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만난 사람’은 음악, 혹은 음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이들을 만나는 인터뷰다. 이 중에는 직접 음악을 사람들 앞에 선보이는 음악가도 있지만 그 뒤에서 작품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는 사람도, 혹은 음악 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음악을 선보이는 사람도 포함된다. 이번에는 JTBC에서 <히든 싱어>, <백인백곡 끝까지 간다>, <힙합의 민족>, 그리고 19일 첫 방송을 선보이는 <걸스피릿>까지 다양한 음악 예능을 만들어 온 신영광 PD를 만났다. 프로그램에 관한 뒷이야기부터 음악 예능에 관한 솔직한 생각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 본 인터뷰는 벅스 뮤직포스트에 실린 인터뷰를 수정, 보완했습니다.

 

박준우: <힙합의 민족> 끝나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신영광: 다음 프로그램에 바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 다음 프로그램이 새로 기획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회의를 해요. 기본적으로 일주일 정도 휴식을 주죠. 저는 짧게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걸스피릿’ 준비를 시작했죠.

 

박준우: <걸스피릿>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신영광: 기획이 나오고 들어갔죠. ‘힙합의 민족’ 끝나고 들어오라고 해서 갔죠. 같은 예능 PD라도 어떤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해왔는가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미팅부터 시작해서 조명이나 편집, 오디오 믹싱, 노래 편집까지 그런 부분들을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 말이죠.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쇼 이런 것들이 다르듯이 다 달라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회사 들어오기 전에 그러한 일을 아마추어처럼이라도 해봤어요. 공연을 만들어서 세우는 것도 해봤고, 가수가 되고 싶기도 했고.

 

박준우: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신영광: 전부였죠. 가수가 되고 싶었으니까. (웃음) 무대를 만들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오히려 근데 그런 것들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가수들도 믿고 따라와 주는 것도 있어요. ‘힙합의 민족’을 할 때도 무대와 관련한 것도 래퍼와 많이 얘기하고, 그러면서 잘 만들어지는 것도 있고. 저도 더 재미있죠.

 

박준우: 음악 예능에 특화된 PD시네요.
신영광: 그랬으면 좋겠어요. (웃음)

 

박준우: <힙합의 민족> 은 기획부터 같이한 것인지 궁금해요.
신영광: 시즌 끝나고 살짝 쉴 때 합류해서 회의하고, 그때부터 섭외를 하고 그랬던 거죠. 도장 찍어서 선택하는 이런 것까지 결정하고. 그건 제 아이디어였어요. (웃음) 기존의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주고, 목걸이를 주고 이러니까 우리는 뭐로 할까 고민을 계속했죠. 겹치는 건 피하고 싶었고, 도장은 클럽 입장할 때 쓰는 거니까. 그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죠.

 

박준우: 래퍼들 섭외보다 할머니들 섭외가 훨씬 힘들었을 것 같은데.
신영광: 오히려 그 반대에요. 힙합 자체가 아직은 상대적으로 덜 대중적인 편이라고 봐요. 그나마 래퍼라도 유명한 사람을 섭외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여러 레이블을 상대로 설득했죠. 다 거절당했죠. 그분들 입장도 이해해요. 부담도 느끼고 그랬던 거죠. 레이블 하나하나 설득하는 게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설득이 되는 한, 두 곳을 만나게 되었어요. 할머니들은 어쨌든 배우분들이시고 미리 섭외되었던 분들도 계셨고. 할머니분들은 드라마 쪽과 또 촬영이든 뭐든 달라서 조율해야 했던 게 있지만, 래퍼들 섭외가 더 힘들었어요. 그나마 이렇게 하고 나면 다음 시즌은 섭외가 좀 덜 힘들겠죠.

