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플레이는 이름과는 달리 온기(溫氣)가 두드러지는 듀오이다. 반면에 프린스(Prince)의 “Purple Rain”은 우기(雨期)의 한기(寒氣)가 서려 있는 곡이다. 그 한기(寒氣)가 농밀한 멜랑콜리를 빚어내고, 멜랑콜리와 섹슈얼리티의 뒤엉킴이 절정에 도달한 곡이 바로 “Purple Rain”이다. 그래서 윈터플레이와 “Purple Rain”은 언뜻 연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윈터플레이의 앨범들을 차분히 들어본 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으나, 혜원의 보컬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그저 상큼하기만 하지 않다. 혜원의 보컬을 듣고 있노라면 농염함이 흘러넘치는 순간들이 있는데, “Purple Rain”에서는 그 농염함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광기 어린 절규에 가까웠던 프린스의 보컬에 비하여 점도(粘度)가 다소 부족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윈터플레이의 “Purple Rain”은 프린스에게 바치는 추모곡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윈터플레이의 의도는 프린스가 우리에게 선사한 절정의 충격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방식으로 그를 애도하는 것이다. 윈터플레이는 가장 그들다운 방식으로 “Purple Rain”을 연주함으로써, 그들이 ‘가장 아름답고 창조적인 음악의 영혼’이라 칭송한 프린스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윈터플레이의 “Purple Rain”이 갖는 의미가 프린스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깊이 담아냈다는 데에만 있지는 않다. 프린스의 섹슈얼리티는 비단 보컬뿐 아니라 기타 연주에서도 뿜어져 나오는데, 프린스의 기타 연주를 자신의 방식에 따라서 트럼펫으로 풀어낸 이주한은 이 전무후무한 명곡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더 이상 우리 곁에 있지 않은 프린스가 흡족한 미소를 머금을 만한 추모곡이다. 윈터플레이가 연주한 조사(弔詞)를 들으니, 나도 이제 그만 프린스의 부재를 현실로 인정하고 미루어 두었던 조사(弔詞)를 작성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 주민혁 idolcrit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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