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프로젝트 팀 아카이뷰(Archiview)와 음악웹진 [weiv]의 콜라보레이션, 음악 평론가의 이야기를 살짝 엿보는 기획 [Critics Record X weiv]. 여섯 번째 순서는 전 ‘보다’ 편집장이자, 적진(=웨이브)에서 글을 쓴 전적이 있는 평론가, 김학선이다. | 정구원 Critics Record X weiv 006. 김학선 2016년 5월 24일 화요일 연희동 Expert 100 Interviewed by 전대한 Photographed by 김이현 Designed by 송진경 Edited by 우주언 젊은 비평가가 없는 이유 전대한 (이하 전) : 음악 비평계를 돌아보면 젊은 비평가들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손에 꼽는 느낌이고, 특히 20대 비평가는 더 그런 것 같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학선 (이하 김) : 저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크다고 봐요. 지금도 과연 제 주위에서 전업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거든요. 다른 일 안하면서 음악 관련 글쓰기로만 먹고 사는 사람이 정말 없거든요. 일단 저부터만 해도 그런데, 후배들은 더욱 그럴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제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제가 어렸을 때는 봐 오던 잡지 같은 것들이 있었거든요. 전: 『핫뮤직』이나 『서브』 같은? 김: 네. 그 이전에 『월간 팝송』도 있었고요. 그런 잡지들을 보면서 무언가 마음속에서 키우는 게 있었거든요.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이 성문영 씨에요. 제 글 스타일이 그 사람의 글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냥 이 사람을 보면서 ‘이 사람처럼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맨날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세대한테는 본보기가 될 만한 이런 글이나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또 한편으로는 예전에 누군가랑 이야기하다가 들은 말인데, “진지충”이라고 하죠? 제가 어린 제 조카들이랑 이야기하면 ‘쟤 뭐지?’하면서 “진지충”이라는 말처럼 진지한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그 세대에서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하고, 그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듣고, 또 진지하게 글을 쓰면,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별 게 다 따돌림의 원인이 되더라고요. 저는 그런 식으로 획일화가 된 영향도 있다고 봐요. 긴 글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진지하게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이 지금은 이제 점점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저희들도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이제 더 이상 긴 글을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쉽게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우리도 이제 피키캐스트 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건가?’하고 농담처럼 말을 하곤 하는데, 저는 이런 상황에서 오는 영향도 분명히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요. 중간 세대로서 갖는 책임 전: 학선 님께서 처음 비평을 접하실 때는『서브』나 『핫뮤직』처럼 레퍼런스 삼을 만한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또 무언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서 새로운 비평가들의 진입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이야기죠? 실제로 ‘이건 음악 비평 매체야.’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몇긴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학선 님을 비롯해서 본인과 같은 세대라고 묶었던 차우진 평론가나 최민우 평론가 같은 분들이, 학선 님께 있어서 『핫뮤직』이나 『서브』가 했던 역할을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분들도 아직도 되게 버거워하시고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요. 본인 스스로가 비평을 하는 것만 해도 바쁘고 빡빡해하는 것으로 느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김: 결국에는 저희들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거잖아요? 전: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될 것 같아요. 김: 어느 정도 인정해요. 저도 ‘보다(Bo-da)’라는 매체를 만들었잖아요. 얼마 전에 이 도메인을 지속할 것인지 최종적으로 묻는 메일이 와서 저는 도메인 유지를 포기했거든요. 이게 지치는 게 있거든요. 저희 탓을 하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긴 한데요. 계속해서 예전 이야기를 하자면 『핫뮤직』이 나오면 굉장히 진지하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다보니까 우리도 확실히 지치는 게 있죠. 쌍방향이든 단방향이든 확실히 피드백이 되지 않다보니까 지치는 게 있어요. 다만 저희가 중간 세대였으니 지금처럼 비평 씬의 흐름이 끊어지는 데 있어서 저희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여기는 내가 밥을 먹고 사는 곳이니까 전: 아까 전에 하셨던 말씀 중에서 제가 하려던 말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아요. 