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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입니다. 사월이 되도록 꽃이 채 피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네모난 방 안에 남색으로 차오르는 침묵을 견디고 있습니다. 허우적거리며 이름 모를 당신을 떠올립니다. 이런 날에 당신은 무엇으로 맞섭니까.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상상합니다. 당신은 따뜻한 물로 몸을 덥힙니까. 우유를 데워 마시고 향초에 불을 붙입니까. 그래도 안 되면 책을 꺼내 읽곤 합니까. 당신의 요령을 상상하며 음악을 켜고 당신에게 보낼 편지를 씁니다.

온도가 다른 공기가 밤낮으로 뒤섞이는 계절입니다. 당신의 눈앞에도 새 학기의 달뜬 고백과 선거가 끝나면 버려질 말들, 이제는 사월마다 반복될 슬픔 따위가 뒤엉켜 있겠지요. 나쁜 쪽의 무게를 과장하는 버릇이 있는 저는, 마찬가지로 저울 앞에 설 당신마저 걱정합니다. 당신의 밤마저 길어질 것을 염려합니다.

아름다운 것의 편에 서서 잘못된 것들과 맞서겠다고 다짐합니다. 갑작스럽게 들리겠지만, 잠들기 위해서입니다. 저와 당신의 근사한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상상으로 잠들 지금을 위해서입니다. 우선은 아름다운 이름들을 기록해 한심한 말들을 밀어낼 생각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노래를 골라 당신께도 보냅니다.

지금의 여성 음악가들을 골랐습니다. 소리의 성분도 분위기도 제각각입니다. 이토록 구체적인 아름다움이라면 결코 경멸조의 조어로 요약될 수 없으리라 믿습니다. 맡아본 적 없는 장기의 냄새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 김세철 nolonelysquare @gmail.com

 

 

Fiona Apple – Hot Knife
Ibeyi – River
Layori – DaDa
Esperanza Spalding – Judas
홍혜림 – 말린 꽃
PJ Harvey – The Community of Hope
Joanna Newsom – Leaving The City
FKA Twigs – Good To Love
Björk – Oceania
Holly Herndon – Morning Sun
Grimes – REALiTi
Haihm – 울지 않는 새
Kyoka – HaD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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