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프로젝트 팀 아카이뷰(Archiview)와 음악웹진 [weiv]의 콜라보레이션, 음악 평론가의 이야기를 살짝 엿보는 기획 [Critics Record X weiv]. 세 번째 순서는 미묘 평론가와의 인터뷰다. 아이돌 음악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이자, 일렉트로닉 뮤지션이기도 한 그를 아카이뷰가 만났다. | 정구원 Critics Record X weiv 003. 미묘2016년 3월 21일 월요일 서강대 Watco Interviewed by 전대한Photographed by 김이현Designed by 송진경Edited by 우주언 정체성 ① : 뮤지션인 비평가, 비평가인 뮤지션 전대한(이하 전) : 일단 좀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해볼까 해요. 미묘 님은 비평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면서도 뮤지션이시잖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태까지 인터뷰했던 평론가님들 모두 ‘뮤지션과 비평가는 섞일 수 없다’는 요지의 말을 하시더라고요. 한 배를 탔지만, 서로 잘 어울리기는 어려운 사람들인 것 같다는 맥락의 말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미묘님께서는 두 정체성을 동시에 다 가지고 계신 거잖아요? 그게 확실히 비평만 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비평을 하는데 있어서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미묘(이하 미) :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들리는 게 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하게 돼요. 음악을 만들면서, ‘내가 이런 것들을 고민했을 때 이런 식의 결과물이 나오더라.’ 하는 경험이 쌓이게 되잖아요. 그런 경험 때문에 어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 음악은 무슨 생각으로 했겠구나’, ‘저 음악은 어떤 지점에 포인트를 두고 싶었는데 망했구나’ 하고 추상적으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비평만 하시는 분들과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점이라면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을 때, ‘남의 것 그렇게 까더니 너는 얼마나 잘했나 보자’ 하면서 살펴본다는 점. 이런 게 있으니까 약간 민망해지는 게 있죠. 전: 비평을 하는 데 있어서, 음악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게 그런 부분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미: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원래 비평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아니고, 음악 하는 사람이 음악에 대해서 글을 쓰고 말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에 가까운 것이거든요. 그래서 비평가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까 비평가가 되기 전에 쓰던 방식이 지금까지 그대로 와버린 셈이죠. 정체성 ② : 음악학자? 전: 비평가라는 직함 혹은 정체성 속에 음악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음악학자라는 정체성은 국내에서 찾아보기가 꽤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미: 일단 저는 음악학 공부를 중단했으니까 지금 음악학자는 아니에요. 여하튼 음악학이라고 했을 때 다루는 음악들이 굉장히 다양한데, 클래식도 있고 대중음악도 있고 민속음악도 있고 그런데, 그 중의 두 가지, 일단 클래식과 대중음악은 우리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접근 자체에 한계가 있었죠. 그렇지만 대중음악에 관한 음악학이라면, 이제는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어쨌거나 K-Pop이란 게 성립해버렸기 때문에. 대상 텍스트의 양 자체도 굉장히 많아졌고요. 말하자면 이제는 하나의 스탠다드로 통일이 된 거잖아요, K-Pop이라는 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텍스트를 연구하기에 좋은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관심만 있다면요.개인적으로 음악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해보고 싶은 것들이 몇 개 있긴 있어요. 옛날에 생각했던 건데, 가요 멜로디를 코드화 해서 뽕끼의 정체성을 양적으로 추출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든지, 아니면 K-Pop 중에서도 이러이러한 멜로디 중에서 특정한 게 인기가 좋다 혹은 특정한 코드 진행이 음원 수입이 높다 같은 것을 찾아내는 식의 작업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어요. 그런 것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조금은 있고요. 정체성 ③ : 아이돌로지 편집장 전: 그러면 앞으로는 아이돌로지 편집장이라는 타이틀이 미묘 님을 대표하는 정체성이 되겠네요. 미: 그렇죠. 아이돌로지에 욕심이 있으니까 그걸 가지고 활동을 계속 해야죠. 아이돌로지를 통해서 수익 사업도 하고 싶고. 지금까지 (아이돌로지를) 잘 꾸려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부족한 점이 되게 많았고, 한계점들이 있기는 한데, 이게 지속되어야 할 가치가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그 가치가 있다는 걸 어느 정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면 지속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러면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 거쳐야 할 것들을 거쳐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아이돌로지와 아이돌 비평 전: 아이돌로지라는 작업 혹은 매체가 지속될 이유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 비평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납득할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 납득의 이유를 아이돌로지가 기성의 대중음악 비평과 전혀 다른 형태의 비평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기성의 대중음악 비평이 다루지 않았던 분야와 장르를 다루고 있으니까 라는 생각도 들고요. 