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플레빈, 무제, 1996. 메닐 컬렉션 미술관

댄 플레빈, 무제, 1996. 메닐 컬렉션 미술관

 

장소 특정성(Site-Specifici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술 이론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으로, 미술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고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장소’를 소재로 삼아 특정한 장소나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되는 미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때의 ‘장소’는 물리적인 요소들, 이를테면 구체적인 공간의 길이·깊이·높이나 특유의 지형학적 특징 등을 말하기도 하지만, 미술계를 구성하는 미술 시장·미술 비평 등의 시스템과 구조적인 요소들도 해당하며, 심지어 지역공동체나 제도적인 틀, 사회적 대의, 정치적 논쟁까지도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미술에 대한 담론입니다. 그러나 ‘장소’에 대해 고찰하고, ‘장소’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음악들 또한 많습니다. 그저 아무도 이 담론을 토대로 음악을 듣지 않았을 뿐, 장소 특정성이라는 개념을 음악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음악이라는 영역에서 장소 특정성이 더 명확히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믿습니다. 시각적인 요소에 기반을 둔 미술이 보여줄 수 없는 것을, 청각적인 요소가 가득한 음악만이 들려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물리적인 입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다룬 음악부터, 어떤 장소에 대한 인상을 풀어낸 음악도 있고, 소중한 공간과 장소를 잃고 쫓겨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음악까지, 이 모든 것을 장소 특정적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전대한 jeondaehan@naver.com

 

 

강아솔 – 사라오름
레인보우99 – 7월 당진, 송전탑
이권형 – 섬
김해원 – 불길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 476-20
이랑 – 럭키아파트
최고은 – Eric`s Song
3호선 버터플라이 –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
쏜애플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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