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은 출장작곡가다. 수원 지역에서 2010년부터 활동해 왔으며, 2016년 2월에 발매된 [테이크아웃 드로잉]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테이크아웃 드로잉의 이야기를 30분만에 만들어 낸 “Game, Invisible Enemy”로 참여한 바 있다. 조옥선은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의 ‘통영생선구이집’의 주인이다. 2010년부터 5년 동안 서촌을 지키면서 맛있는 생선구이를 만들어 왔지만, 2015년 2월 건물주로부터 강제 퇴거 명령이 떨어졌고 같은 해 11월 명도소송에 패소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통영생선구이집을 비롯한 서촌 상인들의 처지가 알려졌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강제집행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김동현과 자립음악생산조합의 황경하 기획자, 그리고 다큐멘터리 <파티 51>의 감독 정용택과 사진가 달여리는 지난 2월 통영생선구이집을 찾았다. 그리고 조옥선이 쓴 가사에 맞춰, 김동현이 노래를 불렀다. “I Shall Not Be Moved”라는 노래가 있다. 미국 흑인의 전통 영가로서, 블라인드 루즈벨트 그레이브스(Blind Roosevelt Graves), 찰리 패튼(Charley Patton), 미시시피 존 허트(Mississippi John Hurt), 선 하우스(Son House) 등 수많은 블루스 뮤지션들에 의해 불렸던 노래다. ‘나는 움직이지 않소 / 나는 움직이지 않소 / 물가 옆에 심어진 나무처럼 / 나는 흔들리지 않겠소’라는 후렴구를 가진 이 노래는, 이후 흑인 민권운동 시기에 운동가로서 불리기도 했다. 비록 스타일도 곡조도 다르지만, “통영생선구이 블루스”를 들으면서 이 노래를 가장 처음으로 떠올렸다. 고난과 억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지. 쫒아내려는 자에 맞서 쫒겨나지(‘moved’) 않으려는 자의 노래. 인종차별에서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고난과 억압은 시대를 거치면서 그 형태를 달리하고 고통받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는다. 노래 하나가 그 흐름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블루스라는 장르가, 더 나아가 음악이라는 형식이 지금 이 시대까지도 유효한 지점이 있다면, 그것은 고통받는 이의 삶을 기타 한 대와 목소리라는 가장 단촐한 구성만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힘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부분일 것이다. 그 부분이 20세기 초 미국의 델타 블루스 뮤지션들과 2016년 한국의 김동현이라는 뮤지션, 그리고 통영생선구이집 조옥선 사장님 사이를 잇는 끊기지 않는 선이 된다. 통영생선구이집을 비롯한 서촌 지역 임차상인들에 대한 강제집행에 반대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지길, 그리고 더 많은 연대가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 통영생선구이집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이 기사를 참조하라.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