 

박준우: 래퍼들의 자존심 같은 것도 처음부터 어느 정도 생각했나 봐요.
신영광: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들을 알고 있었어요. 근데 사실은 저를 제외한 제작진분들이 소위 말하는 래퍼들의 태도나 이런 것들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진 못했거든요. 다른 분들은 그래서 섭외 과정에서 알게 된 거죠. 래퍼들의 세계라는 것에 대해서.(웃음) 생각보다 힙합 신이 굉장히 좁잖아요. 그런 것들을 섭외하면서 알게 된 거죠. 온라인에 있는 힙합 커뮤니티도 제가 알려주고 그랬어요. 나중에는 다들 많이 알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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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쇼미더머니에서 <힙합의 민족>이 가사에 한 번 나왔어요. 그런 거 보면 ‘오… 여기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감사하군’이라고 생각하죠. (웃음)”

 

 

박준우: 할머니들과 찍는 건 얼마나 힘들었나요? 이 정도 연차가 되는 분들을 한꺼번에 모아 예능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일인데.
신영광: 긴장하고, 피곤하고, 그러다 보니까 집에 가고 싶고, 졸리고. (웃음) 이번에 <걸스피릿> 촬영장을 가잖아요. 촬영가면 기운을 얻거든요. (웃음) 또 대부분이 여배우분들 이시잖아요. 근데 랩을 하는 이쪽에서는 프로가 아니니까. <걸스피릿>과 비교하는 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걸스피릿>에 출연하는 분들은 나이가 어려도 어쨌든 이쪽에서 프로들이잖아요. 인터뷰든 연습이든 착착 진행되어요. <힙합의 민족> 은 아무래도 연습이 오래 걸리고, 녹화 당일도 계속 리허설하고 그랬죠. 어디 틀렸나 계속 체크하고. 편집으로 어떻게 보완할지를 계속 생각했어요

 

박준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굉장히 결단력 강한 PD라고.
신영광: 그래야죠. 안 그러면 몇십, 몇백 명 되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우왕좌왕하는데. 그런 것들이 있어서 결단을 빠르게 내릴 수밖에 없는 것도 있어요. 동선, 소품 이런 것들을 빨리빨리 진행해야지 잘 따라오고 또 수월하게 일할 수 있으니까요. 현장은 거의 전쟁터라고 보시면 되어요.

 

박준우: <힙합의 민족>의 경우, 경연하는 무대가 실제 클럽이었어요.
신영광: 원래는 세트에서 하려고 했어요. 버라이어티를 제외한 대부분의 JTBC 프로그램이 세트에서 해요. 그러다 ‘밖에서 해볼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세트를 클럽처럼 만들 수도 있는데, 진짜 클럽이 가지는 분위기도 살리고 싶었어요. 처음에 우리가 8팀이었고, 옥타곤이 8각형이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키워드를 가지고 가려고 했어요. 프로그램을 보면 8각을 이용한 게 되게 많아요. 로고도 그렇고. 나중에는 무뎌지기는 했지만. 프로그램 차원에서는 도전이었죠. 그리고 메인 PD님이 클럽을 좋아하셔요. (웃음) 어지간한 클럽은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박준우: 아무래도 <SHOW ME THE MONEY>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신영광: 근데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라서요. 오히려 저쪽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둬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웃음) 아예 다른 프로그램이고, 인간극장 형의 착한 프로그램이잖아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같이 얘기하기는 하지만요. 이번에 쇼미더머니에서 <힙합의 민족>이 가사에 한 번 나왔어요. 그런 거 보면 ‘오… 여기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감사하군’이라고 생각하죠. (웃음)

 

박준우: <힙합의 민족>이 지나치게 착하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영광: 인정! 솔직히 나쁘게 가려고 했으면 <언프리티 랩스타>는 새 발의 피 수준으로, 귀여운 수준으로 만들 수도 있었어요. (웃음) 현장에서 포착하는 여러 모습 중에 그런 부분만 담아내면 아마 다들 TV 앞에 무릎 꿇고 보셨을 거예요.

 

박준우: <히든 싱어>를 아무래도 오래 하셨는데, 본인에게도 나름의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신영광: 음악 PD로서의 많은 경험, 준비과정을 배운 것도 크고. 그런 것들 때문에 편집이든 뭐든 도움이 된 게 많았어요. 이 프로그램 외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얻은 것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는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특히 오디오 믹싱 같은 소리를 정교하게 만지는 부분에서도 그렇고요.

