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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할로우 잰

속옷밴드의 1집, 불싸조의 2집과 더불어서 2006년을 빛낸 또 다른 포스트록 음반의 주인공은 바로 할로우 잰의 데뷔 음반이다. 최근 활동재개를 한 속옷밴드와 4집을 낸 불싸조와 마찬가지로 할로우 잰도 포스트록 씬의 빛나는 위치를 차지하며, 2000년대 초반에 결성되어 지금까지도 열성적으로 활동 중인 국내의 원로(?) 포스트록 밴드다.

다만, ‘포스트록’을 찾는 기획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할로우 잰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고민이 앞선다. 밴드가 기조로 삼고 있는 스크리모가 메탈/하드코어 펑크 등의 헤비니스에는 포함이 되어도 과연 포스트록과 연결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실제로 할로우 잰은 국내외 헤비니스 씬에서도 여러 교류가 있는 밴드기도 하며, 최근에는 러시아 밴드와 스플릿 음반을 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의 스크리모 밴드 엔비(Envy)와의 유사성 또한 (두 밴드를 모두 좋아하는 입장에서) 고민할 만한 지점이다. 그럼에도, 할로우 잰의 음악은 엔비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그들만의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질감’이 담긴 장르적인 특성 또한 포스트록과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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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1집의 재발매판에서 스튜디오 리허설 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EP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이 할로우 잰의 공식적인 시작이었다. 2005년에 나온 EP에 담긴 음악은 한 해 뒤에 나올 1집의 완벽한 예고편 같은 음악을 담았다. 임환택의 상징적인 스크리밍 보컬과 밴드의 격정적인 연주, 짙게 깔린 어두운 기운 등의 요소들을 한 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타이틀 곡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에서 지금의 곡들보다는 조금 길게 클린 보컬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살짝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는 할로우 잰의 음악이 이런 것이라는 걸 확실히 드러내고 이는 바로 2006년, 데뷔 정규작 [Rough Draft In Progress]로 이어진다.

인상적인 두 번의 기타 슬라이드와 함께 [Rough Draft In Progress]가 시작된다. 강렬하게 시작된 연주 위에 임환택의 스크리밍 보컬이 얹히고, 음반은 곧바로 역동적인 연주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이러한 연주는 밴드의 전체적인 스크리모 성향에 맞춰 강하게 치고 달릴 때도 있지만, 포스트록의 연주와 비슷하게 조금은 가라앉은 다음 감정적으로 나아갈 때도 있다. 사실 이 지점부터 할로우 잰의 음악에 있어서 스크리모와 포스트록을 연결지을 수 있다. 음반의 첫 세 곡인 “Dvaita”, “Spotless”, “Nachthexen”은 거대한 구성을 타고 하나의 큰 호흡과 함께 긴밀히 이어지는 곡들이다. 각 곡들의 시작과 끝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10분은 넘는 대곡이 완성되는데, 웅장하게 시작하는 “Dvaita”는 단박에 청자를 음반에 집중하게 하고, 그 집중을 세 개의 곡에서 계속 이어나간다. “Dvaita”가 후반부에서 잠깐 힘을 줄이면 곡은 자연스럽게 “Spotless”로 넘어와서 다시 코러스와 함께 절정을 향해 올라간다. 마찬가지로 “Spotless”가 삽입된 폭발음들과 마무리되면 “Nachthexen”이 그 폭발음을 이어가고 다시 음반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 세 곡이 강렬한 부분에서 차분한 부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면 완만한 물결과 함께 이어지는 큰 선이 될 것이다. 이렇게 곡은 음악적으로도 이어지는 동시에 노랫말 또한 하나의 이야기처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바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크리밍 때문에 정확히 들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앞부분의 이 세 곡을 좀 더 파고드는 것으로 [Rough Draft In Progress]와 할로우 잰 음악의 전체적인 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형화된 구성의 포스트록은 사운드를 쌓거나, 긴장감을 키우거나, 하는 여러 방법을 통해 감정선을 천천히 고조시켜 강렬한 폭발이든 완만한 해소든 절정에 닿는 구성이다. 그렇기에 포스트록은 대부분 조금은 긴 호흡을 가지고 곡들을 이끈다. 만약 이 긴 호흡을 조금 더 짧게 줄이고, 짧게 줄인만큼 그 안의 감정들도 더욱 밀도 있게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여기까지 쓰면 ‘스크리모가 나옵니다!’같은 답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짧은 순간동안 격정적으로 감정을 제시하는 장르는 스크리모 만은 아니다. 그래도 대표적으로 보자면 하드코어 펑크의 하위 장르에 속하는 쪽이 대개는 짧은 곡 길이와 격정적인 감정 표출을 드러낸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심각하게 짧고 굵고 강렬한 그라인드 펑크 같은 장르들도 이러한 예시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리모는 그런 하위 장르 중에 하나로 이름 그대로 스크리밍을 통해 감정을 격렬하게 표출한다. 국내의 또 다른 스크리모 밴드인 49몰핀스를 비롯한 여러 밴드들이 스크리모로 격렬한 감정을 나타냈다. 장르라는 것이 그렇듯 스크리모 또한 매스 록이나 메탈 등 다른 장르와도 자연스럽게 합쳐지며 각 장르에 있는 요소들도 그와 맞춰 조화를 이뤘다. 그리고 각기 다른 두 장르 사이에 어떠한 감정 표현이라는 다리가 놓이게 되면서, 스크리모와 포스트록도 합쳐진 것일 테다. 스크리모의 짧고 격정적인 절규와 포스트록의 장엄한 전개와 구성이 만나는 지점에 이 유기적인 대곡이 있다. 격정적인 동시에 장엄하고, 짧게 끝날 절규는 더욱 길어진 구성 속에서 멋지게 완급을 조절한다.

