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주차 위클리 초이스는 NCT 127, 이디오테잎, 생각의 여름 의 트랙, 그리고 진보의 앨범에 대한 필자별 코멘트입니다. 본 위클리 초이스는 음원 사이트 멜론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NCT 127 | Cherry Bomb | SM Entertainment, 2017.6.14

NCT 127의 세 번째 미니 앨범인 [Cherry Bomb]은 일곱 트랙에 걸쳐 다양한 장르와 다채롭고도 탄탄한 사운드를 담았다. NCT 127은 NCT의 서울 팀이라는 역할을 뛰어넘어, SM에서 가장 새로운 사운드와 콘셉트에 대한 모험을 시도하는 그룹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특이점 중 하나는 힙합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낸다는 점이다. 이 특징은 “소방차 (Fire Truck)”, “無限的我”(무한적아;Limitless)”, 그리고 “Cherry Bomb”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Cherry Bomb”은 하이햇과 킥 드럼의 둔중함을 극대화한 트랩을 기조로 했다. 비트의 비중이 큰 트랙인데, 랩에 무게를 두면서도 멤버별 노래와 합창 파트를 더해 곡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 특히 마크는 기계적이고 높은 톤의 랩으로 곡의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Cherry Bomb”은 분위기를 전환하는 장치로 다양한 사운드 샘플을 곡 곳곳에 숨겨두면서, 청자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장면을 목격하게끔 랩과 랩, 랩과 노래를 교차하여 배치하였다. ‘빨리빨리 피해 / Right cherry bomb”, “I’m the biggiest hit / I’m the biggest hit’ 반복적인 랩 또한 비트와 보조를 맞추는 리듬으로 음악적인 요소로 귀를 잡아끈다. | 정은정

 

 

이디오테잎 (IDIOTAPE) | Dystopian | HIGHGRND, 2017.6.16

어떤 이들에게는 TV 프로그램 <지니어스>의 배경 음악으로, 음악 팬들에게는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들려주는 팀으로 알려진 이디오테잎. 이들은 록과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허무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멜로디와 구성은 한없이 록에 가까운데 그 사운드의 표현은 일렉트로닉인가 하면, 일렉트로닉 음악임에도 곳곳에서 록의 요소가 많이 묻어나기도 한다.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듣노라면, 저스티스(Justice)와 소울왁스(Soulwax)가 무리 없이 떠오른달까. 그리고 이디오테잎은 이들 못지 않게 만족스럽고 강렬한 사운드와 표현력을 지녔다.

전자음으로 빚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구간마다 만나는 긴장과 짜릿함.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듣는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Dystopian” 또한 그런 쾌감을 준다. 곡은 처음부터 드럼 비트와 굉음에 가까운 신시사이저로 시작한다. 그리고 연주가가 연주한다기보다 비트와 멜로디가 살아서 활개친다는 감각에 가까울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전개가 이어진다. 숨을 고르고 웅크리는가 하면, 이전보다 더 격하게 소리를 지르며 내달린다. 무게감 있는 드럼 비트 위로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신시사이저는 끝내 굉음과 폭주에 가까울 정도로 변형된 사운드를 들려주며 극적인 분위기로 이끈다. 황홀한 혼돈과 붕괴로 가득 찬 디스토피아를 경험하는 3분이다. | 정은정

 

 

생각의 여름 | From A Tree Perspective | 붕가붕가레코드, 2017.6.14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더라도 원칙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정규 3집을 발매한 지 1년 만에 발매한 싱글 “From a Tree Perspective”에서도 생각의 여름은 대전제를 바꾸지 않는다. 원칙을 고수하는 태도가 진부하기보다는 애틋하고 정겹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지금 부르는 노래에 모든 것을 담겠다는 듯, 노래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단 하나의 노래만 부르겠다는 듯, 반복적인 곡 구성을 지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의 여름의 음악에는 승부사의 고집이 녹아있고 그것은 고유한 인간미로 느껴진다.

“From a Tree Perspective”에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방향을 따라가라는 나무의 메세지는 정규 3집 [다시 숲 속으로]의 타이틀 “두 나무”에서 등장하는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는 나무와 서로 상반된다. 그러한 점에서 “From a Tree Perspective”에서 새로이 시도한 앰비언트적 접근은 청자인 나무가 아닌 화자로서의 나무가 지닌 거리감을 묘사한다. 나무의 관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단순한 상상, 이해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릴 지 모를 나무의 말에 대한 안타까움 속에 방황하다보면 어느새 나무는 생경한 대상으로 다가온다. 반면, 이 곡이 전달하는 보편적인 위로와 조언의 메세지는 나무와 나무가 아닌 것의 경계를 허물어낸다.

결국 사물과 대상을 넘어 메세지를 전달하는 나무의 존재는 개인 내면의 감동과 정서에 기반한 서정적인 분위기를 넘어, 자연과 상호조화를 이루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곡에 부여한다. | 김태윤

 

 

진보 (Jinbo) | KRNB2 Part. 1 | SuperFreak Records, 2017.6.16

2012년에 나온 진보의 [KRNB] 프로젝트를 기억하고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KRNB2]가 발매된다는 소식에 모두 환호했을 것이다. [KRNB]는 1990년대부터 2012년까지 사랑받았던 한국 가요계의 명곡과 히트곡을 알앤비 장르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프로젝트이다. [KRNB]는 비정규 디지털 앨범으로 밴드캠프의 링크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게 하는 공개 방식은 물론이거니와, 원곡을 해체해 인상 깊고 매력적인 부분만을 가져와 진보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재가공하는 등 기존에 우리가 ‘리메이크’ 하면 생각할 법한 방식과는 다른 작업을 선보였다. 첫 번째 [KRNB] 발매 후, 5년 만에 공개하는 [KRNB2]는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전작과는 다른 방식과 감상을 전달한다.

공개된 곡의 제목만 봐도 K-POP이 지나 온 역사와 발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곡 리스트의 연도가 지난 앨범보다 더 넓어진 1980년에서 2016년까지의 기간이다. 진보는 오리지널 곡에서 감성을 소환해 내면서 그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노래를 재창조한다. 그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두 곡은 “아파트”와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다. “아파트”에서는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의 활용으로 원곡이 등장한 80년대 ‘부기 훵크’ 스타일을 새롭게 재현했으며, 한국 하우스 뮤직의 장을 연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90년대가 연상되는 사운드 소스에 2017년의 기술력이 버무려져서 원곡과는 전혀 다른 변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곡의 골격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컬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전작과 다르면서도 반가운 지점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리메이크 작법에 식상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알앤비 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수민이나,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러브콜을 받고 있는 후디(Hoody), 최근 소속사를 옮긴 지소울(G. Soul) 등 서로 다른 목소리의 개성을 살린 각 트랙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데뷔한 2005년부터, 2012년에 처음으로 리메이크 작업을 선보일 때까지만 해도 알앤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오랜 시간 외롭게 알앤비 음악을 해왔다.” 5년 전 [KRNB]가 나왔을 때 진보가 했던 말이다. 이제는 그 길을 외롭지 않게 걸어갈 만큼 한국의 알앤비 씬은 매년 괄목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파트2의 협업 아티스트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그 옆자리를 상상할 수 있는 수많은 보컬리스트와 프로듀서, DJ가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아직 두 번째 파트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 앨범이 훗날 어떠한 위치의 앨범이 될지를 설명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KRNB2]는 한국 알앤비 씬의 종합선물세트이자 이 더운 열기를 한층 더 칠(Chill)하고 돕(Dope)하게 만들어 줄 앨범이라는 것이다. | 성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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