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 중화권 음악 씬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는 ‘조한나의 Greatwall.Wav’. 두 번째로 소개할 뮤지션은 만도팝(Mandarin Pop Music)을 이끄는 젊은 포크 뮤지션, 노황중(卢广仲, Crowd Lu)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는 것도 로큰롤’이라며 평범한 생활을 비범하게 노래하는 그의 만도팝(Mandarin Pop)을 만나보자. 글쓴이 조한나는 인디 일렉트로닉 레이블 영기획(Young, Gifted & Wack)의 크루이자 음악 애호가이다 | 정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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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08년 5월, 교환학생이 결정되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동방항공을 타기 전까지도 나는 중국에 관심이 없어 곤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중국 운남성 곤명에 도착한 나는 우연히 기숙사의 MTV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에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 노래의 가수가 지금 글의 주인공인 노황중(卢广仲, Crowd Lu)이다.

 

그 때 처음 보았던 비디오. “早安,晨之美” (안녕! 좋은 아침!)

 

85년생, 타이완의 타이난 출생인 그는 03년 탄쟝 대학 입학 후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서 독학으로 기타를 배우고 음악을 시작했다. 학교를 돌고 공연을 하며 대학생 창작 가요제에 입상한 후 팀 이어(Team Ear) 레이블과 계약, 06년 10월 첫 싱글인 “淵明” (연명)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그를 발굴한 레이블인 팀 이어의 사장 종성호는 그에 대해 ‘버스 타고 다니는 음악귀재 (被公車輾過的音樂鬼才)’라고 평가하며 계약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반응을 얻은 것은 데뷔 다음해인 07년에 내놓은 “早安,晨之美!” (안녕! 좋은 아침!) 가 중국 음악가 협회에서 07년 올해의 싱글 10곡 중 한 곡으로 선정되고 중국의 대중적인 라디오 채널 힛FM(HIT FM)에서 선정한 그 해의 신인 2위가 되면서부터다. 그의 데뷔앨범은 발매 후 한달 동안 1만 5천장이 팔리며 대만 음반 차트의 상위권에 위치했는데, 학생 신분의 독립음악가로서 이런 성과는 국내 에서 굉장히 드문 성공이었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대만의 인디 포크 싱어를 중국의 MTV에서 처음 만났으니 말이다.

 

만도팝의 정수! “一百种生活” (100가지 생활).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흐르는 바다를 보면 당장 대만행 비행기표를 사고싶어질 것이다. 꼭 일견을 권한다!

 

그의 데뷔앨범인 [一百种生活] (100가지 생활)은 09년도 대만금곡장*1에서 ‘올해의 신인’과 ‘올해의 작곡’ 타이틀을 수상했고, 노황중은 그만의 독특한 스타성과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만도팝 명반으로 평가받는 그의 데뷔앨범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어야 하는 한 장이라고 감히 추천한다. 또한 가사가 복잡한 중국어 노래들과 비교하면 내용이 단순하고 쉬운편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스스로 해석하며 중국어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경험자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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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노황중의 정규 1집부터 4집앨범 커버, [100种生活], [七天], [慢灵魂], [有吉他的流行歌曲]. 버섯머리와 뿔테안경은 그의 시그니쳐 스타일로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그의 음악에는 햇살이 있다. 나에게는 타이완의 해변가에 있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진다(특히 1집과 2집). 어떤 주제에 대한 직선적이고 해학적인 표현방식과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가성이 시너지를 일으켜 만들어진 청량감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지지를 얻어냈다. 쉽고 해학적이며, 특이하지만 분명한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마냥 밝은 노래만 하는 것도 아니다. 평범하게 품고 있는 고민과 외로움을 옆에서 들어주고 위로하는 내용도 많다. 한 명의 평범한 젊은이의 입장에서 어렵지 않은 내용을 노래한다. 정말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 편한 친구같은 느낌의 음악이다.

이런 그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아침’과 ‘밥’이다.

‘有好多好多早餐在這裡在我們最熟悉的早餐店裡 / 不管你睡的多晚起的多晚晨之美永遠在這裡歡迎光臨你’
푸짐한 아침식사가 여기 있어. 우리가 자주 다녀 익숙한 아침밥집에/ 늦게 잤던 늦게 일어나던 상관없이 아름다운 아침은 여기서 계속 너를 환영할거야.
(“早安,晨之美! 안녕! 좋은 아침!”)

