라는 긴장을 붙잡고 있다. [Moves]는 ‘키라라’라는 정체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앨범이며, 그 정체성은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것들, 그가 이야기했던 것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번 앨범이 많은 이들에게 그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8/10 정구원: “키라라는 이쁘고 강합니다.”라는 첫 트랙의 선언을 허투루 듣지 말자. 이 선언은 [Moves]라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명제니까. 물론 그녀의 음악이 언제는 이쁘지도 강하지도 않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다만 [Moves]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키라라가 이 명제를 앨범 전체 단위로 훌륭하게 실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Revenge” – “Blizzard” – “Featherdance”의 ‘예쁜’ 소리의 향연을 지나 “Fissure” – “Thunderbolt” – “Swords Dance”의 ‘강한’ 비트와 노이즈를 타넘고 “Sleep Talk”라는 막간을 뚫고 지나가면 “Avalanche”와 “Hail”이라는 ‘예쁘고 강한’ 클라이막스가 펼쳐진다. [Moves]는 지금까지 키라라가 들려줬던 사운드를 집대성한 뒤 그녀가 지닌 가치의 궤도를 따라 끊임없이 운동한다. 상쾌한 기타 스트로크와 키라키라キラキラ한 피아노 소리, 4 온 더 플로어(Four-on-the-floor) 비트 사이로 정교하면서도 상큼하게 베고 들어오는 샘플링들, 어떤 대화인지 판별하기 어렵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분노(“Fissure”) 등 키라라의 음악을 이루던 요소는 한층 더 정제된 모양새를 띠고 그러한 운동을 이끌어 나간다. 그 흔들리지 않는 뚜렷한 운동이 나를 설득시킨다. 아마 당신도 어렵지 않게 설득당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춤을 추게 된다. ‘여러분은 춤을 춥니다’라는 그녀의 선언대로. 8.5/10 김세철: ‘이쁘고 강하다’는 선언에서부터 취향의 계보가 읽힌다. 우선 이쁘다는 말에 일본 전자음악의 과거가 달라붙는다. “Blizzard”나 “Hail”는 중음역의 피아노 코드 루프로 곡을 끌고 가던 이들을 연상케 하고, 보컬과 기타 샘플을 쪼개 콜라주한 “Featherdance”는 직접 밝혔듯 코넬리우스(Cornelius)의 작법을 빌려왔다. 강하다는 말에는 클럽 음악의 정체성이 놓였다. 귀여운 음악에서 클럽 음악으로 넘어간 캡슐(Capsule)의 행보를 생각할 수도 있고 “Revenge” 같은 곡에선 초기의 에이티키즈(80kidz)를 떠올릴 수도 있다.그러나 한 음악가의 작품에 다른 이름들을 이렇게 많이 언급했으니 무례한 일이다. [Moves]는 저 모든 이름 대신 키라라를 들을 이유를 납득시키기에 더욱 그러하다. 키라라는 곳곳에서 채집한 취향의 조각들을 새로이 밀어붙인다. 드럼이 큰 소리로 쏟아질 때도 고음역에서는 날것에 가까운 신디사이저 소리가 반짝이면서 ‘이쁘고 강하다’는 말의 뜻을 새로 쓴다. 곡의 구성에선 야심마저 비친다. 반복이 익숙해질 만하면 화성을 바꾸거나 소리를 갈아치우고, 가장 차분하게 시작하는 “Sleep Talk”는 가장 격렬한 끝으로 치닫는다. 키라라의 모든 요소를 담은 듯한 “Swords Dance”는 속도를 바꿔간다는 점에서 전작의 “꽃피면 같이 걸어줘요”마저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키라라는 취향의 계보를 자기 음악의 계보로 옮겨 적는다. 애정과 욕심이 겹쳐진다. 근사한 순간이다. 8.5/10 태민 | Press It | SM Entertainment, 2016.02.23 이선엽: 솔로 아티스트 태민의 모습 속에서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실루엣이 엿보인다. 마이클 잭슨 (Michael Jackson), 브루노 마스 (Bruno Mars), 신화, 더 위켄드 (The Weeknd), 같은 그룹의 종현 등 여러 세대와 문화권을 아울러 팝 음악의 정석에 근접해져가고 있다. 영미권의 메인스트림 트렌드를 좇는 동시에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특유의 색깔 또한 강하게 유지하는데, 테디 라일리(Teddy Riley), 다니엘 ‘오비’ 클라인(Daniel `Obi` Klein), 이현승, 디즈(Deez) 등 SM과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작곡가들의 참여 덕분이라고 예상된다. “Drip Drop”과 타이틀곡 “Press Your Number”만큼은 최근 샤이니가 표방해온 음악적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앨범 수록곡 중에서 거칠고 퇴폐적인 면모도 서슴없이 보여준 그의 파격적인 시도는 다소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Sexuality”, “Guess Who”, “Mystery”). 가사 측면으로는 여러 지점에서 복선과 반복적인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청각적인 관점에서는 앨범 트랙들을 하나로 묶을 정체성이 다소 부족하다. 퓨처 베이스(“Drip Drop”)와 R&B 넘버부터 발라드 트랙(“최면 (Hypnosis)”)까지 다양한 장르의 향연 속에서 앨범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태민에게서는 일말의 역량 부족이나 안일함도 찾아볼 수가 없기에 감히 손가락질을 할 수가 없다. 