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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그 노랫말은 ‘서정’에 속할 겁니다. 국어 시간을 잠시 떠올려보면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는’ 게 서정이었죠. 수많은 노래들은 각각 수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가 노랫말들을 좋아하는 건 그 속에 다양한 방법과 표현들로 담긴 감정들 덕분이겠죠.

하지만 ‘서정’의 노랫말이 아닌, ‘서사’의 노랫말도 있을 것입니다. 고통스럽겠지만 다시 한 번 국어 시간을 떠올리면 ‘어떠한 이야기를 전하는’ 게 서사일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노랫말 중에서 서정이 아닌 서사의 노랫말도 꽤 있을 것입니다.

음반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되는 컨셉 음반일 때, 아니면 그 음반 안에 연작으로 구성된 노래가 있을 때, 그러한 음악들에 서사가 담겨있지 않을까요. 장르로 따지면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메탈 쪽의 음반들에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이 담긴 음반이 많았습니다. 그게 아니어도 힙합이나 인디록 쪽에서도 항상 눈에 띄는 컨셉 음반이 많았고요.

장편 소설이나 대하 소설 같은 컨셉 음반도 좋지만, 마치 단편 소설 같이 한 곡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담은 곡들을 소개합니다. 문학적 쾌거를 거둔 한강 작가의 아름다운 단편들처럼 한국말로 이야기를 전하는 노래들을 담았습니다. 김연수처럼 따스한 경험이 되는 노래도 있고, 배명훈처럼 SF 느낌 가득한 노래도 있고, 김애란처럼 서늘하고 따스한 상상력이 담긴 노래도 있고, 천명관처럼 진한 소주 같은 노래도 있고, 이상우처럼 기묘하기 짝이 없는 노래도 있습니다. 이야기꾼 음악인들의 단편 소설 같은 노래들입니다. | 나원영 onezero96@naver.com

 

패닉 –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눈뜨고 코베인 – 일렉트릭 빔
김목인 – 꿈의 가로수길
실리카겔 – 두 개의 달
이장혁 – 노인
3호선 버터플라이 – 꿈속으로
단편선과 선원들 – 동행
백현진 – 봄의 풍경
제8극장 – 식물인간
아침 – Pathetic Sight
루시드 폴 – 고등어
델리스파이스 –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
전자양 – 홀리엔드
강아솔 – 남겨진 사람들
크라잉넛 – 이사 가는 날
가을방학 – 삼아일산
파라솔 – 미끼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 불행히도 삶은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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