진지충을 경계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건 독자나 소비자 말고도 젊은 필자들까지도 그렇게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연장선에서 바라보았을 때 최근에 활동을 시작한 필자들은 자신이 비평을 하는 영역에 있어서 굳이 음악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자신이 남들보다 더 섬세하게 들을 수 있고, 그것들에 대해서 글을 잘 쓸 수 있어서 음악 비평을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꼭 굳이 음악 비평이 아니어도 나는 상관없어!’ 하는 진짜 힙스터적인 태도를 비평에 있어서도 지향하는 것 같거든요. 음악 비평이 아니라 다른 비평도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하겠다는 태도가 은연중에 느껴져요. 반대로 학선 님이나 서정민갑 평론가 같은 분들은 계속 음악 비평을 하려고 하거나 음악에 관련된 일들만을 주로 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씬에 대한 일종의 의무감이나 책임감도 가지고 계신 것 같고요. 이런 구분이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김: 일단 저 스스로는 후자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을 했요. 그리고 이 바닥 혹은 씬에 발을 담구게 되면 결국에는 그냥 씬에 대해서 계속하고 고민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믿거든요. 이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당연히 내가 여기서 밥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 씬이 건강해야하고 이 씬이 건강했으면 하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하게 돼요. 지금 가볍게 글을 쓴다는 사람들의 경우는 아직까지 그들이 외부인이기 때문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아직까지는 말이죠. 만약 그들이 이 씬 안으로 들어온다면 당연히 더 좋아하는 뮤지션도 생길 것이고, 밀어주고 싶은 뮤지션도 있게 될 것이고, 사심이 없이도 어떤 페스티벌이 잘 되었으면 바라게 되고 할 거에요. 저는 그게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요. 저는 지금까지 정말로 취존이라는 것을 강조해왔고, 지금까지 글을 써왔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씬에 대한 의무감을 갖거나 발전 방향을 고민을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인 것 같아요. 당연히 여기서 밥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지금 여기서 어떻게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니까 이건 가장 간단한 거예요. 예를 들면 공연장들 중에서 벨로주가 가장 평가가 좋은 곳 중 하나인데, 거기서 기획공연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예전보다 안 와요. 그러면 당연히 저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죠. 그건 제가 벨로주 사장이 아니어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아, 정말 여기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계속 말씀드리지만 이건 저한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고민이에요. 전: 젊은 비평가들도 좀 더 씬에 기여를 해나가다 보면 동화될 것이라는 말씀이신 거네요? 김: 네, 분명히 그들도 동화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같이 고민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고요. 오히려 그렇다면 아직 동화되지 못한 사람은 대한 씨가 말하는 비평가 혹은 평론가라는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 게 되겠죠. 그 범주에 속한다면 저는 정말로 자연스럽게 씬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할 것이라고 봐요. 언제까지고 계속 냉소는 아니더라도 무관심으로 씬을 바라보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은 비평가가 씬에 대해서 책임이나 의무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김: 네. 그냥 씬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감이 어느 정도 있는 거죠. 아주 당연한 거죠. 예를 들면 제가 회사원인데 제가 다니는 회사가 어렵다고 한다면 당연히 걱정이 되잖아요. 거의 그런 차원인 거예요. 여기는 제가 밥을 먹고 사는 곳이니까 당연히 여기가 잘 되었으면 좋겠죠. 이 안에 내가 정말 좋아하고 지지하고 싶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매번 이 사람들이 공연을 하면 관객이 1명 오는데 이러면 제가 당연히 속이 상하죠. ‘이 사람들을 어떻게든 밀어주고 싶고 지지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당연히 든다는 거죠. 이런 차원에서의 책임과 의무에요. 전: 지금 말씀하신 부분 속에는 이런 것도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비평가는 뮤지션이나 씬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와 별개라고 생각하는데 학선 님께서는 그게 아니라 공생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김: 제가 직업 윤리를 되게 따지는데, 뮤지션이나 기획사 사람들을 만나면 당연히 인사는 하지만 사실 굳이 그들과 친분을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따로 술을 마신다거나 하는 게 없어요. 저는 그냥 오히려 그들과 한 걸음 떨어져 있는 편이에요. 대신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걱정을 하는 거죠. 고민도 하고요. 그 사람들이 저한테 조언을 요청할 때만 제가 대답을 해주곤 해요. 그런 때만 같이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잘 모르겠다 전: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하자면, 문학 비평 같은 경우에는 비평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고민을 계속해서 하잖아요. 그런데 왜 대중음악 비평에서는 이런 게 잘 없을까요? 