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6년 7월 30일 수요일
장소: 합정 카페 비하인드
질문, 정리: 정구원 lacelet@gmail.com, 김세철 nolonelysquare@gmail.com
사진: 두은정

‘매니저’와 ‘인디 뮤지션’이라는 두 단어가 익숙하게 매치되는 단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독립’과 ‘Do It Yourself’로 대표되는 인디 음악의 지배적 가치는 아티스트가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으로 인식시켰다. 창작은 물론이고 유통, 홍보, 판매, 투어, 공연 기획, 예산 관리, 티켓박스 지키기 등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존재. 여기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매니저’가 끼어들 부분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씬이 그런 식으로 돌아갈까? 혹은 조금 더 나아가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맞을까? ‘매니지먼트’는 정말 인디와 연이 없는 개념인 것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weiv]에서는 김사월, 그리고 김사월X김해원의 매니저 강지혜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한 주가 지난 시점, 아티스트 김사월과 함께 만났던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매니저를 맡고 있는 사람들만큼이나 잔잔하고 담담했다. 그리고 역시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그녀는 ‘인디 뮤지션의 매니저’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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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강지혜: 안녕하세요. 저는 김사월X김해원, 그리고 김사월의 매니저를 2014년 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강지혜라고 합니다.

 

정구원: 매니저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시기,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강지혜: 사월 씨와 해원 씨를 처음 만난 건 2014년 7월에 했던 <레코드폐허>에서였어요. 바다비에서 열렸죠. 그 때 저는 자립음악생산조합 조합원으로서 도우미 역할을 나와 있었고, 옆에는 김X김 부스가 있었어요. 그 때 우연히 두 분을 처음 뵈었던 거죠. 두 분이 “비밀” 싱글을 내시고 한창 활동하셨던 시기였어요. 이 싱글이 급하게 나온 레코딩이어서, 약간 패키징 같은 게 덜 되어 있었고 제가 그 부분을 도와드렸어요. 처음 뵈었을 땐 그렇게 현장 스탭으로 만났었고. 그 다음에는 g황경하 씨가 또 소개를 해 주셔서, [비밀 EP] 쇼케이스 때 티켓팅을 도와드리게 됐어요.

 

정구원: CY시어터에서 했던 첫 쇼케이스 말이군요.
강지혜: 예. 그 때까지는 그렇게 단발적으로 만났는데, 주위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그 이후에 매니저를 구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또 그 때 휴학 중이라 마땅히 할 일이 없었어요. 그렇게 주위에서 얘기가 돌다가 ‘매니저 해 주실 수 없어요?’라고 제게 물어봐 주셨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해원 씨와 미팅을 했어요. 해원 씨도 사실은 음악가로서 힘들게 첫 앨범을 내신 거잖아요. 저도 일을 한 지가 얼마 안 되었고, 그 때는 서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던 시기였어요. 매니저를 하자고 미팅을 했는데도 어떠한 걸 정해야 되는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확정이 안 되었던 거죠. 그래서 그냥 제가 도와드리겠다, 이런 식으로 가볍게 시작이 됐어요.

 

정구원: 매니저를 맡으시기 전에는 김사월X김해원에 대해서 알고 계셨어요?
강지혜: 사실 해원씨는 잘 몰랐어요. 사월 씨는 공연이랑 노래를 들은 적이 있어요. “비밀” 싱글이 나왔을 때 저도 김X김 음악하고 에코백을 샀거든요. 그 때 되게 좋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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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저 자신이 두 분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사월 씨, 해원 씨에게 의지를 많이 하기도 해요.”

 

 

 

정구원: 단편선과 선원들의 매니저 강진원씨는 ‘나는 매끄러움을 주기 위해 밴드에 고용되었다’라는 말로 매니저가 하는 일을 정리하신 바 있습니다. 지혜 씨께서 매니저로서 어떤 일을 진행하셨는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지혜: 사실 제가 매니저이기도 하고, 측근에서 도와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데요. 계속 일을 하다 보면 서로 의지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 자신이 두 분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사월 씨, 해원 씨에게 의지를 많이 하기도 해요. 그리고 두 분께서도 저한테 질문을 많이 해 주시고요. 얼마 전에 회식 자리에서 두 분이랑 저랑 이야기를 하면서 나왔던 얘긴데, 두 분이 약간 감정적으로 공연 전에 격양되거나 하이(High)한 상태가 되실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제가 약간 눌러주는 역할, 누름돌같이 뭔가를 잡아주는 역할,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화려하게 뭘 했다거나 테크니컬하게 도와줬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보다는 서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매니저 일에 대해서는… 매니징이라는 게 그냥 모든 걸 다 하는 거라서 (웃음) 사실 회사에 소속된 매니저 같은 경우에는 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잖아요? 근데 제가 하는 건 모든 걸 다 하는 역할이에요.