여튼 아이돌로지가 보여주는 비평은 (기성의 비평과) 형태가 많이 다른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금 아이돌로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아이돌 비평이라는 것 전반이요. 미: 처음에는 우리가 읽고 싶은 글을 쓰자는 마음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사실 팀 블로그 개념으로 시작했거든요. 소박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 쓰자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걸 매체로 인식하더라고요. 남들이 매체라고 인식하면 매체가 된 거네 하면서 매체로서 움직이려고 하고 있죠. 그렇다 보니까 맨 처음에 했던 드립에 가까운 글보다는 점점 글이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음악 이야기를 할 때에도 되게 진지하게 이야기하게 되고. 가벼운 것도 필요하고 무거운 것도 고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가볍게 접근하겠답시고 글을 무조건 그렇게 쓰는 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말하자면 하나의 잡지 안에 심각한 글이랑 흥미성 기사가 같이 있는 상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약간 두 가지를 다 써도 되는 그런 형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섞여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전: 아이돌 비평이 아이돌 음악에 대해 되게 엄격한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텍스트에 대해 굉장히 분석적이고요. 미: 아마 그런 것들이 수용자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돌로지에 관해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는데 그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팬이 (아이돌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건 관심 없다. 자기 아이돌과 전혀 상관없고 자기 아이돌에게 전혀 관심 없는 전문가가 극찬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좋다고 이야기해주는 건 신경 안 쓴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의 의미는 좋아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상대방이 가진 그 말의 권위를 (수용하는) 본인이 판단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이 사람이 실제로는 전문가더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난 너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을 거야’라는 판단. 그것까지 어떻게 설득해낼 수는 없는 거지만, 그래도 글 자체만큼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필요는 있다는 거죠. 전: 방금 하신 말씀을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아이돌 팬덤, 그리고 조금 더 넓게 봐서 아이돌 비평을 소비하는 독자들은 권위 혹은 전문성이라는 것을 무척이나 갈망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건 현재 아이돌 비평에 권위나 전문성이 부재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그럴까요? 제가 계속 아이돌 비평이 다른 장르의 비평에 비해서 굉장히 엄격하고 분석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까닭은 그 부재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아이돌 비평에 있어서는 그런 과정이 진행될 수 있을 만큼의 무언가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팬과 독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읽고 내가 소비하는 (아이돌) 비평이 이만큼 발전하고 있다’ ‘이만큼 엄격하고 이만큼 분석적이다’ 라는 것을 정당화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미: 그 말씀은 맞는 것 같아요. 아이돌 팬덤에게 인정욕구라는 게 굉장히 강한데, 아이돌로지가 그걸 충족시켜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좀 회의적이에요. 그런 게 아니더라도 괜찮은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해요. 내 취향에서 이것이 좋기 때문에 나는 이것을 선택했다, 그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은 거죠. 누군가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부분은 확실히 있는 것 같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른 음악 팬들보다 훨씬 엄격하기도 하죠. 이만큼 전문적으로 보이는 글이 나와서, 나의 아이돌의 라이벌인 아이돌의 팬들이 전부 싸그리 입 닥치게 만드는 상황을 바라는 게 있기 때문에. 팬덤 싸움에 저희(아이돌로지)가 끼어들 일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사람들이 인정해준다는 느낌은 있어요.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약간 다른 것들을 더 많이 끌어오고 싶기도 하거든요. 음악 분석을 음악 분석이라는 ‘티’가 나게 쓰는 사람이 저밖에 없기도 하고요. 다른 분들도 다 분석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에서도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을 어느 정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보고 있기는 해요. 말씀하셨다시피 기본적으로는 기존 담론이 없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가 지르면 깃발 꽂는 그런 부분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깃발을 꽂자, 이런 이야기도 저희끼리 하고 있어요. 아이돌 비평의 의미는 생기고 있는 중이다 전: 다른 장르의 음악에 대한 비평도 마찬가지겠죠. 비평의 목적이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우선 첫 번째는 이런 음악이 있으니까 들어보라고 소개하고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미묘 님 표현을 빌리자면 공감 형성이라고 할까요? 