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리스트_5월하반기2016년 5월 하반기 쇼트리스트는 최고은, 줄리아드림, 코가손, 크러쉬, 전기뱀장어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최고은 | XXXY EP | Leeway Music & Media,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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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환: 전작 [I Was, I Am, I Will]은 사이즈가 큰 음반이었다. 트랙 개수 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스타일들(가령, 록이나 국악의 작법들)이 그 다양성을 잃지 않고 잘 섞여들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반면 이번 작품은 조금 더 소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은은 어떤 일관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에 집중한 듯 보인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이 음반에서는 포근하고 따뜻한 어떤 분위기를 풍긴다. 이를 아늑함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첫 곡 “Open The Door’의 스트링 편곡부터 “Listen To The Radio” 마지막의 나레이션, “모래가 된 말”에서의 리버브 잔뜩 머금은 기타 등. 갖가지 장치들이 아늑함을 연출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늑하게 들리는 것은 최고은의 목소리와 기타 아르페지오이다. 최고은의 목소리가 가진 온기는 듣는이의 심리적 긴장을 이완시켜 놓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와 딱 알맞게 어울릴 수 있는 동료 싱어들을 골라냈다. “순간에 바로 서서”의 최고은과 이승열의 호흡은 이 음반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그린다.
어쩌면 전작보다 재미없게 들릴 수도 있는 음반이다. 하지만 [XXXY EP]는 분명 다른 종류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본작에는, 상투적으로 말해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잔잔해져서 편안해지는’ 음악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갖가지 방식으로 변주된 감정선들이 돋아나고 있다.(가령, “If I”의 설레임이나 “모래가 된 말”과 “순간에 바로 서서”의 쓸쓸함이 그렇다.) 마지막 트랙에서의 담담한 읊조림은, 그러한 감정선들을,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아늑함으로 수렴시킨다. 이로써 이 음반은 구조적 완결성을 획득한다. 훌륭하다. 8/10

 

 

줄리아드림 (Julia Dream) | 불안의 세계 | Self-released, 201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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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 세월호라는 묵직한 사건이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거대한 질문을 던진 지도 800일에 가까워지는 지금, 그 답을 찾는 시도는 대중음악계에서도 많았다. 여러 시도들 중에서 [불안의 세계]는 의미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가장 슬프게 빛나는 위치에 있다. 악몽 같은 가위눌림을 소재로 한 대곡이 담긴 데뷔 EP [Lay It Down On Me]로 킹 크림슨부터 핑크 플로이드까지 프로그레시브 록 대선배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음악을 들려준 줄리아드림은 국내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던 싸이키델릭한 프로그레시브 록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런 만큼 [불안의 세계]에서도 밴드는 다양한 결의 프로그레시브함을 담아 음반의 모든 곳을 빠짐없이 채운다. 막간이자 연결고리 같은 1~2분짜리 곡들과 중심적인 이야기와 음악이 담긴 3~7분 사이의 곡들을 교대로 배치하면서 2CD의 컨셉 음반이라는 어려운 시도는 깔끔하게 정리된다. 싸이키델릭함과 프로그레시브함을 담은 기타 톤이 묵직하고 느릿하게 들어오며 음반의 중심을 잡지만, 그 위로 덮이는 블루지한 톤과 한풀이 같은 보컬, 다양한 건반과 피아노와 후반부의 목소리 샘플링 등은 [불안의 세계]가 일반적인 싸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록 음반이 되는 걸 막는다. 물론 잘 짜인 싸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록 음반 자체로도 충분하지만 말이다. 줄리아드림은 그 이상의 음악과 함께 세월호와 그 세월호를 집어삼킨 바다, 그 바다를 담고 있는 불안의 세계를 향해 천천히 들어간다. 밴드는 음악보다 더 묵직한 목소리로 “망자의 바다”와 “잊혀진 바닷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하나 둘 씩 읊고 “구원의 세계”를 바라본다. 한없이 시꺼먼 심해처럼 깊은 음악과 그보다 더욱 진중한 주제의식이 만나 줄리아드림은 씬을 넘어 416 이후의 대한민국에게, 아직 살아있는 자들에게 엄청난 음반을 가져다주었다. 불안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이 때 가장 필요한 음반이다. 9/10

 

 

