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상반기 쇼트리스트는 더 콰이엇, 러브엑스테레오, 미역수염, 전산실의 청개구리, nuh, 이디오테잎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더 콰이엇 (The Quiett) | Q Train 2 | Illionare Records, 2016.04.29 김민영: 더 콰이엇의 음악은 확실히 감성적이다. [Q Train 2]는 과반수의 수록곡들이 인스트루멘탈 트랙으로 이루어진 음반으로, 소울과 재즈와 특유의 앰비언트 기운이 감도는 감성힙합을 선보인다. 과거 소울컴퍼니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Night Flight”, “Lonely At The Top”, “Very Special”은 특히 멋진 곡이다. 스웩이나 여자 가사, 트랩 위주의 비트가 주를 이뤘던 최근의 더 콰이엇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이번 음반은 ‘덕화의 과거로의 회귀’를 소망하던 팬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트랙에서 주도적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사우스 풍의 비트와 재즈, 펑크 등에서 차용한 샘플링 재료들이 한껏 어우러져 편안하고 안정된 사운드를 자랑한다. 또한 요즘 신예로 주목 받고 있는 창모와 코홀트 크루의 멤버이자 트렌디 랩퍼인 오케이션(Okasion), 더 콰이엇이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로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 차메인 그리고 과거 예명인 ‘Notorious Kid’로 참여한 도끼(Dok2) 등 피처링 멤버들의 강한 캐릭터성까지 더해져 매력적이다. 포근한 템포와 멜로디컬한 샘플링의 루프의 특색을 앞세워 베이스 드럼과 깔끔한 리듬 메이킹으로 뒤를 보완한 미니멀리즘 방식은 그 전에 이미 숙련된 솜씨에서 조금 더 넓은 범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콰이엇의 프로듀서로서의 음악적 센스는 이미 대중적인 영역으로 뻗어있으며 그러한 감성과 대중성은 거부하기 어렵다. 힙합 인스트루멘탈 음반로서 [Q Train 2]는 전작 [Q Train]에 이은 또 다른 훌륭한 견본의 위치를 점했다. 8/10 러브엑스테레오 (Love X Stereo) | We Love We Leave, Part 2 EP | LXS Studio, 2016.04.29 조지환: 이 음반은 신나는 곡들로 시작한다. 첫 트랙 “Dead Beat Generation”의 신스 편곡은 ‘댄스’라는 장르를 생각할 때 바로 떠올릴 법한 그런 사운드를 재현하고 있다. 타이틀곡인 “Beauties Die Young”에서 비트가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 청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깨와 고개를 흔들게 될 것이다. 아기자기한 신스음, 굵직굵직한 베이스, 지루하지도 벅차지도 않게 곡을 끌고 가는 비트까지, 댄스 플로어는 이미 갖추어졌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이 음반이 마냥 신나는 음반이지는 않다. 리듬의 흥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기타와 신스의 운용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트랙들은 분위기를 바꾸어간다. 이에 따라 “Love Is On The Way”부터 사운드는 가라앉는 듯하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묘한 느낌을 준다. 사실, 차분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보컬은 애초에 첫 트랙부터 음반의 분위기가 너무 들뜨지 않게 붙들고 있었다. 그 덕에 첫 트랙과 네 번째 트랙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의 낙차는 작지 않음에도, 그 낙하의 과정이 매끄럽게 느껴진다. 작년에 나왔던 [We Love We Leave, Part 1]에서 첫 트랙의 분위기와 두 번째 트랙의 분위기가 널뛰기를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그 당시의 접근과는 다르게 섬세한 방식으로 음반에 서사를 부여하고 한 듯 하다. 다섯 곡짜리 EP에서 일관성과 다양함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밴드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영리하며 실력있는 듀오의 다음 정규음반을 기대해본다. 7/10 미역수염 | The Whistle EP | BIGI Records, 2016.04.21 나원영: 데뷔 EP [The Whistle]만으로도 미역수염은 국내 포스트록과 슈게이징 씬에서 가장 든든한 루키의 자리에 올라왔다. 