비평가가 감상한 방식과 내용에 공감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그걸 담론화할 수 있도록 장(場)을 만들어주는 것도 포함되고요. 비평가에게 공감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자기 나름의 인사이트를 성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는 것.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 판이 커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그런데 아이돌 비평은 언급한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요. 팬덤이 아이돌 비평의 독자일 확률이 가장 높은데, 그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다 알고 있을 것이고, 앨범이나 굿즈까지 소비할 만한 요소들을 다 소비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에게 무엇을 소개하고 가이드한다는 것은 성립이 되지 않겠죠. 마찬가지로 두 번째도, 팬덤은 이미 음악이라는 텍스트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주관이 있잖아요. 대부분 정말 좋다고 생각하니까 팬이 된 것이겠죠. 그러면 당연히 공감 형성이라는 것도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아이돌 비평이라는 것은 아이돌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거든요. 미: 아이돌 음악이 사실 되게 여러 곳에서 독특한 역학으로 움직이는데, 아까 데이터 이야기를 잠깐 했었지만, 성적이라는 요소가 얽히면 전부 다 무너져요. 그러니까 성적이 어딘가에 반영된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 가서 투표하고 이런 식인데다가 CD 판매량은 전적으로 팬덤의 규모이고, 그러니까 이게 대중적인 파급력 같은 것과는 전혀 별개로 움직이는 거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글 사이에서도 조회수의 편차가 굉장히 커요. 빅뱅이나 샤이니 같은 영향력 있는 보이 그룹이 껴있는 ‘1st Listen’ 회차는 다른 회차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죠. 그러니까 자기 아이돌 이름이 언급이 되면 그것만 보는 사람들이 사실은 대부분이라는 거죠.그래도 제가 조금 가능성을 보는 것은, 지금은 그냥 아이돌이라면 다 좋아하는데 그 중에 누가 조금 더 좋을 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라는 점 때문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발굴의 의미가 확실히 있어요. 제가 피드백 받아보는 것 중에서도 진짜 생소한 마이너 아이돌들도 다루어 줘서 좋다는 것이 있거든요. 그게 공정성에 대한 이슈와 얽혀서 되게 짠하기도 한데, 그래도 못 보던 것들을 보는 기회가 되고, 그런 쪽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결국에는 어떤 정체성이라는 것이 주위와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고, 이 아이돌의 어떤 점이 지금 잘 되고 있고, 어떤 점이 부족하고, 이런 것들을 (비평이) 판단한다고 했을 때, 이것 자체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별개로) 주변 정황이나 추세를 함께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에게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봐요. 간접적으로 계속 돌아가야 하는 일인 거죠. 맛있는 파히타님의 글 같은 경우에도, 어떤 한 곡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추세에 관한 글이겠죠. 이런 식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워낙에 금기들이 많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많고, 말해야 하지만 말했다가는 큰일 나고 그런 곳이다 보니까, 좀 특이한 글들이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그래서 저는 의미가 생기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전통적인 음악 비평같은 의미는 아니지만요. 예를 들어, 저희가 반가운 피드백들은 저희 측에서 악평을 했는데 그걸 보고서 ‘맞는 이야기이긴 하다’, ‘되게 속상하고 기분 나쁘고 필진들을 막 죽여 버리고 싶긴 한데 맞는 말이기는 해서 그게 더 속상하다’는 식의 피드백들이에요. 아이돌 팬에게 기본적으로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지점이 (아이돌에 관련된) 모든 것의 일차적인 동인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경주마처럼 무조건 한 곳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팬덤 내에서의 금기들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이건 왜 금기냐, 이건 금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라든지. 말하자면 팬덤의 행태들을 조금 메타하게 보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어요. 이것은 이제 아이돌 팬덤이 20주년이 되었으니까 그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점 숙성되면서 새롭게 나타나는 움직임 같아요. 앞으로는 그런 것들이 더 커질 것이고, 또 아이돌이 장르화 되면서 장르 덕후들이 생기고 있고요. 그들은 훨씬 더 전통적인 형태의 비평에 가까운 아이돌 비평에 안심하고 접근할 수 있겠죠. 설사 특정한 아이돌의 팬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모습이 제한적인 의미는 가질 것이라는 게 하나의 결론이에요. ‘투명한’ 비평 전: 예전부터 미묘 님 글 전반을 표현할 수 있는 말로, ‘투명한’ 비평이라는 말을 떠올렸거든요. 한병철 교수의 책 『투명사회』를 읽고 그랬던 것도 있지만, 조금 전에 코끼리 다리 이야기 하실 때 또 한 번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각자가 보고 느끼는 코끼리 다리가 있겠지만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만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서 최대한 코끼리 자체를 투명하게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이 발현된 형태의 비평이 미묘 님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성이나 코드 같이 다른 비평가들이 많이 신경 쓰지 않는 부분들을 미묘 님만큼은 세세하게 뜯어보려고 하시는 것 같거든요. 미: 네.