코가손 | Pop | Self-released,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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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팝의 효용성은 어디까지일까. 코가손의 첫 번째 정규앨범 [Pop]의 목적은 명확하다. 좋은 기타 팝을 들려주기. 혹은 재현하기. 여전히 선대 거장들의 어깨 위에 서 있는 쟁글쟁글한 사운드와 멜로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의 본질적인 매력으로 청자를 끝내 매료시킨다.당신이 기타 소리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Pop]이 들려주는 노래에 빠져들지 않을 방도는 없다. 꿀처럼 반복되는 “너의 방”의 메인 멜로디.“화장터길”의 아스라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타 팝의 ‘효용성’을 굳이 다시 질문하는 이유는, 그것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소년스러운 감성과 너무 쉬운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 효과적이라 안이함이 느껴진다. [Pop]에서 감성과 형식의 불가분적인 결합은 역설적으로 형식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바보 같고 귀엽고 멍청하고 솔직한 노래들’을 지향하는 코가손의 비전이, 기타 팝이 더 나아갈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고 감성을 살리는 데만 형식을 집중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누군가는 바로 그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을 것이고, 나조차도 그것이 정말로 큰 흠결인지 확신이 안 서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유보하고 싶다. 이들이 더 괜찮은 답을 찾아낼 거라 믿으니까. 7/10

 

 

크러쉬 (Crush) | Interlude | 아메바컬쳐, 201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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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사운드는 더욱 몽롱해지고, 흐름은 더욱 ‘요즘 R&B’처럼 변했다. 두 번째 정규앨범을 내기 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EP인 [Interlude]에서 크러쉬는 자신이 현 R&B 씬의 흐름을 잘 쫒아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우아해”는 달콤하고, “먼지”는 쓸쓸하며, 아스라한 소리들이 EP 전체를 감싸안는다. 다만 그러한 트렌드 추적이 [Crush On You]에서 약동하던 혈기를 대가로 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크러쉬를 여타 R&B 아티스트들과 구분지어 주는 가장 큰 특징이 그런 끓어오르는 감정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하지 못할 것은 없다. 무엇보다 아직 ‘막간’ 아닌가. 6/10

김민영: 크러쉬는 요새 대세로 떠오른 ‘PBR&B’ 음악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몇 되지 않는 뮤지션이다. 얼터너티브 R&B, 퓨처R&B 등으로 회자되는 장르로 대개는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 위켄드(The Weeknd)와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음악을 연상케 한다. 네오 소울과 힙합, 앰비언트 음악의 기반으로 빈티지한 느낌의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첫번째 정규음반인 [Crush On You]에 이은 [Interlude]은 그의 실험적인 창의력을 방출하게 만들어 준 출구가 되었으며, 음악의 기술적 진보까지 함께 보여준다. 관능적이고 풍부한 훵크 감각을 보여주는 “우아해”와 유연한 러시 사운드를 담고 있는 “먼지”는 꽤나 개성적이다. 특히 헤비 리프와 안정적인 베이스 드럼, 기계적으로 일그러진 로우톤의 효과음의 “Castaway”는 전반적인 음반의 분위기를 가장 농밀하게 전달하는 곡이다. 다만 다양성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 안 그래도 짧은 EP를 산만하게 하면서 아쉬운 부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확실한 장점도 있다. 자기관찰 적이면서 소울풀한 트랙들의 연속으로 네오 소울의 그루브가 상당히 좋게 들린다. 국산 얼터너티브 R&B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7/10

 

 

전기뱀장어 | Fluke | 사운드홀릭,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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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전기뱀장어의 2집 [Fluke]는 말하자면 1집 [최고의 연애] 무렵으로 돌아온 인상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 악기를 동반하고 다소 느린 서정적인 곡 위주로 편성되었던 EP [너의 의미]와는 구분된다. 명료하고 간결한 기타, 각인적인 멜로디로 표상되는 밴드 본연의 사운드를 집약시키기라도 하듯 2집의 전반부에는 “적도” “마지막 승부” “행운을 빌어” 등이 잇달아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이렇게 여전히 청춘을 노래하고 청춘을 겨냥한다. 주로 연애를 둘러싼 희노애락의 감정을 통해 낭만적인 좌표를 획득해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경향이 더 정련되고 강화되었다. ‘우리 삶엔 연습이란 없다고 그래도 난 다시 한 번 더 널 만나볼 거야 익숙한 척 어른인 척… 흔들리는 스무살의 전화기’ (“마지막 승부”) ‘니가 남자친구가 있었더라도 청춘이란 핑계로 한번 우겨볼 걸’ (“청춘의 덫”) 등처럼. 연애의 기저에 깔리는 씁쓸함이나 패배감 같은 행간의 메시지는, 그렇지만 경쾌한 사운드와 만나면 대개는 지워지고, ‘너’에 대한 감정의 솔직한 표현에만 집중된다. 앨범 표지의 이리저리 튀는 원색의 탁구공처럼 산뜻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요약되는 경향은, 단지 여름이라는 계절을 인식한 듯한 앨범 컨셉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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