작년의 포스트록 씬을 빛낸 파울로시티, 해일, 선결, 이사히 등이 정통에 가까운 포스트록과 슈게이징을 들려줬다면 미역수염은 그런지, 슈게이징, 포스트 펑크, 슬럿지/둠, 하드코어 등 다양한 장르들을 끌어와 그들만의 무겁고 진중한 포스트록을 만들어냈다. [The Whistle] 전체에 깔린 어두운 포스트 펑크의 분위기는 그런지와 슈게이징을 오가는 육중한 기타 리프와 각종 그로울링과 샤우팅이 들어간 창법과 만나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그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Hello, Death”는 80년대 포스트 펑크와 90년대 슈게이징 사이에서 중심을 찾은 기타 리프와 육중하게 받쳐주는 베이스와 강렬한 드럼을 중심으로 나아간다. 곡 중반에는 그로울링이 강렬하게 들어가지만, 놀랍게도 이 다양한 요소들은 적절하게 어울려져 미역수염의 포스트록을 완성한다. EP에 수록된 다른 곡들인 “Black Stone Train”과 “Reverberation”,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The Whistle Song”도 수많은 장르들을 끌고 왔지만, 하나의 장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모든 장르를 능숙하게 합치며 새로운 어법의 포스트록을 만들었다. 미역수염의 포스트록은 국내 포스트록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었던 무게감을 가졌고,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어두운 색깔도 가졌다. 음반 소개 문구에서 그들이 희망했듯 미역수염의 ‘음압’은 이미 포스트록 팬들의 귀를 확실히 휘감았다. 남은 건 귀를 넘어서 온몸을 사로잡는 것일 테다. 8.5/10 전산실의 청개구리 | 조선왕조 오백년 | 북극곰 사운드, 2016.04.29 나원영: 한치와 Clader로 이뤄진 레게 밴드 전산실의 청개구리의 첫 정규 음반 [조선왕조 오백년]은 작정하고 만든 컨셉 음반이다. “위화도”에서 시작해 “강화도”로 끝나는 명쾌한 구조 속에서 조선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레게를 중심으로 그 이야기를 푸는데, 진지한 역사서보다는 오히려 좀 더 유쾌한 분위기의 마당극 같다. 레게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보다는 싸이키델릭한 기타와 함께 옅어져 오히려 몸을 엇박자로 신나게 흔들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조선왕조 오백년]은 레게 음반이라고 하기보다는 옅은 레게 박자를 중심으로 싸이키델릭, 블루스, 전자 음악, 가야금 연주 등 다양한 요소들이 섞인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음반에 힘을 보태는 사람들도 다양한 범위에 걸쳐있다. 시와의 보컬은 “원한을 품은 새”의 장엄한 분위기와 적절히 얽혀 들어가고, 정민아의 능숙한 가야금 솜씨가 들어간 연주곡 “정치의 기술”은 “르네상스”와 함께 음반의 대표 트랙으로 삼을 만하다. 그 밖에도 “위화도”나 “박테리아 (Skit)”에는 아예 나레이션이 있고, “불 위에 춤”에서는 짧은 랩까지 나온다. 온갖 장르를 하나로 담은 전산실과 청개구리의 음악은 특이하게 느껴질 수도, 어쩌면 난잡하게도 느껴질 수 있지만 음반 내내 흐르는 마당극 같은 분위기를 탁월하게 만들어낸다.낡은 전산실에서 조선에 대한 기록들을 읽던 누군가가 마당극과 한국사 강의를 넘나들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게 [조선왕조 오백년]이다. 위화도 회군, 왜란과 호란, 피의 숙청, 강화도 조약 등 장엄한 장면들이 흥겨운 레게 비트와 싸이키한 편곡 속에서 능숙하게 이야기된다. 전산실의 청개구리는 조선의 역사에 대해 이리저리 이야기하다가, 결국 “어느 날과 같은 어느 날”에서 ‘시스템은 유지 돼’, 혹은 ‘시대는 유지 돼’라는 일종의 절망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는 제목 자체로 하나의 비유가 되는 마지막 곡 “나선”과도 이어질 것이다. 음반은 세종의 한글 창제나 성종의 경국대전, 정조의 호시절 등은 언급하지 않는다. “불 위의 춤” 같은 조선사만을 언급한다. 오백 년이 흘러도 유지되는 시스템을 언급하고, “박테리아 (Skit)”에서는 아예 직접적으로 현실의 ‘야권’을 언급하기도 한다. 마당극 같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후반부의 곡들을 통해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시점을 옮긴다. 음반명이 [조선왕조 오백년]인만큼 대한민국 현실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전산실과 청개구리는 레게 비트와 싸이키델릭한 기타를 통해 신명나는 마당극을 펼치며 절망적인 현실을 비유하고 노래한다. (구한말의 실패한 혁명을 컨셉으로 삼은 전범선과 양반들의 [혁명가]와도 은근히 통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전산실에 살고 있는 청개구리들이 생생하게 숨 쉬는 아이디어들을 담아 들려주는 이 야심찬 야사를 도저히 쉽게 지나칠 수가 없을 것이다. 8/10 nuh | Life | nuhthings, 2016.04.29 나원영: 불싸조는 기묘한 밴드다. 