이렇게 할로우 잰은 감정 표현을 하나의 중심으로 삼아 스크리모와 포스트록을 합쳐냈다. 감정을 확실히 드러내는 두 장르를 가지고 온 만큼, 밴드와 음반 역시도 그들이 이런 작업을 통해 확실히 들려줄 감정을 노랫말을 통해 이야기한다. 음반이 하나의 컨셉 음반처럼 화자나 상황 같은 것을 제시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밴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로우 잰은 노랫말에서 어두운 절망과 간절한 희망을 함께 담아낸다. 하지만 알다시피, 임환택의 스크리밍 창법 때문에 다른 음악보다는 이 노랫말이 잘 들리지는 않는다. 어쩌면 스크리밍이라는 창법도 노랫말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음악을 구성하는 하나의 소리로써 집어넣을 것일 수도 있겠지만, 공식적인 노랫말이 있는 것은 곧 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의미가 있다는 것일 테다 (아니면 그냥 가사 없이 비명으로만 일관했을 것이니 말이다). 노랫말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은 절망의 장면과 희망의 바람이고, 할로우 잰이 들려주는 음악과 밴드가 담은 이야기는 각자와 가장 잘 어울린다. 스크리밍과 격정적인 연주를 뚫고 가사집을 보면서 하나하나 들어보면, 애초에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임환택의 함성도 ‘영원’이다. [Rough Draft In Progress]는 지속적으로 영원불멸, 축복과 희망 등을 노래한다. 한편으로는 곡에 삽입된 폭격 음과 사람들의 절규로 대표될 수 있는 절망도 들어가 있다. ‘잃어버린 희망’이나 ‘검푸른 찬바람이 분다’ 같은 노랫말들도 마찬가지로 음반의 이곳저곳에 놓였다. 곧 음반은 스크리모와 포스트록을 합친 것처럼 절망과 희망도 합쳤다. 어떻게 보면 가장 극단적인 동시에 감정적인 방식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셈이다. 이렇게 할로우 잰의 장르적 조합은 노랫말에서의 조합과도 맞아떨어지며, 다음으로 나오는 “Tragic Flaw”와 “Invisible Shadow”도 앞에 있는 곡들의 테마와 이어지면서 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뒤이어 할로우 잰의 대표곡이자 명곡으로 평가받는 “Empty”가 흘러나온다. 굳이 여러 평을 들지 않더라도, 더불어 [Rough Draft In Progress]의 한 가운데에 있는 만큼 “Empty”는 음반의 스타일과 의미 모두를 대표하면서도 단일곡으로써도 무척이나 훌륭하다. 반복되는 드럼 비트가 부글거리면서 곡을 고조시키고, 곧바로 임환택의 보컬이 들어오고 모든 연주 또한 그에 맞춰 웅장하게 확장된다. 처절하게 한 단어 한 단어씩 노랫말을 끊을 때 연주 또한 그에 맞춰서 나아가고, 곡은 점차 포스트록처럼 더욱 더 격정적인 곳으로 나아간다. 인스트루멘탈 브레이크를 한 번 지닌 뒤 다시금 보컬이 등장하고 코러스까지 추가된다. 마침내 가장 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밴드는 그 때까지의 모든 것들을 폭발시키듯이 트레몰로를 잔뜩 동원하며 연주하고, 임환택 또한 가장 처절하게 모든 걸 부르짖으며 곡은 장렬하게 끝난다. 스크리모만의 속도감과 격렬함을 가지면서도 포스트록만의 철저하게 감정적인 구성을 드러내며 “Empty”는 스크리모에서의 후련함과 포스트록에서의 카타르시스를 한꺼번에 전해준다. [Rough Draft In Progress]의 정수가 담긴 곡일 것이다. “Empty” 이후로 서서히 음반은 후반부로 접어들게 되며, 역시나 전에 들려준 것과 같이 절망/희망, 스크리모/포스트록이 적절히 섞인 음악을 들려준다.