‘一口白飯一口青菜還有一些蛋白質營養 / 吃完便當所有的關卡我陪你對抗’
쌀밥 한입, 채소 한입, 그리고 단백질의 영양 / 도시락을 다 먹으면 모든 난관에 내가 너와 함께 맞설께.
(“一个便当 도시락”, 4번째 앨범 [有吉他的流行歌曲 기타가 있는 유행가] 에서)

노황중의 노래에서 이해할 수 있는 그의 생활습관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식사를 잘 해야한다(특히 아침식사)’는 것인데, 이런 생활 습관을 통해서 나오는 그의 모든 노래들은 그의 건강한 정신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노황중이 이런 오랜 생활 습관을 통해 재미있는 공연을 시도해왔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가 음악을 처음 시작하고 공연을 하러 돌아다닌 장소들은 학교 근처의 아침밥집과 학교 기숙사였다. 대만에 위치한 곳곳의 대학교 기숙사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러 다닌 적이 있는데, 그러던 어느 하루 여자 기숙사에서 공연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도착하기 전까지 그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여학생의 속옷이 걸려있는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게 매우 민망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아침 사랑은 데뷔 후에도 계속 된다. 2011년 9월의 아침 6시 반 타이페이 중심가인 시먼딩 광장에서 3집 [慢灵魂] (Slow Soul)의 발매 기념으로 이른 시간 라이브를 진행했는데, 발 디딜 틈 없이 기다리며 들어선 사람들을 보고 노황중은 관객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아침의 태양이 우리들에게 넘치는 힘을 줬어요. 이건 절대로, 여기에 있는 모두가 완벽하게 해준 공연입니다. 활력이 넘치고 정기가 만만하네요. 다시 또 출근시간이나 등교시간에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입대 전 ‘Good Morning & Good Evening’ 라는 이름으로 아침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동안 타이페이 아레나에서 공연을 한 것도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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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9일 그의 라이브를 보기 위해 팬들은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했다

 

‘一定要早睡早起家上吃早餐因為也是一種也是一種Rock’n roll的style~ 身體健康也是一種Rock’n roll的style~~’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꼭 집에서 아침을 먹는 것은 로큰롤 스타일이지~ 건강한 몸도 로큰롤 스타일이야~~
(“Rock’n roll的style”, 데뷔싱글 [淵明]에서)

매체에서 그의 성격을 이야기 할 때 이 가사가 빠지지 않는다. 노래에서 그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가 지갑을 놓고 온 것을 알고는 민망함에 친구의 아침밥까지 먹어버리는 에피소드를 개그코너처럼 이야기 하다가 위의 후렴구로 마무리를 한다. 그는 노래뿐만이 아니라 기사와 방송을 통해서도 유난히 아침밥 이야기를 많이 꺼낸다. 위의 구절이 어찌나 화제가 되었던지 ‘아침을 먹는 것은 락큰롤 스타일이다. (吃早餐是一件很摇滚的事情)’라는 동명의 요리책이 존재하는 정도이다 (또한  “早安,晨之美!” 라는 요리책도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아침밥과 로큰롤은 도대체 그와 어떤 관련이 있는걸까 생각해봤다.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노황중이라는 사람에게는 일반적인 로큰롤 이미지의 정의 가운데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을 로큰롤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이 정한 가치를 지켜 나가기 위한 생활속의 투쟁. 그것이 그가 이야기하는 로큰롤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아침밥을 꼭 먹는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쉬워 보이지만 (누군가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면) 독립한 성인으로서 막상 지키기는 어려운 다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노황중의 ‘로큰롤 정신’에 관련된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힙합 뮤지션 MC 핫도그(MC HOTDOG)가 ‘도대체 뭔 상관이냐’라고 하면서 “不吃早餐也是很嘻哈的事” (아침을 안먹는게 정말 진짜 힙합)이라는 재미있는 디스곡을 발표한 에피소드도 있다.*2

노황중은 2012년 겨울 네번째 앨범을 내고 2013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년간 군생활을 했다*3. 복무를 마치고 2015년 노황중은 싱글을 내며 일본의 섬머소닉(Summer Sonic), 홍콩의 클로켄플랩(Clockenflap)*4 등 아시아 곳곳의 페스티벌을 다니며 라이브에 열중해왔다. 그런데 중국의 대표적인 페스티벌 스트로베리 뮤직 페스티벌(Strawberry Music Festival)*5 투어의 고정 라인업에 오르며 공연 중, 11월 황안(黃安)이라는 예능인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연예인’으로 그를 고발했다. 결국 노황중은 12월에 예정된 상하이에서의 스트로베리 뮤직 페스티벌 라인업에서 교체당하고 말았다(올해 초 트와이스(Twice)의 쯔위가TV 프로그램에서 대만국기를 흔드는 모습을 고발한 그 황안이 맞다).