 

정구원: 예를 들면 무엇이 있나요?
강지혜: 라이브에서 세션 분들하고의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또 노래가 나오거나 연주를 하면 어땠는지에 대해 피드백도 해드리고요. 때로는 비주얼적인 부분에도 관여를 하고, 현장에서 사운드 같은 걸 체크하고 전화도 받죠. 평소에 많이 만나서 회의를 많이 하고 이야기도 서로 많이 나눠요.

 

정구원: 혹시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관여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강지혜: 단편선과 선원들과 비교하자면, 단선원은 진원 씨가 녹음 과정에서부터 깊은 부분까지 같이 케어하시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아티스트가 음악적으로 맡는 부분은 두 분이 알아서 하시는 편이에요. 저는 두 분이 집중력 있게 작업을 하시다가 어떤 결과물이 1차, 2차, 3차 하는 식으로 나왔을 때 이 부분이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조언 식으로만 피드백을 드리죠. 깊게 관여하지는 않아요.
다만 현장에서는 다르죠. 현장에서는 퍼포먼스를 할 때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두 분께서 잘 모르시니까 무대에서는 어떤 부분이 어떻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드려요. 공연이 끝나면 이런 부분이 좋았다, 나빴다, 이렇게 얘기도 하죠.

 

정구원: 제3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드리는 거군요.
강지혜: 네, 그러다 보니까 합주를 할 때도 되도록이면 가려고 해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감을 잡아야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니까요.
김사월: ‘제3자의 입장’이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시긴 했지만, 지혜 씨가 현장에서 봐 주실 때는 저희 밴드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보시지만 어느 정도는 또 ‘좋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시는 게 있거든요. 관객으로서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해 되게 자세하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저희 공연에 많이 오시는 분들께서 퍼포먼스나 소리나 패션 등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런 부분을 관객의 입장에서, 그리고 매니저의 입장에서 알려주시니까 저희는 정말 참고가 많이 됐어요. ‘어땠어요? 옷의 소매가 어땠어요? 기타 같은 경우엔 어땠어요?’ (웃음) 이런 식으로 다 물어볼 수가 있었던 거죠. 밴드의 공연을 발전시키는 데 지혜 씨의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정구원: 사월 씨가 ‘옷 소매’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는데, 아트워크나 비주얼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관여하셨던 건가요?
강지혜: 저희가 되게 디테일해요 (웃음) 남들이 보면 놀랄 정도로. 사실 제가 김X김을 처음 했을 때가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완성이 안 됐던 시기에요. 근데 이제 영상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되게 중요하잖아요? 좋은 영상을 위해서 좋은 룩을 보여주는게 중요한데, 제가 들어갔을 때가 그 부분을 정할 때였어요. 회의를 서로 많이 하면서 그런 부분을 정해나갔죠. 제가 옷을 되게 좋아하는 것도 있어서, 그 부분은 재밌게 했어요. 해원 씨한테 서스펜더 같은 것도 채워보고 (웃음) 제가 그런 남성의 이미지를, 약간 변태같을 수도 있는데 (웃음) 꿈꿨나 봐요.

 

정구원: 혹시 선글라스 같은 것도 골라주신 건가요?
강지혜: 선글라스는 또 해원 씨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템이에요. (웃음) 사월 언니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저랑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김사월: 네 맞아요.
강지혜: 언니한테도 제가 입고 싶은 걸 입히고 (웃음) 그러면서 서로 재미있게 했죠.

 