처절하고 강렬한 스크리밍과 절망과 희망을 섬세히 짜낸 노랫말이라는 가장 큰 특징 없이도 오직 포스트록 성향의 연주만으로도 음반의 확실히 분위기를 잇는 “Water From The Same Source” (레이첼스(Rachel’s) 원곡)야말로 할로우 잰이 그들만의 훌륭한 포스트록을 들려준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특히 곡 후반부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는 음반에서 여태껏 들을 수 없었던 느낌을 가져다준다. 이 또한 할로우 잰의 음악이 빛나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온갖 격정과 흥분을 가득 담아 흘러가는 음반은 10분짜리 대곡이자 또 다른 명곡 “Blaze The Trail”로 끝난다. “Empty”가 여태까지의 중간점검처럼 음반의 정수를 들려줬다면, “Blaze The Trail”은 마지막에서 이 모든 걸 다시금 들려준다. 감정적으로 이어지는 연주와 처절한 스크리밍, 절망적인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한 수많은 의문들, 그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결국에 닿는 결론인 “희망을 잃고 쓰러져 가도 언젠가 다시 되돌아 온다 / 똑같은 삶 똑같은 꿈 언젠가 다시 되돌아 온다”까지 말이다. 이렇듯 [Rough Draft In Progress]는 가장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장르들을 섞어 절망과 희망을 노래한다. 여기에서 포스트록은 음반에 짙게 깔려 청자들을 이리저리 이끌어가는 감정선들을 만들 뿐만 아니라 노랫말과 마찬가지로 절망과 희망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 때문에 할로우 잰은 포스트록 밴드로써의 가치를 가진다고도 말하고 싶다.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 Hollow EP] / [Rough Draft in Progress] / [Day Off]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 Hollow EP] / [Rough Draft in Progress] / [Day Off]

 