 

박준우: 후시 믹싱(촬영 이후 오디오를 매끄럽게 편집)도 회사에서 전부 하는 편인가요?
신영광: 외주를 쓸 때도 있어요. 있는데, 믹싱 감독님이 있으셔요. 외부에서 어느 정도 튠을 잡아오면 회사에서 다시 만질 때도 있고. 현장 소리 레벨 조정하고. 물론 잘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손을 많이 봐야 할 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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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궁금한 건 못 참는 것 같아요. <복면가왕>도 그렇고, <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그렇고. 그들보다는 앞서서 그 점을 공략했다고 생각하고는 있죠.”

 

 

박준우: <히든 싱어>의 성공 요인을 생각해본다면?
신영광: 한국 사람들은 궁금한 건 못 참는 것 같아요. <복면가왕>도 그렇고, <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그렇고. 그들보다는 앞서서 그 점을 공략했다고 생각하고는 있죠. 노래도 좋아하는데, 거기다 궁금함을 자아내는 부분까지 넣는 거죠. 그냥 모창만 했어도 미리 나와서 모창을 하면 설 특집처럼 되는 거고. 그걸 궁금하게 만들어서 잘 되었다고 생각해요.

 

박준우: 사실 모창이라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히든 싱어는 그걸 가창력으로 이어가는 데 있어 성공적이었어요.
신영광: 그런 것도 있고, 정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잘해도 모창은 모창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근데 모창을 잘하는 건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한다는 거예요. 그걸 끄집어내는 게 중요했죠.

 

박준우: 모창을 잘하는 사람이 대부분 그 대상의 팬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신영광: 그렇지 않으면 그만큼 따라 할 수가 없어요. 그만큼 많이 듣고, 많이 불러보고, 호흡이나 발음 하나하나 따라 하는 건데 기본적으로 좋아해야 따라 할 수 있죠.

 

박준우: 본인도 김건모 편에 직접 나가셨는데.
신영광: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고 써주세요. (웃음) 나간 녹화 자체는 너무 좋은데, 제가… (웃음)

 

박준우: 히든 싱어는 어쨌든 굉장히 오래 진행한 프로그램인데, 정체되는 느낌 같은 건 없었는지 궁금해요.
신영광: 제일 중요한 문제는 섭외였어요. 근데 시즌을 지나다 보면 섭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나요. 예를 들면 시즌 1 때는 자이언티가 후보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제는 자이언티를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처음에는 정말 위대한 싱어들을 하려고 했는데 시즌 지나면서 그런 부담감도 덜기로 했어요. 시즌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내한 가수를 섭외할 수도 있는 거고, 했던 사람을 또 해도 되는 거고. 방법은 계속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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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런 일을 할 때 제일 재미있어요. 스태프들이나 무대 올라가는 사람과 대화하고 피드백 주고받으면서 무대를 만들어갈 때.”

 

 

박준우: 처음 회사 들어갔을 때는 이렇게 음악 예능을 많이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셨나요?
신영광: 시키는 거 열심히 하고 열심히 했어요. 처음에는 배울 것도 많고 그러니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운도 따랐고, 어느 정도 특화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도 들고.

 

박준우: 회사 환경의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신영광: 다른 종편에 비해 JTBC는 방송 자체에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제작 지원도 좋고, 특별히 제한을 두는 것도 없고.

 

박준우: 원래 음악 예능을 많이 하고 싶었던 거죠?
신영광: 그렇죠. 대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저는 그런 쪽으로는 많이 써주시고 그러다 보니까 좋죠. JTBC도 라이브 프로그램 하나 생겼으면 좋겠어요. 큐시트부터 조명, 음향, 마이크 등등 더 디테일하게, 더 전문적으로 해야 하지만 하고 싶죠. 지금도 그런 일을 할 때 제일 재미있어요. 스태프들이나 무대 올라가는 사람과 대화하고 피드백 주고받으면서 무대를 만들어갈 때.

 

박준우: 다른 음악 예능 프로그램도 모니터하는지 궁금해요.
신영광: 다 하죠. 여러 가지 보면서 캐치하는 것도 있고.

 

박준우: 끝으로 짧게, 음악 예능이 유독 많아진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신영광: 유행이죠.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을 것 같아요. 하나씩 유행이 있었잖아요. 요리 프로그램, 외국인 나오는 프로그램, 리얼 버라이어티… 그런 흐름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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