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어차피 내가 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내가 표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다루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결과적으로는 디지털 샘플링 코끼리겠죠. 샘플링은 자연계에 완만한 곡선처럼 있는 것을 러프하게 추산해서, 계단처럼 층이 나누어지도록 만드는 것이잖아요. 샘플링하는 비트레이트나 프리퀀시 같은 것을 따라서도 왜곡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그것이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기억과 주관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왜곡시키는 것이니까요. 어차피 다들 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인간으로서의 한계나 포맷에서의 한계 때문에 왜곡이 일어난다고 한들 그것이 없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주목해야 하는 거죠.저는 어렸을 때 비평을 읽으면서 자랐고 그 경험들이 되게 좋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왜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가, 지금은 왜 그런 것이 없는가에 대해 굉장히 아쉬움을 느껴요. 결국 비평은 있는 것을 그대로 담아낸다기보다는 시각을 가지는 거죠. 그런데 그 시각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코끼리를 오른쪽에서 보았는데 다른 사람은 코끼리를 왼쪽에서 볼 수도 있는 것이고, 다리를 만지는 것도 부분적이지만 나의 시선 자체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러면 최소한 ‘나는 코끼리를 여기서 보았다.’라는 것은 확실히 해주어야 하는 것이겠죠. 내가 여기에서 보았을 때 이렇더라, 너는 저쪽에 있어서 이게 안 보이지? 저는 이런 식의 접근을 계속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음악을 말로 토로해낼 수 있고,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전: 마지막 질문이에요. 비평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미: (웃음) 전: 다들 이 질문을 싫어하시더라고요. 미: 싫어하실만한 것 같은데요. 전: 아니면 비평가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르게 말하면, 미묘 님께서 왜 비평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비평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설명해주시면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 계속 했던 이야기지만, 음악을 말로 토로해낼 수 있고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음악가가 음악에 대해서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만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저는 음악으로 표현하기에 더 적합한 내용이 있고, 또 말로 표현하기에 더 적합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음악에 대해서 말하는 것조차도 음악으로 다시 메타하게 접근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고, 말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때도 있겠죠. 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자유이지 의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는 별로 (말로) 토로를 안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서는 더욱 더 말을 안 하는 게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해서 말을 하고, 그렇게 했을 때 말하지 않는 것과 확실히 무언가 다르구나 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분석적인 글을 쓴다거나 글에 악보를 첨부한다든지 했을 때, 그게 독자에게 얼만큼 전달이 되는지 사실 잘 몰라요. ‘아, 전문가가 썼나보네. 그럼 이 글의 결론이 맞겠지’ 하면서 그냥 가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 부분은 꾸준히 부딪혀가며 조절을 해 나가야 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작곡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나는 이것을 이런 의도로 담았는데 그게 아무한테도 전해지지 않네, 그럼 이렇게 표현해볼까? 아니면 이런 주법을 써볼까?’ 하면서 고민을 하는 단계가 있잖아요. 이런 과정은 단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사실 계속해서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구조에는 매번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기에 끊임없이 그 과정이 반복되는 것처럼. 비평도 마찬가지라고 보고요.제가 음악에 관해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것들에서 자꾸 음악 만드는 것과 연결짓게 되는 것 같아요. ‘의도가 이만큼 전달이 되는가, 어떤 주제를 어떻게 택해서 그것에 따라서 포맷이나 화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들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는 고민들인데 그걸 똑같이 비평에서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음악 만들기를 안했으면 음악 글쓰기를 안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비평을 위해서 비평적인 듣기를 하는 것이 저에게는 음악에 대해서 공부가 되더라고요. * Archiview 소개저희는 출판 프로젝트팀 ‘아카이뷰(Archivew)’입니다.아카이뷰는 Archive와 View의 합성입니다. 저희만의 시선을 담은 기록을 출판합니다. 저희는 가치 있지만 그 가치를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소규모이지만 글을 쓰는 전대한과 편집자 우주언, 사진작가 김이현, 디자이너 송진경, 마케팅의 최지윤까지, 나름 완벽한 조합으로 모인 작은 출판사 ‘아카이뷰’는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관련 사이트『크리틱스 레코드』텀블벅 후원 페이지 https://tumblbug.com/criticsrecord/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