펑크, 포스트록, 샘플링 등 다양한 음악들을 섞은 후 “어줍잖은 스텝”을 밟으며 “앗싸라비야 콜럼비아”를 외칠 거 같은 음악을 들려준다. 그 속에서 기타리스트 한상철도 큰 몫을 하지만, 베이시스트 서명훈이 nuh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정규 1집 [Life]를 들으면 불싸조의 또 다른 부분을 들을 수가 있다. 베이스가 아닌 기타를 잡은 nuh는 서정적인 연주를 중심으로 [Life]를 채운다. 기타로 낼 수 있는 가장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드림팝의 소리들이 음반 이곳저곳에 밀도 높게 채워져 있다. 그 거대한 장르 안에서 “On The Road At Night”의 슈게이징, “Gororogororo”의 포스트 펑크, “Goodbye Your World”의 둠 등 영미권의 8090 인디락을 전후로 한 다양한 장르들을 토대로 여러 변주가 일어나지만, 크게 보자면 [Life]는 격정적이거나 장엄한 구성 등을 제거하고 천천히 끓어오르는 감정만을 수려하게 담은 포스트록 음반이다. 다양한 전개가 담긴 불싸조보다는 속옷밴드나 조월의 음악에 더 가까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Life]에서 가장 빛나는 건 다양한 질감과 장르의 기타 소리들로 만든 음반 전체의 분위기이다. 여타의 슈게이징과 비슷하게 보컬과 가사는 노이즈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리고, 귀에 착잡하게 들어오는 건 서정적으로 쌓아올려지는 기타 연주뿐이다. 드림팝 연주들과 기타 노이즈 9곡으로 차근차근 쌓아올려지는 분위기는 음반 내내 그 어둡고, 내밀하고, 섬세한 느낌을 유지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nuh는 삶의 가장 서정적인 장면들을 그린다. [Life]가 아름다운 음반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 때문이다. 삶에서 겪을 일들을 전부 겪은 시점에서 무언가를 천천히 회고하는 것만 같고, 기타로 풀어지는 넓은 스펙트럼의 드림팝은 그 회고의 OST가 되는 것만 같다. 음반 커버 속 겹쳐지는 남녀의 모습이 그 삶의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중요한 건, nuh의 음악에는 8090의 드림팝을 서정적이고 능숙하게 풀어나가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Life]는 정확한 이야기 없이 연주와 분위기만으로도 듣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전해준다. 그걸 해석하는 몫은 nuh가 들려준 하나의 삶을 듣게 된 우리들에게 달려있다. 7.5/10 이디오테잎 (Idiotape) | RE EP | VU 엔터테인먼트, 2016.04.22 정구원: 이디오테잎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력이다. 청자에게 숨을 쉴 틈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쏟아지는 신스 세례와 분명하게 ‘밴드 음악’을 기반으로 삼는 로킹한 분위기를 통한 화력전은 레코딩에서나 라이브에서나 압도적인 감흥을 선사했다. 하지만 4개의 리메이크곡을 담은 EP [RE]에서 이들의 화력은 잘못 요청된 좌표를 때리는 포병대를 연상시킨다. “가지마오”에서 “080509”처럼 청자를 잡아먹을 듯이 쌓이던 빌드업과 업리프트는 별안간 로킹하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는 기타와 신스 멜로디로 전환되면서 맥이 빠지게 만들고, “테크노슈즈”에서 유일하게 몸을 흔들 만한 소리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울리는 베이스 드럼 소리뿐이다. 인상적인 순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단발머리”에서 보컬과 신시사이저가 교차할 때 발생하는 상큼함처럼. 하지만 전반적으로 [RE]에서 투사되는 화력은 ‘압도’보다는 ‘과잉’에 가까운 인상으로 듣는 이를 피곤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원곡의 아우라’라는 제약 때문인지(실제로 ‘원곡과 다르다’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는 곡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면 이디오테잎만의 방법론이 슬슬 한계를 맞이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능하면 전자에 해당하기를 바랄 뿐이다. 4/10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