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주차 위클리 초이스는 로꼬, 홍혜림, 릴 야티의 트랙, 그리고 아이앰낫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본 위클리 초이스는 음원 사이트 멜론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로꼬 | 지나쳐 (Feat. DEAN) | AOMG, 2017.5.25

5년 전, 로꼬는 <SHOW ME THE MONEY> 시즌 1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는 우승자로서 폭발적인 활동을 하며 빠르게 내달리기보다 천천히 그리고 일관되게 커리어를 쌓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로 로꼬는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트랙 “감아”, “니가 모르게”, “GOOD” 등을 발표하며 탄탄한 팬층과 음악적 인정을 얻었다. 로꼬의 느긋하고 충실한 행보에서 자신만의 것을 확고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일종의 고집과 심사숙고, 자신감이 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첫 정규 앨범 [BLEACHED]를 발표했다.

타이틀 곡인 “지나쳐”는 로꼬의 편안하고 감미로운 톤을 관능적인 감각으로 살린 트랙이다. 로꼬의 매력은 부드럽고 안정적인 톤과 높은 전달력이다. 그래서인지 나른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곡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너무 지나쳐 / 휘어지는 굴곡이 너무 지나쳐 / 올라간 치마 길이 너무 지나쳐 / 내려가는 나의 시선이 지나쳐’ 반복하는 훅은 음악을 끄고도 계속 흥얼거리게 될 정도로 중독성이 엄청나다. 엇박자를 통해 그루브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비트는 AOMG의 신뢰할 만한 프로듀서 그레이(GRAY)의 작품이라고. ‘지나쳐’는 지나치게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로꼬의 캐릭터를 한꺼번에 담아낸 곡이다. | 정은정

 

 

홍혜림 | 낙엽놀이 | 애프터눈레코드, 2017.5.29

구성은 간소하고 가창은 맑다. 아코디언과 피아노는 걸음걸음 종종거리고 셰이커도 발을 맞춰 귀를 간질인다. 쓰고 보니 온통 익숙한 수식어들이다. 그런데도 뻔하지가 않다. 독특한 걸음을 가진 멜로디 때문이다. 홍혜림이 부르는 멜로디는 쉼없이 상승하고 하강하며 안일한 예측을 비껴간다. 멜로디가 반복될 때면 박자가 바뀐다. 처음엔 음표를 쪼개 밀고 당기며 긴장감을 빚더니, 나중엔 가사를 줄여 안정감을 확보한다. 덕분에 짧은 노래를 듣는 내내 음의 운동을 눈앞에 그리게 된다. 멜로디만으로도 충분히 회화적이다.

그렇게 멜로디로 그린 그림을 가사가 이어받는다. 음이 가쁘게 하강할 땐 ‘우수수 쏟아지더라구’라고 부르는 식으로 말이다. 위태로운 박자의 도입에선 ‘장맛비나 기다리는’ 계절에 쏟아지는 낙엽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안정감을 되찾은 뒤엔 그게 나무에서 떨어지는 참새임을 알아챈다. 참새들의 하강이 “낙엽놀이”로 격상되는 순간, 상승하는 멜로디의 바이올린이 비집고 들어온다. 소리와 가사가 근사하게 발을 맞춘다.

“낙엽놀이”에서 홍혜림은 쉬이 지나칠 나무와 새까지 유심히 관찰한다. 찰나의 발견을 소리로 가사로 옮겨 그린다. 단언하는 대신 ‘낙엽놀이를 하는 거 같더라구’ 라고만 전달하면서. 화가로서 노래의 주인을 자처하는 대신 새에게 [화가새]란 이름을 붙이는 쪽을 선택하면서. 그래서 유독 따뜻하다. 더 많은 홍혜림을 듣고 싶다. | 김세철

 

 