배경은 이렇다. 작년 3월 대만의 대학생들이 주축으로 일으킨 해바라기운동*6을 다녀온 그가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대만 파이팅 (台湾加油)’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소속사는 ‘그는 정치적인 표명을 할 생각으로 그런 글을 올린 것이 아니다. 그는 한 명의 학생음악가로서 음악애호가, 사회복지와 군중을 포용하며 본토와 대만을 잇는 음악가로 활동해왔으며 한 명의 시민으로서 사회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의무이며 사회적인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는 음악으로 문화의 교류에 힘쓸 것이다.’ 라는 입장을 빠르게 표명했다. 소속사와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황안의 이런 폭로로 인해 중국내에서의 활동에 제약이 걸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초부터 새 앨범의 녹음에만 집중하며, 6월에 새로 나올 5집 [What A Folk!]의 발매를 앞두고 있다.

 

5집 [What a Folk]의 앨범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수록곡 “手機仔(一)” (스마트폰)의 가사 비디오.
이 트랙은 민난어*7로 녹음 되었다.

 

올해 서른이 된 노황중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평범한 생활을 비범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노래를 만들고, 그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여전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군 제대 후 공개 된 “大人中” (어른 가운데)과 “天然的最好” (자연스러운 게 최고)을 들으며 나는 그가 데뷔 시절부터 지켜 나가고 있는 유쾌함과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각을 느꼈다. 이러한 텐션을 유지하며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4년만에 발매되는 신보가 기다려진다. 나에게 올해의 목표가 한 가지 있다면, 대만 어딘가의 바닷가에서 혼자 누워 아이팟에 만들어 둔 노황중 플레이리스트을 듣는 것이다. | 조한나 chomanna@gmail.com

 

*1 대만금곡장(金曲奖)은 대만을 대표하는 음악시상식이다. 메인스트림의 인기뿐만 아니라 음악성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상식으로 매우 권위가 높다.
*2 MC HOTDOG는 대만 출신의 래퍼로 대만의 메인스트림 힙합 씬을 다룰 때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인물이다. 힙합 웹진 HIPHOPLE에 비디오와 함께 친절한 해석이 있다. 개인적으로 “早安,晨之美!”를 일부 차용한 재치있는 디스곡이라고 생각한다. 노황중과 힙스터를 대놓고 디스하며 내용을 정리하자면 ‘아침밥 왜먹어? 우리는 밤새 노느라 아침밥 안 먹고, 만약에 먹게 된다면 그건 야식이겠지’라는 내용.
*3 대만은 1년간의 군 복무가 의무적이다.
*4 클로켄플랩 (Clockenflap): 홍콩에서 열리는 대형 종합예술페스티벌로 11월에 진행된다. 작년 노황중은 헤드라이너급으로 공연을 완수했다. 올해도 열릴 예정으로 시규어 로스(SigurRós, 폴스(Foals), 크리스탈 캐슬스(Crystal Castles)가 이미 헤드라이너 라인업에 올라갔다.
*5 스트로베리 뮤직 페스티벌 (Strawberry Music Festival): 정식명칭은 ‘草莓音乐节’. 중국의 유서 깊은 인디레이블인 모던 스카이 (Modern Sky)에서 주최하는 대륙 순회 페스티벌. 올해 노동절 연휴였던 4월 30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동시 시작으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상하이에서의 헤드라이너는 프로디지(The Prodigy), 디스클로저(Disclosure), 모드스텝(Modestep). 우리나라에서는 혁오, EXID, 로큰롤라디오, 아폴로 18 (Apollo18)이 참여했다. 도시에 따라 라인업이 변하는 것이 특징. 5월에는 시안, 6월은 충칭에서의 페스티벌이 예정되어 있다.
*6 해바라기운동: 3.18학생운동, 태양화 운동, 국회점령 사건 등으로 불리며, 2014년 3월 18일부터 4월 10일까지 대만의 대학생과 사회운동세력이 국회를 점령한 사건이다. 대만과 중국의 무역협정을 통해서 노동력이 개방되면 대만의 취업문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 젊은이들이 움직인 운동이다. 중국정부에 의한 대만의 종속에 대한 반항과 절박함을 보여준 청년운동.
*7 민난어: 복건성의 동남부, 광동성 동부, 대만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대만에서는 공통의 민난어가 정립되어 있어 대만어(혹은 대만 방언)로 알려진다.

 

관련 사이트
노황중 공식 사이트
http://www.team-ear.com/web_php/crowd_artist.htm
노황중 공식 웨이보
http://weibo.com/u/1732008061
Team Ear 레이블 노황중 플레이리스트
http://www.team-ear.com/web_php/crowd_artist.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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