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THE MONEY>에서 자신의 탈락이 번복된 것을 ‘Real 힙합’의 증표로 삼는 것이나 우리 할머니도 치매에 걸렸었다고 하면서 ‘치매 걸린 노인 똥구멍처럼 / drop your shit easy’ (“Indigo Child”) 라는 가사가 문제가 없다고 퉁치는 “Part 2″의 논리적 빈약함을 굳이 조목조목 짚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블랙넛의 새로운 싱글 [ㅍㅍㅍ]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법한 “Part 2″의 문제(그리고 더 나아가, [ㅍㅍㅍ] 전체의 문제)는 이 곡이 지독하게 재미없으며 블랙넛이라는 아티스트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싱글이라는 점이다. 블랙넛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가 자신이 ‘찌질이’였다는 사실(혹은 그러한 이미지)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승화시켰으며, 그러한 정체성을 가지고 ‘이런 말 못하는 너네’와 달리 거침없는 랩을 선보인다는 전복적 쾌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을 감안했을 때 그가 빵 터지는(하지만 사회윤리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인터넷 댓글 수준의 드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펀치라인을 선보이는 것은 전혀 제약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가 “빈지노”에서 빈지노의 24/7을 부러워하고 “100”의 아웃트로에서 ‘이 씨발놈들아 들어오지 마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라고 외쳤던 건 그가 이런 ‘찌질이’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증거며, “배치기”와 “내가 할 수 있는 건” 등에서의 자전적인 서사는 그의 이런 이미지로 인해 다른 래퍼의 그것보다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SHOW ME THE MONEY>가 끝났고, 블랙넛은 힙합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에서도 비중있게 다룰 정도의 수준에 올라선 뮤지션이 됐다. 더 이상 찌질해지고 싶어도 찌질해질 수 없는 성공한 포지션에서 블랙넛은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전략을 유지하면서 본격적으로 스왝을 부리려는 시도를 감행하고, 그 결과가 이번 싱글 [ㅍㅍㅍ]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참담하다.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을 유치할 정도로 조목조목 반격하려는 과정에서 “Part 2″의 랩은 어그러지고 아무런 음악적 감흥을 전달하지 못한다. ‘비장미’ 비슷한 것을 끌어내려는 것처럼 묵직한 저음으로 일관하는 비트는 공작을 따라하려고 뒤뚱거리는 오리를 보는 듯한 실소를 자아낸다. “펀치라인 애비 2″에서 그 어느 때보다 노골적이면서도 배설성 드립 이상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는 여성혐오적 펀치라인을 구겨 넣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8만원 (2015.3.)”에서 자신의 찌질한 모습을 다시 전시하는 전략은 “가가라이브” 수준에도 못 미치면서 지겨움의 늪으로 빠져든다. ‘내가 앞 두 곡에서 허세를 부렸지만 사실 나 연애하고 섹스도 잘 못 하는 찌질이야’라고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의도가 너무 잘 느껴져서, 단 한 톨의 공감도 생겨날 기미가 안 보인다. 블랙넛이 쓰는 가사에서의 여성혐오는 더는 논쟁거리도 되지 못할 정도로 명백한 문제다. 하지만 [ㅍㅍㅍ]에서의 여성혐오는 그가 성공한 래퍼로서의 스왝을 부릴 때도 인터넷 댓글 수준의 노골적인 여성혐오를 버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한층 더 문제시된다. 더붙어 이는 그의 여성혐오적 메시지에 이미 수많은 비판이 가해진 상황에서 맞대응으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치졸하기까지 하다. ‘쓰레기 feedback’은 필요없다는 블랙넛 본인의 의사는 잘 알겠지만, 음악적으로 힘을 실은 것처럼 보이는 구석이 여성혐오적 농담 따먹기와 펀치라인밖에 존재하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은 이상 그에 대한 피드백은 이 리뷰를 포함해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블랙넛이 언제까지나 찌질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또 여성혐오를 담은 가사를 쓰면서 음악활동을 지속할 수는 없다. 이 정도의 디스로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후폭풍을 맞고 침몰하거나, 창작력이라는 기름이 떨어진 채로 바다 위에서 서서히 말라가거나, 둘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운명이 블랙넛뿐만이 아닌 한국 힙합 씬 전체의 운명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에게 어떤 비판도 가하지 않은 채 갓대웅이라고 찬양하는 팬들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이거 무조건 내고 남의 말 듣지 말’라고 하는 아티스트가 존재하는 한, 그 걱정은 기우로 남지 않을 것이다. | 정구원 lacelet@gmail.com One Response ㅇㅇ 2016.11.13 제가 이 곡을 느끼면서 강하게 느낀 불편함을 대변해 준 평론이었습니다. 정구원님 감사합니다. 응답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