정구원: 의상이 되게 다양하시잖아요. 드레스를 입으신 적도 있지만 솔로 활동을 하실 때는 청바지에 블라우스 해가지고 고전적인 포크 가수의 느낌을 살리셨고요. 의상의 폭이 굉장히 다양하신 것 같아요.
김사월: 그래서 지혜 씨가 옷을 사기 위해서 다니는 루트까지 다 생겨버렸어요.
강지혜: 원래는 발품을 엄청나게 많이 팔았거든요.
김사월: 예전에는 별다른 전략 없이 동대문 가서 밤 새서 사오고 그랬는데,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어떤 상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옷을 찾아 다녔다면, 이제는 그런 옷은 없다는 걸 알아 버렸어요 (웃음). 많은 아이템이 출몰하는 장소를 지혜 씨가 알고 계시거든요. 압구정에 어디 가면 그런 게 있다, 홍대에는 또 어디에 있다더라, 이렇게 정보를 얻으면 날 잡아서 도는 거죠. 고생 많이 했어요.
강지혜: 의상은 진짜 어려운 거 같아요. 사월 씨도 그렇고 저희가 원하는 컨셉이 되게 뚜렷해요. 저희 음악이 평상복을 입기엔 노래 자체가 애매하거든요. 그래서 확실한 비주얼이 있는데, 사실 옷가게는 평상시에 사람들이 많이 입는 옷을 파는 거잖아요. 그런 문제를 풀기가 어려웠죠. 요새는 노하우가 생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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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음악가라고 해서 매니저가 덜 필요하고 그런 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구원: 공연 전반에 대한 매니지먼트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공연에 관해서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지, 그리고 참여 기준 같은 게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강지혜: 밴드 입장에서는 우선 공연을 하는 시기가 언제인지가 중요하겠죠. 그리고 공연은 결국 소비되는 거잖아요. (저희가) 어떤 식으로 소비가 되는지, 그 공연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고 매니저로서 컨트롤을 해야 하는 부분이죠. 우리 팀을 어떻게 노출하고 어떤 빈도로 보여드리는가가 문제가 되는 부분이니까요. 물론 공연 개런티나 같이 하는 팀도 영향을 주는 부분이고요.
공연을 하고 나서 끝나게 되면 완결됨으로써 받는 느낌이 있잖아요? 아티스트로서 소모되지 않고 좋은 공연을 했다고 느낄 만한 공연을 섭외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건 단순히 아티스트만이 아닌 관객 입장에서도 느껴지는 거죠. 규모가 작아도 끝났을 때 충만하고 만족감이 드는 공연이 있고, 반면에 그냥 ‘일을 끝냈다’는 느낌만 받을 때가 있어요. 후자의 공연만 하다 보면 공연자 입장에서는 맥도 풀리고 정신적인 소모도 많이 되니까. 저도 그래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 두 분이 느끼는 감정을 저도 똑같이 느끼거든요. 서로 계속 오래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도 하고 소개도 해야겠죠.

 

정구원: 그러면 매니저로서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으신가요?
강지혜: 질문지를 받고 나서 생각을 많이 해 봤어요. 되게 식상할 수도 있지만 모든 공연이 다 기억에 남아요 (웃음).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사실 공연은 아니고, 벨로주에서 했던 김사월X김해원의 온스테이지 촬영이 기억에 남아요. 그 때 김x김이 처음으로 온스테이지에 선정이 되어 라이브 영상을 촬영했거든요. 그 때가 2014년 12월이었어요.
그 당시는 아직 제가 매니저 일을 하던 초창기였어요. 온스테이지 촬영을 하기 위해서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되게 뭐랄까, 약간 위압감 같은 것도 살짝 느껴졌어요. 조명이랑 사운드 등 촬영에 필요한 요소를 다 최적화해 놓으셨는데, 그 세팅을 밖에서 제가 봤을 때 매우 인상에 깊게 남았어요. 본격적인 느낌이었죠. 매니저를 하다 보면 라이브를 많이 보게 되지만 김x김이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느껴진 건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정구원: 보도자료 배포나 SNS를 통한 아티스트 홍보 등의 활동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요?
강지혜: 보도자료 같은 경우에는 정해져 있는 양식이 있고 그에 맞춰서 쓰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요.그리고 SNS 같은 경우에는 같이 관리를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SNS에서 중요하다고 느끼는 점은 어투 같아요. 그래서 사월 씨 계정은 사월 씨가 주로 맡고, 김x김은 제가 많이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김x김은 듀오니까, 제가 중간에서 이걸 김x김 말투에 맞게 쓰는 식이죠. 두 분이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자신들을 알리고 싶은지를 가까이서 느끼니까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그대로 풀어서 쓰게 돼요. SNS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팬들이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SNS를 봤을 때 ‘이건 진짜 뮤지션이 조곤조곤 말해주듯이 신경을 쓰고 있구나’ 라는 걸 느꼈으면 하는 점이에요.

 

정구원: 매니저 일을 하시는 데 있어서 정보를 얻거나 영감을 느끼는 소스가 있으신가요?
강지혜: 그런 영감은 주변 친구들 등의 사람들에게 많이 받는 거 같아요. 같이 어울리면서. 가까이서 같이 일하는 단편선과 선원들에게서도 많이 받고요. 사실 제가 음악가는 아니잖아요. 근데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어려운 문제가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저도 간접적으로 느끼게 돼요. 그 외에는 비주얼이나 노래에 대해서 많이 서치하는 편이고요. 필요할 때마다.