Lil Yachty | Bring It Back | Quality Control, 2017.5.26

백반증에 걸린 소녀. 소년과 키스하는 소년. 쨍한 조명으로 가득한 릴 야티(Lil Yachty)의 데뷔 앨범 [Teenage Emotions]의 앨범 커버는 제목 그대로 지금 이 시대의 ‘십대’들을 눈부시게 포착하고 있다. 다만 앨범에 담긴 음악이 커버만큼 인상적이냐 하면 그건 좀 미묘하다. 과도하게 무게를 잡은 트랙과 전혀 인상적이지 못한 비트 사이에서 앨범은 갈팡질팡한다. 작년 [Lil Boat] 믹스테이프 하나만으로 가장 촉망받는 힙합 씬의 루키로 자리잡은 이 18살 래퍼의 포텐셜을 생각하면, 이번 정규 데뷔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앨범의 모든 트랙이 별로인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Bring It Back”이 그렇다. 오토튠으로 떡진 보컬과 80년대식 신스 팝이라는, 시대를 넘나드는 두 구태의연한 음악적 요소의 결합은 의외로 귀에 잘 꽂힌다. 심지어 릴 야티라는 래퍼에게서 가장 기대하기 힘든 감성인 ‘아련함’마저 이 트랙에는 가득하다.

그 멜랑콜리가 ‘나는 지금 너가 행복하다는 걸 알아 / 하지만 넌 나랑 있을 때 더 행복했었지 (I know you happy where you are / But you were happier with me)’라는 진심 어린 가사 덕분인지, 안개 속 햇살처럼 피어오르는 신스 소리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Bring It Back”이 음반 내에서도 앨범 제목 – “십대의 감정” – 에 가장 충실한 트랙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아쉬움으로 가득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야티에 대한 기대를 접긴 아직 이르다. | 정구원

 

 

아이앰낫 (iamnot) | Hope | Gravity Music, 2017.5.26

낯선 이름인데 왠지 고수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아이앰낫(iamnot)의 1집 [Hope]에서 느낀 첫인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멤버를 살펴보니 메이트의 임헌일, 월러스의 양시온, 스픽아웃의 김준호였다. 이 셋은 과거에 밴드 브레멘으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인디계의 어벤저스라 불리는 이들이 십 년 만에 의기투합하여 아이앰낫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쳤다.

아이앰낫의 음악은 의외이기도 하고 예측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 동안 멤버 각각의 음악 활동을 비추어 어떠한 음악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들으면 놀랄지도 모른다. 이들은 록과 전자 음악을 결합하여 풍부하고 흥미로운 구조를 지닌 음악을 들려준다. 모던록, 블루스, 로큰롤, 메탈록을 포괄해 장르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독특한 곡 구성을 갖춘다. 이들은 트랙마다 분위기를 바꿔가며 변화구를 던진다. 대단한 점은 트랙마다 다른 개성을 보이면서도 크게는 아이앰낫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는 것이다.

[Hope]의 감상 포인트는 사운드다. 사운드 자체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크다. 일렉 기타와 드럼이 주가 되어 때로는 번개처럼 번쩍거리며 질주하고, 때로는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며 깊이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또한 부다페스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연주를 더해 절제된 웅장함과 유려한 멜로디를 한층 살렸다. 여기에 신시사이저의 경쾌함은 덤. 악기의 모든 소리가 또렷하게 맺히면서도 전체적인 합이 조화롭다.

임헌일과 김준호를 두 보컬로 내세운 점도 흥미롭다. 비음 섞인 특유의 톤으로 고음역까지 맑고 시원하게 치솟는 임헌일의 보컬과 굵고 거친 김준호의 보컬을 치밀하게 활용했다. 여기에 이승열과 선우정아가 피처링으로 목소리를 더해 트랙에 꼭 맞는 옷을 입혔다.

음악에 대한 욕심이 느껴지는 편곡, 정확하고 다채로운 연주, 공들여 다듬은 사운드. 그리고 록의 다양한 가능성. 이것만으로 이들의 음악을 들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아이앰낫은 라이브가 훌륭한 밴드이자,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도 손색이 없는 밴드다. 말하자면,  “나만 아는 밴드”로 남기엔 너무나 아깝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누려야 한다. | 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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