아티스트가 아닌, 제작자의 과욕으로 조심스럽게 비난의 잣대를 옮겨본다. 7.5/10 마마무 (Mamamoo) | Melting | RBW, 2016.02.26 김세철: ‘귀와 마음을 모두 녹’인다는 뜻에서 붙인 제목이라지만, 마마무의 과거를 녹였다는 뜻으로 잘못 읽어도 괜찮겠다. [Melting]에는 마마무 안에서 시도된 모든 조합이 섞여있다. 브라스 샘플이 강조되는 “넌 is 뭔들”은 김도훈-에일리 조합과도 가깝지만, “Mr. 애매모호”와 “피아노맨”을 직접 언급해 재즈를 끌어들였던 과거를 호출한다. 재즈의 인상을 입히려는 시도는 “나만의 Recipe”나 “고양이”, 보사 리듬인 “Words Don’t Come Easy”에서도 발견된다. [Hello]에서 긱스, 범키와 함께 했던 알앤비는 정기고가 참여한 “금요일밤”으로, [Pink Funky]에서 시작된 발라드는 포비트 반주 위에 애드립을 쏟아내는 “I Miss You”, “Just”로 이어진다. 소소한 변화를 꾀하되 잘하던 것들을 지켜낸다. 진정으로 각별한 건 가사다. 마마무는 구애의 순간에도 자존감을 잃는 법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장점으로 ‘이쁜 척 그런 거 안 해도 날 알아’본다는 걸 제일 먼저 꼽고(“넌 is 뭔들”), 잘 보이려 할 때도 ‘내숭은 어색해 털털하면 어때’라고 말한다(“금요일밤”). ‘예뻐만 해주면 다 되는 줄’ 아냐며 ‘딱 잘라 경고’하기도 하고(“Funky Boy”) “나를 의심”하는 이에겐 “Cash Money 나도 충분히” 번다고 쏘아붙인다(“Girl Crush”). 마마무는 남성의 시선에 삶을 맞추는 대신 여자들의 우정으로 일상을 긍정한다. “1cm의 자존심”의 과한 장난이야 취향을 타겠지만, “고향이” 같은 곡만은 취향을 가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고향과 유년을 추억하다 ‘떠나요 둘이서’를 속삭이는 이 노래는 듣는 이의 삶마저 지지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Melting]을 지지한다. 그런 삶이 지켜지고 나아지고 퍼지기를 소망한다. 7.5/10 김민영: “행복하지마”, “음오아예”, “Piano Man” 등을 히트시켰을 때만 해도, 반짝 성공을 거두었다가 이내 잊혀질 수 있는 걸그룹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선보이는 곡마다 대중의 주목을 꾸준히 지속시키는 걸그룹은 그리 많지 않은 법이다. [Melting]은 마마무를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을 만한 앨범이지만, 마마무의 음악적 변신과 발전이 그닥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자생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만큼, 컨셉 기획에서부터 안무, 작사까지 다양하게 관여하며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 결과다. 힙합, 재즈, 댄스, 발라드 등 최신 대중 음악의 조류를 하나씩 섭렵하면서 세련된 음악적 진화를 겪은 덕이기도 하다. 특히, 솔라의 파워풀한 고음과 잘 배합되는 멤버들의 화음이 인상적인 팝 “넌 is 뭔들”과 성숙한 여인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발라드 “I Miss You”는 마마무의 싱그러운 아우라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난감한 측면도 존재한다. 오글거리면서도 어설픈 스웩을 흉내내는 “1cm의 자존심”과 쿡방과 먹방의 유행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 급하게 생산된 듯한 “나만의 Recipe”에서는 오히려 주류 시스템에 편입하려다 도리어 아류가 되어버린 점이다. 그래도 [Melting]은 약간은 어설픈 그들의 실수도 귀엽게 커버해주는 매력을 가진 음반이다. 신선하고 신나는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애상에 잠긴 듯 독특한 감성을 가진 음악. 마마무다운, 마마무 스타일의 음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다수가 좋아하고 편하게 느끼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8/10 넉살 | 작은 것들의 신 | VMC/Stoneship, 2016.02.04 이선엽: 코드쿤스트(Code Kunst)의 앨범과 딥플로우(Deepflow)의 “작두” 등에서 주객전도 급의 참여로 이름을 떨친 넉살이 드디어 정규 앨범을 공개했다. [작은 것들의 신]은 거창한 야망이나 과시로 대표되는 클리셰와는 거리가 꽤 멀다. ‘개소리를 하더라도 잘 짖어야’ 한다고 확언하는 그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주제들을 재치 넘치는 시적 표현으로 승화시켰다. 어머니의 밥상 (“밥값”), 일상적인 술자리 (“얼굴 붉히지 말자구요”), 매일 겪어야 하는 노동의 자리와 밥벌이 (“올가미”), 가족애, 그리고 단 한 자루의 마이크(“ONE MIC”)에 대한 갈망 등 그가 평생 겪어온 희노애락이 앨범의 뼈대가 되었다. 이 모든 경험담의 구성원이자 관찰자로서 그의 스토리텔링은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시니컬하고, 때로는 신들린듯이 청자의 귀에 생생히 박힌다 (“팔지 않아”, “HOOD”, “Do It For”, “작은 것들의 신”). 자본주의 사회의 그 중심에서 가족애, 물질주의, 동료애, 인간과 노동의 가치, 그리고 자아실현을 논하는 그는 ‘한국적인 힙합’의 정의를 완성시켜가고 있다. 분명 넉살은 웰메이드 앨범 [양화]를 내놓은 VMC의 명실상부를 뒤이은 요주의 인물이다. 8/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