 

정구원: 매니저라는 일 자체가 주변에 흔하지 않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일단 해보고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 같아요.
강지혜: 그런 게 많죠. 저희도 사실 선례가 있어서 그걸 따랐다기보단 저희가 만들어가는 거였거든요. 셋이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서로 요구를 하기도 하고, 경험을 통해서 이거는 이렇게 해야겠다, 몸으로 직접 해보는 경우도 많았죠.

 

정구원: 사월 씨와 해원 씨 같은 경우 소속된 레이블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레이블에 소속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아티스트가 받을 수 있는 매니지먼트의 차이가 존재하나요?
강지혜: 차이는 분명히 존재해요. 예를 들면, 뮤지션에게 소속사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도 있지만 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 있어서는 회사가 이야기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저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하는 거죠. 회사는 어쨌든 시스템이 있는 거잖아요.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부서가 나누어져 있기도 하고. 그에 비해 저는 1인 매니저로서 좀 더 총체적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SNS 관리나 조언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장에 나가서도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관련된 전반적인 부분을 다 신경쓰는 거죠.

 

정구원: 메인스트림 셀레브리티에게 있어서 매니저가 당연시되는 것과 달리, 인디 음악가를 전담하는 매니저는 아무래도 생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일을 직접 경험해보신 사람으로서, 인디 음악가에게 어떤 점에서 매니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강지혜: 음악가한테는 스탭이 꼭 필요한 거 같아요. 매니저를 비롯해서. 아무리 DIY라고는 하지만, 이 분야에서 깊게 하려면 혼자서만 할 수가 없거든요. 물론 혼자서 너무 잘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공연의 경우에만 봐도, 공연 외에 다른 부분, 머천다이징이나, 티케팅이나, SNS를 비롯한 홍보 등,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공연이 잘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제가 더 잘 될 수 있게, 음악 이외의 부분을 도와드리는 거죠.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그 외의 일,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고 하면 아티스트가 잘 하는 건 콘텐츠를 만들고 공연을 하는 일일 거에요. 회사의 경우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어떻게 팔 건지, 마케팅이나 음반 유통 관리같은 부분을 전담할 수 있어요. 근데 아티스트가 그런 부분까지 혼자서 다 맡기는 어려워요. 그렇다고 ‘콘텐츠 외의 일’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매니저는 다들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못 구하는 경우가 많죠. 인디 음악가라고 해서 매니저가 덜 필요하고 그런 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구원: 사월 씨의 경우에는 본격적으로 김x김 활동을 하기 전엔 매니저가 안 계셨는데, 있고 없고의 차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사월: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진 팀이어서, 저희가 그걸 관리하는데 혼란이 많았어요. 예산에 있어서도 예전보다 훨씬 커질 테니까 그런 부분들을 신경써야 했죠. 꼭 돈 문제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자원에 관련된 이야기에요. 소요되는 인원이 생기고 소요되는 건수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걸 관리하는 데 있어서 저희가 다 하고 있으면 메일만 쓰다가 하루가 다 가버리는 식이 되는 거죠. 그런데 저희는 새로운 곡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자원 관리 부분에 대해 지혜씨께 부탁을 드려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또 정서적으로는… 많은 음악가들이 그렇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혼자인 시간이 많은 직업이 음악 만드는 일인데, 계속해서 혼자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작업을 하면서도 저희를 잘 알고 관리를 해 주시는 지혜 씨께 이것저것 물어보게 돼요. 일종의 거울 같은 역할을 하시는 거죠. 저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이니까.

 

정구원: 돈 관리라든지, 티켓 관리라든지, 메일 보내고 홍보하는 부분. 하나하나 나눠 보면 큰 일이 아닌데 합쳐지면 굉장히 크고 중요한 일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아직까지도 있는 것 같아요. 인디는 DIY로 혼자서 해야 한다, 뭐 이런 의견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지혜: 사실, 최근에는 주변 음악가들에게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자기도 매니저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을 하면서 많이 보게 됐는데, 음반 기획을 요청하는 분들도 계시고 유통이라든지 홍보라든지 하는 음악 이외의 과정들에 대해서 조언을 얻으려고 자립에 찾아오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DIY로 할 수 있잖아요. 홈레코딩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근데 아무리 DIY라고 해도 밴드를 유지하고 매니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다들 잘 모르세요. 그걸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고요. 음반 만드는 것까지는 자신이 있는데 그 다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정구원: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앞으로 전망이 어떻게 될 것 같으신가요?
강지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보다는 (매니저가) 늘어날 거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인디 시장이 커져 감에 따라서 공연이나 창작 이외의 부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스탭이 점점 분화될 거에요. 해외 팀 같은 경우에는 테크니션이 악기도 봐주고 장비도 봐 주잖아요. 얼마 전 공연에서 케이블연결이 안 되어서 진땀을 빼기도 했거든요. 리허설은 완벽하게 했는데, 무대에서 장비적인 결함도 아니고 잭이 빠져 있었다거나, 배터리가 없었다거나 그런 일로 당황하는 경우가 있어요. 무대에서 그런 게 체크되지 않으면 카오스가 발생하죠. 외국 팀은 그런 걸 담당하는 스탭이 따로 있잖아요. 테크니션이 딱 준비해 놓은 다음 빠지고. 그런 게 부럽죠.