저는 대중음악 비평이라는 영역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조차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대중음악 비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요즘 좋은 음악은 이러저러한 것이 있고 요즘 새롭게 나온 음악은 이것저것이 있어.’라는 이야기 이상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한 혹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믿고요. 김: 저는 사실 대한 씨가 방금 말씀하신, ‘좋은 음악을 소개해주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물론 계속 글쓰기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좋은 비평가가 뭘까?’라는 고민을 하는데 사실 저도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저랑 민갑 씨랑 되게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제 지향점은 되게 간단하고 단순해요. ‘좋은 음악을 소개해주는 일’이요. 그러다보니까 ‘좋은 비평이란 무엇일까.’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면 되게 무책임한 것일 수도 있겠죠. 비평가라는 이름을 그리고 비평가라는 무게를 짊어지기에는 되게 무책임한 것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저는 말씀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비평 자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안 해서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을 드리게 되네요. ‘좋은 비평가란 무엇일까.’하는 물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예전에 농담처럼 글 하나를 썼는데, 보그였나? 벅스였나? 제가 저를 소개할 때 ‘음반소개사’라고 했거든요. 저한테는 그게 딱 맞는 포지션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평론가라는 직함은 주위에서 제게 붙여주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건데 그렇다고 제 소개를 음반소개사라고 수정해달라고 하기는 조금 민망해서 가만히 있다 보니까 어느새 평론가가 된 거거든요. 오히려 저는 좋은 음악을 소개하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나름대로 좋은 음반을 소개해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좋은 음반과 좋은 뮤지션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그래서 온스테이지나 스페이스 공감 같은 작업들이 저한테는 지금 딱 맞는 작업인 거죠. 그리고 지금은 좀 쉬고 있는데 블로그에서 매번 음반이나 노래를 소개하고 그랬어요. 그 글들을 보면 사람들이 댓글을 달거든요. 제 소개 글을 보고 음반을 사곤 했다고 쓰여 있는데, 그걸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그저 좋은 음악을 찾아서 그걸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사람이고 싶을 뿐 전: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방금 온스테이지나 공감 같은 작업이 본인에게 딱 맞는 작업이라고 하셨잖아요. 이전부터 학선 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던 것을 몇 번 봤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에게는 단순히 텍스트만으로 음반을 소개하는 기사 같은 것보다 온스테이지나 공감 같은 영상 매체 기반의 작업들이 이 사람 스스로가 생각하는 비평, 그리고 이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비평에 더 부합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온스테이지나 공감도 본인의 비평 작업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그런데 비평이라는 말이 너무 무거워서요. 이런 작업을 비평으로 취급 안 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것도 비평이야!’라고 강하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해요. 그렇지만 이것들도 비평의 영역에 속한다면, 저에게는 가장 잘 맞는 그리고 잘 어울리는 비평의 모습이라고 저는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게 비평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도 저는 상관없어요. 그냥 저는 좋은 음악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코디네이터라 부르건, 큐레이터라고 부르건, 혹은 비평가라고 부르건, 저는 좋은 음악을 찾아서 그걸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알리는 사람이고 싶을 뿐이에요.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믿도록 만든다. 전: 1권 “대중음악 비평의 현재”를 위한 인터뷰에서, 김윤하 평론가나 블럭 평론가께서는 학선 님께서 언급해주신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비평’을 놓고, 그건 이제 과거의 비평 방식이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셨거든요. 음악 비평이 이제는 음악 말고 음악 외적인 것에도 시선을 좀 돌릴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미묘 평론가의 경우 아이돌 비평을 많이 하시니까 더욱 더 그랬고요. 아이돌 음악이 갖는 특성상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여전히 음악 자체에 대한 집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네, 그건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따라서 바뀌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분들은 아이돌 음악에 대해 자주 쓰는 비평가들이잖아요. 그런데 아이돌 음악은 당연히 음악만 가지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죠. 