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al”의 첫 번째 비명소리는 왼쪽 스피커에서 시작해서 오른쪽 스피커로 간다. 그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소리는 그러나 듣는 이의 신경을 공격적으로 찌른다기보단, 귀의 ‘아래쪽’에 머물면서 불쾌하고 더러운 광경을 연상하게 만든다. 느리고 불길한 프레이즈를 반복하는 베이스 기타와 그보다 더 밑에서 짐승같이 그르렁거리는 또 한 대의 베이스 기타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공간은 지저분한 스크리밍과 겹치면서 그 더러움을 한층 증폭시킨다. 비트의 도움 하나 없이(이 곡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를 통틀어 드럼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3분 30초 동안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던 비명은 끝내는 양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지만, 그러한 ‘스펙타클’은 아드레날린보다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음악은 사악하지만, 그 사악함에는 우리가 흔히 헤비니스 음악에서 기대하게 되는 공격성이 상당 부분 거세되어 있다. 그 결과 두드러지는 것은 고통과 불쾌감이다. 혐오를 구성하기 위한 가장 알맞은 재료.

구토와 눈물은 그들의 첫 앨범 [Vomit & Tear]에서 둠 메탈을 기반으로 드론 메탈, 슬럿지 메탈의 요소를 조합해 이 ‘혐오의 공간’을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쉽사리 소화해내기 힘든 음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 멤버들이 이전에 하던 음악 – 최준용은 국내 최초의 노이즈 프로젝트인 아스트로노이즈(Astronoise)의 멤버이자 노이즈 음악가이고, 조용훈과 최정훈은 스클라벤탄츠(SklavenTanz)의 이름으로 빗물 펌프장에서 녹음한 즉흥연주 기록인 [Urban Ritual]을 발표한 바 있다 – 과 비교하면 오히려 이 쪽이 더 귀에 잘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다. 라이브의 무시무시한 음압을 그대로 옮겨오지 못한 건 레코딩이라는 매체의 근본적인 한계지만, 그 대신 느릿하게 꿀렁거리는 혐오의 디테일은 한층 강화되었다.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면, 이 오염된 세계로 귀를 들이밀어 보자. | 정구원 lacel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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