 

 

 

1-2

“제일 중요한 건 이 일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에요. “

 

 

정구원: 이 일을 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경험자로서 남겨주실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강지혜: 사실 매니저마다 스타일과 성향은 천차만별이에요. 근데 제일 중요한, 공통적으로 갖춰야 되는 건 이 일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에요. 일을 하면서 지식이나 기술은 스스로 쌓아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건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를 도와주는 사람이니까 그 사람과 유대를 쌓는 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아티스트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아티스트 외부의 사람들과도 관계를 잘 맺어야 앞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 이어갈 수 있겠죠?

 

정구원: 지금까지의 말씀을 들어 보면 아티스트의 정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매니저인 것 같아요. 매니저 일을 하시면서 힘들었던 부분, 혹은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강지혜: 다른 건 괜찮은데 공연 현장에서 힘들었던 경우가 있어요. 현장에서 내가 잘못한 것 때문에 우리 팀한테 불이익이 가거나, 현장에 있는 스탭과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어서 사운드가 좋지 않게 나온다거나. 그런 것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이 제일 힘들죠.

 

정구원: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강지혜: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지도 않아요. 현장에 나가면 좋은 사운드 감독님들이 참 많아요. 현장 스탭들도 그렇고요. 그런데 가끔씩 이야기가 좀 힘든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직업은 프라이드가 강한 일이니까요. 제가 옆에 가서 사운드가 이렇다 저렇다 하면 그 분들 작업에 대해서 제가 심하게 개입을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런 점 때문에 불이익이 생긴다면 매니저로서는 힘들죠.
보람을 느꼈던 일이라면… 진짜 그냥, 내가 보기에도 공연이 너무 좋았다? 그럴 때가 있어요. 뮤지션이 느끼는 걸 저도 그대로 느낀다고 했잖아요. 공연을 많이 보다 보면 맨날 보는 공연이어도 남다르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관객들하고 무엇인가 잘 맞아서 공연 분위기나 이런 게 잘 흘러간다고 아티스트가 느낄 때, 저도 똑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 그럴 때 나 자신이 기여한다는 느낌이 들죠.

 

정구원: 지혜 씨께서 오랫동안 매니저 역할을 하셨는데, 사월 씨는 어떻게 느끼세요? 어떻게 보면 함께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을 텐데요.
김사월: 좋았어요 (웃음).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해원 씨나 저나 혼자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시간들을 서로 체크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긴 거잖아요? 지금 어떤 걸 만들고 있냐, 이런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드는 사람에게는 힘이 되는데 그런 일을 계속 전담해 주시는 분이 있는 거니까 좋았고.
그리고 지혜 씨하고는 또래? 약간 욕심 내서 또래인데 (웃음) 어쨌든 최근의 이슈나 인디 친구들에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서로 나눌 수도 있고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이자 좋은 동료였어요. 좋은 동료랑 같이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정구원: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강지혜: 공연을 가면 사월 씨하고 저하고 둘이 혈연 관계냐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언젠가 공연장에 가서 리허설을 하고 있었는데, 스탭 분이 제가 뮤지션인 줄 알고 마이크하고 헤드셋을 주시더라구요.
김사월: 그런 적도 있어요. 지혜 씨가 공연장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어 안녕하세요 김사월 씨?’ 라고 인사를 하는 거에요 (웃음) 그래서 되게 웃겼어요. 저야 좋죠.
강지혜: 여자고, 매니저가 흔하지 않으니까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정구원: 매니저 생활이 이제 끝을 맞이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강지혜: 공부를 잘 하면서 생활을 잘 해야죠. 서운하긴 한데 많이 서운해하지는 않으려고요 (웃음) 사월 씨나 해원 씨나 잘 하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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