아이돌 음악은 산업이나 시스템의 영향력을 엄청 많이 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 별로 이야기를 안 하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으니까요.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되게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저는 아직까지도 음악에 있어서 앨범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다른 대답보다 이건 본인이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드리고 싶어요. 제가 서 있는 자리가 저를 이렇게 생각하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 눈을 돌리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비평 전: 또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좋은 음악과 좋은 뮤지션에 대해 이야기하며 소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계속 말하셨잖아요. 이 때 ‘좋다’는 것의 기준이 있나요? 그냥 듣고 느낌이 오는 것인가요? 김: 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사람들이 단순하게 취존이라고 한다면 제가 할 말이 없기는 한데요. 그래도 저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이 일을 했다보니 경력이 쌓였어요. 이렇게 일을 하면서 제 취향이 막 엉뚱하다거나 완전히 별로인 경우는 없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제가 좋아하거나 훌륭하다고 말하는 뮤지션은 본인의 수준에 맞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생각해요. “이건 그저 네 취향일 뿐이야.”라고 하신다면 제가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제가 지금 해 온 일들이 쌓여 왔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저는 어느 정도 자부심도 있고 자신이 있죠. 그런데 사실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다만 제가 아까 밝혔듯이 저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은근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분명 어떤 기준이 있어요. 저는 앨범 아티스트를 되게 좋아하고 그 다음에 곡 자체를 굉장히 중요시해요. 또한 테크닉보다는 곡 자체를 중요시해요. 이런 세부적인 기준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지만 결국 라이브를 보거나 음반을 들으면서 저한테 전해지는 것들에 따라서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얘는 좋다, 쟤는 나에게는 별로이다.’라는 판단은 거의 첫인상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김사월X김해원 같은 경우, 저는 그들의 공연을 처음 보고서 이 팀은 무조건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라이너 노트 같은 것을 써서 소개를 도와주고 온스테이지에 연결도 해주고 하면서 제가 김사월X김해원이 어느 정도 알려지는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김사월X김해원이 1집을 낼 때 소개글을 제가 써주고 하는 식으로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요. 여튼 저는 이런 직관적인 판단에 있어서는 제 나름대로 자부심과 자신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요. 전: 이렇게 말씀드리면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되게 본능적으로 비평을 하시는 것 같아요. 김: 그건 어쩔 수 없어요. 근데 사람들 대부분이 아마 그럴 걸요? 음악을 들을 때, 그냥 첫인상으로 결정이 되어요. 저는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봐요. 예전에 이동진 씨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어떤 영화에 대해서 깔 이유를 찾고자 하면 10개를 찾는 것은 정말 쉽다고요. 마찬가지로 제가 누군가를 까고 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까는 글을 쓸 수가 있어요. 그런데 그러지 않죠. 저는 거의 첫인상으로 판단하니까요. 첫인상이 좋은 음악들에 대해서는 저는 가능하면 좋게 쓰려고 노력해요. 왜냐하면 계속 들어서 안 좋아지는 음악은 많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저는 되게 직관적인 것을 음악 들을 때, 공연 볼 때 중요시해요. 중요시한다기보다 정말 딱 그냥 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평은 무엇일까? 전: 정리하는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그래서 비평이 무엇일까요? 또 비평가는 뭐하는 사람일까요? 이 질문은 이렇게 치환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학선 님께서는 왜 비평을 하고 있는 건가요? 김: 아, 진짜 싫은 질문이네요. (웃음) 이걸 뭐라고 답해야 하지? 이건 되게 단순해요. 저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함께 음악을 많이 들었거든요. 좋은 음악이 있으면 늘 같이 들었어요. 저는 누군가랑 같이 들으면 더 좋거든요. 여튼 그게 여자친구든, 주위 사람이든 같이 들으면 즐거운 일을 권위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행위가 비평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에는 이 모든 행위는 단순하게 알리고 싶은 것이에요. 같이 듣고 싶기에, 좋은 음악을 알려주고 싶기에, 그러기 위해서 비평을 하는 것 같아요. 같이 듣고 같이 즐기고 더 많이 알리고 싶어서. * Archiview 소개 저희는 출판 프로젝트팀 ‘아카이뷰(Archivew)’입니다. 아카이뷰는 Archive와 View의 합성입니다. 저희만의 시선을 담은 기록을 출판합니다. 저희는 가치 있지만 그 가치를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 사이트 『크리틱스 레코드 2』텀블벅 후원 페이지 https://www.tumblbug.com/criticsrecord2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