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버터플라이 | Divided by Zero | ORM ENT. , 2017 환승역을 지나가는 시간 그것이 탈퇴든 휴식이든 뭐든 간에, 성기완의 부재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새로운 여정에 여러모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에 있어서는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록 음반인 [dreamtalk]이 나오고도 5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이뤄진 여러 변화들이 담긴 [Divided By Zero]는 여러 의미에서 밴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음반이다. [dreamtalk]과 함께 비교하자면, 무엇보다도 전자음악의 넓은 도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들이 가장 두드러진다. [dreamtalk]은 이전까지의 3호선 버터플라이 – 개러지 록, 노이즈, 싸이키델릭 등등 – 를 한 번에 정리하면서 전자음을 점진적으로 도입했던 음반이라면, [Divided By Zero]는 전작에서의 전자음악이란 요소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면서 그 범위를 확장한다. 스스로를 깨고 새로운 곳으로 날아간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비처럼 말이다. 밴드의 긴 역사에서 한 번도 들어볼 수 없었던 11분짜리 대곡 “나를 깨우네”부터 이를 느낄 수 있다. 록을 바탕으로 삼고 특유의 싸이키델릭함을 최고조로 담아 진행되지만, 곡에는 수많은 전자음들이 다양하게 퍼져 있다. 곡의 빈 공간을 다양하게 채우는 노이즈들이나 후반부의 분위기를 달구는 멜로디를 이끄는 건반 사운드처럼 말이다. 이렇게 [Divided By Zero]에는 다양한 장르를 3호선 버터플라이에 맞게 해체하고 재조립한 사운드들이 들어있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Put Your Needle On The Groove – Sense Trance Dance – Ex-Life”가 그 한 예시이다. “니가 더 섹시해 괜찮아”를 잔뜩 해체하고 전자음악을 짙게 더해놓은 것처럼 댄서블한 곡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장르 사이의 기묘한 조화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앞 두 곡의 강렬한 그루브와 비트도 좋지만, “Ex-Life”가 주목할 만한 곡이라고 본다. 전자음악의 너른 활용이 록의 강렬함과 만나며 독특하게 만들어낸 질감은 특히 두 장르의 노이즈들이 함께 빛나는 후렴구에서 두 배 이상의 효과를 낸다. (아마 편곡에 참여한 WYM의 공산도 클 것이다.) 사실 성기완의 기타 사운드가 [dreamtalk]까지 3호선 버터플라이의 독특한 사운드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에, 그 부재가 살짝 걱정도 했지만, 엄청난 기우였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전자음악으로도 여전히 독보적인 사운드를 만든다. [Divided By Zero]는 앞의 4곡을 통해 밴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선언하듯 확실하게 제기한 다음 중반부로 들어간다. 전자음과 록 등 다양한 사운드의 결합을 브라스로 재현한 “선물”은 리드미컬한 느낌 속에서 전자음이 쌓아놓은 분위기를 발랄하게 뒤집는다. 시인이기도한 성기완이 없어도 무척 훌륭한 노랫말을 들을 수 있고, 남상아의 목소리 또한 수록된 곡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선물”을 통해 한 번 분위기를 새로고침한 이후, 상대적으로 [dreamtalk] 시절에 가까운 곡들이 이어진다. 통통 튀는 “삐뚤 빼뚤 원래 그래”처럼 신명나게 날뛰는 “호모 루덴스”, 오래 전부터 밴드의 주특기였던 개러지한 노이즈 록의 “Zero”, [dreamtalk]에 짙게 깔린 반복적이거나 앰비언트한 몽환이 떠오르는 “내 곁에 있어줘”와 “안녕 안녕”, 넓고 웅장한 공간감을 들려주는 “봄바람” 등은 이전 록적인 스타일을 되살리고 새롭게 끌어 온 전자음악을 조심스럽게 합쳐낸다. 그러면서도 “신호등”처럼 노이즈에 지극히 충실한 곡도 있다. 소리와 노이즈의 다양한 시도들이 가득 담긴 음반은 담백한 어쿠스틱 구성의 “감정불구”로 이어지며 일종의 여운을 남긴다. [Divided By Zero]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현재의 위치에서 스스로의 과거를 뛰어넘고 미래로 다가가려 하는 음반이다. 새로운 사운드적 시도들은 성공적이고, 성기완의 부재도 몇몇의 걱정보다 그렇게 큰 위기가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로 인해 이 새로운 변화와 시도들이 조금 더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남상아의 독보적인 목소리와 김남윤/서현정을 중심으로 한 리듬 파트의 진화는 2009년 컴백부터 만들어진 밴드의 정체성을 여전히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전자음악의 도입은 여전히 탄탄한 밴드의 방향을 조금 더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돌릴 뿐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공백기에 나온 “웡이자랑”이나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 거야”에서도 일부 드러났기에, [Divided By Zero]는 멀리 보자면 [Nine Days Or a Million EP]에서부터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도입한 전자음악이 만개하는 음반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음반 초반에 야심차게 등장하는 전자음악의 도입이나 “나를 깨우네” 같은 어마어마한 대곡, “선물”의 훌륭한 사운드-콜라주 등이 앨범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 힘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로 가득 찬 초반부의 신선함이 과거의 여러 지점들이 생각나는 어떠한 익숙함으로 바뀌며 마무리될 때, 차라리 이 신선함을 더 깊게 이어가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로움을 추구하며 나아가기 시작했지만 뒤를 돌아보는 순간들이 조금은 많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Divided By Zero]가 새로워진 3호선 버터플라이가 처음으로 출발하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과도기적인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Divided By Zero]의 새 출발은 [dreamtalk]의 어마어마했던 집대성과 비교하자면 당연히 조금은 떨어질 것이다. [dreamtalk]의 ‘총정리+a’를 해체하고 새로움을 더해 재조립하는 작업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Divided By Zero]는 훌륭하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언제나 과거에 머무르지 않았다. [Self-Titled Obssesion]의 개러지/노이즈 록은 [Oh! Silence]를 거쳐 [Time Table]의 한국 록 종합대잔치로 이어졌고, [dreamtalk]의 집대성(feat. 전자음악)으로 나아갔다. [Divided By Zero]는 여기서 또 한 발 나아가는, 지극히 그들다운 시도들이 담긴 음반이고 그렇기에 가장 그들답기도 한 음반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15년 넘는 긴 시간동안 국내 음악의 다양한 조류들 속에서 늘 새로움을 유지하며 우아하고 아름답게 날아다녀왔다. 항상 개성을 확실히 유지하면서 스스로의 최전선에 섰다. [Divided By Zero]는 이 모든 여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선언의 역할을 도맡는다. | 나원영 onezero96@naver.com Rating: 7.5/10 수록곡 1. 나를 깨우네 2. Put Your Needle on The Groove 3. Sense Trance Dance 4. Ex-Life 5. 선물 6. 호모 루덴스 7. 신호등 8. Zero 9. 내 곁에 있어줘 10. 안녕 안녕 11. 봄바람 12. 감정불구 “Ex-Life”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