다만 앞서도 말했듯이, [Rough Draft In Progress]의 발매 때부터 끊임없이 이야기되었던 것은 할로우 잰과 엔비와의 유사성이었다. 그러나 그런 말들도 2014년까지일 것이다. 마침내 8년 만에 할로우 잰의 2집 [Day Off]가 나오고, 이후인 2016년인 올해에도 EP [Scattered By The Breeze]가 나온다. 1집에서 들려준 그들의 초고(Rough Draft)는 진행 중(In Progress)인 상태였다. 긴 시간동안 계속 진행되던 그들의 음악은 [Day Off]에서 죽음을 큰 주제로 삼고, 여기서 할로우 잰의 포스트록은 한 번 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Day Off]에서도 죽음에 대한 절망감과 그 사이에 숨어있는 희망을 외치는 건 여전하다. 스크리모와 포스트록이 섞인 격렬한 연주, 임환택의 우짖는 보컬도 마찬가지다. 다만 할로우 잰은 [Day Off]를 정말 작정하고 하나의 거대한 음반으로 만들어냈다. [Rough Draft In Progress]의 한 곡이었어도 괜찮을 세 곡처럼 원래부터 대곡지향적이었던 그들은 [Day Off]에서 아예 작정하고 큰 그림을 그린다. [Hyacinthus Orientalis Of Purple]의 마지막에서 들린 종소리로 짧고 굵게 시작하는 “Day 0 – Purple Night”는 여전한 그들의 솜씨에 귀에 잘 들어오는 기타를 한 대 추가한다. 인트로 격이었던 이 곡은 그대로 “Day 1 – Perfect Ending”으로 이어지는데, 여태까지의 할로우 잰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다른 소리가 들어온다. 새롭게 들어온 FX의 소리가 들어온 것이다. FX 사운드를 적재적소에 스크리모-포스트록에 적용하며 할로우 잰은 그들의 음악성을 유지하는 동시의 엔비의 꼬리표도 천천히 땐다. 조금 더 길어진 만큼 깊어지고, 강해지고, 절박해진 사운드로 밴드는 “Day 1”의 모든 순간을 압도한다. 그리고 곡은 곧장 “Day 2 – The Day Before”로 넘어간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FX를 넣어주면서 동시에 음반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Day 2”자체도 13분짜리 곡이지만 9분가량의 이전 곡들과 이어지면서 [Day Off]는 [Rough Draft In Progress]보다 훨씬 더 구성진 음반이라는 걸 드러낸다. 역시나 “Day 2”도 상대적으로 잠잠하던 초반부의 분위기를 서서히 끓어 올린 다음 폭발하는 전형적인 포스트록의 문법을 가져오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이라는 노랫말로 대표되는 절망과 희망의 교차 또한 이 곡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Day 3 – The Day After”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지는 분위기는 느닷없이 “Day 4 – Invitation Of The Wind”에서 달라진다. 이 곡에서는 스크리모와 포스트록의 어떠한 폭발도 없이 지글지글거리는 기타와 FX노이즈, 드럼 비트, 현악기만으로 분위기를 유지한다. 할로우 잰의 변화가 여기서 가장 확실히 나타난다. 5분 정도의 잠잠한 분위기에서 할로우 잰은 마치 진혼곡을 연주하듯이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전까지 보여준 엔비와 비슷한 방식이 아닌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서서히 달아오른 음악은 “Day 5 – The Ugly Dancing Of The Tramp Clown”에서 한 차례 더 폭발한다. 새로 추가된 기타의 리프도 선명하게 귀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Day 6 – Return To Universe”에서 FX 노이즈를 가져온다. “Day 4”보다도 FX의 비중이 더욱 많은 “Day 6”는 양 귀에서 오가는 여성의 음성, 전자음, 노이즈, 비트들로 곡을 구성하고, 이는 이전까지 이어진 포스트록이나 죽음과 웅장한 분위기를 망치기보다는 더욱 감정적으로 만든다. 오히려 숨을 약간 돌리는 느낌을 주고, 심지어 따뜻하게까지 느껴지며 할로우 잰의 ‘희망’을 강조하는 것처럼 나아간다. 이렇게 할로우 잰은 “Day 4”와 “Day 6”로 자신들을 뛰어넘으려 노력한다. 스크리모와 포스트록을 결합하는 건 단지 장르적인 시도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제대로 나타내기 위한 시도였고, 거기에 FX까지 합세해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감정적이고 아름답게 전달해준다. [Rough Draft In Progress]가 “Blaze The Trail”로 여태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마무리했듯 [Day Off]도 “Day 7 – Poem Of The Ocean”으로 죽음과 절망, 희망에 대한 깊은 고찰과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실로 압도적이고 아름다운 음반이다. 이러한 고찰은 이은 [Scattered By The Breeze]에 실린 두 곡에서도 똑같이 등장하며 스크리모, 포스트록과 FX의 조화, 절망과 희망의 교차를 들려준다.

 

 

할로우 잰의 음악은 다른 어떤 음악들보다도 처절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절망, 고통, 우울, 슬픔, 이러한 감정들이 모두 포스트록, 스크리밍 보컬, FX 사운드, 노랫말 등의 음악적인 요소와 함께 만나 분출하고, 개별적인 곡과 음반 전체 모두 일정한 구성과 형식 속에서 진행되며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할로우 잰을 포스트록 밴드라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처음에는 이전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그 비슷한 형식을 통해 할로우 잰만의 내용과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으며, 스크리모와 포스트록의 조화는 그러한 시도를 제대로 받쳐준다. 감정선을 뒤흔들고, 마음 속을 파고들고,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라이브 영상에서의 임환택은 마치 무당이라도 된 듯이 맨발로, 세차게 몸을 흔들면서 노래한다. 멤버들 또한 마찬가지의 몸짓으로 연주하다. 마치 무당처럼 할로우 잰은 죽음, 절망을 노래하지만, 결론적으로 희망을 담는다. 스크리모의 극단적인 격렬함과 포스트록의 감정적인 전개가 만나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순간이다. 할로우 잰이 과연 정말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할로우 잰이 국내 포스트록 역사에서, 그리고 국내 헤비니스의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초고는 여태까지 딱 한 번 퇴고되었을 뿐이다. 좋은 이야기, 완성된 이야기가 나오기 위해서 퇴고는 수십 수백 번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할로우 잰만의 음악을 더욱 더 많이 담아낼 그들의 세 번째 퇴고가 기다려진다. | 나원영 onezero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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