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집합’. 매 회마다 한 번씩, 특정 주제를 정하고 필자마다 이것저것 이야기한다. 일단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지만, 음악과는 상관없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순서는 ‘동물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다. 다만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Meow The Jewels “Meowpurrdy”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2015년 어느 날, 힙합 듀오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가 [Run The Jewels 2]의 리믹스 음반에 ‘고양이’라는 컨셉을 섞는다. 곧 이어 [Meow The Jewels]라는 세계 최초 하드코어-고양이-힙합 음반이 나온다. 원래의 곡명들에 고양이 관련 말장난들을 섞은 지라, 첫 곡 “Jeopardy”는 “Meowpurrdy”라는 곡이 되었다. (심지어 말장난도 2개다!)

여기까지만 해도 뭔가 엄청한데, 런 더 주얼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애니메이터 시리악(cyriak)에게 뮤직비디오를 맡긴다. 원래부터 동물이나 사람을 소재 삼아 불쾌한 골짜기와 ‘약 빤’ 작품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던 시리악은 옳다구나 하고 기꺼이 고양이 뮤직비디오를 만든다. 어떻게 보면 고양이보다는 고양이-크툴루 뮤직비디오라고 하는 게 더 옳을 거 같다. 하드코어도 하드코어지만 고양이 소리들까지 리믹스에 들어가 좀 더 혼란해진 런 더 쥬얼스의 곡과 이에 맞춰 갈리고 찢어지고 튀어나오고 폭발하는 고양이-크툴루들을 보며 깊고 어둡고 불쾌한 골짜기를 헤치고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평범한 [페북 냥이 심쿵 모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Meowpurrdy”가 그런 고양이 동영상들의 안티테제로써 포스트모던한 전위이자 해체 작업이며 추함을 아브젝시옹으로써 미적으로 표현한 경우라고 멋지게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이 혼란한 개판(보다는 고양이-판) 때문에 심쿵-냥이 영상들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어버렸을 뿐이다. | 나원영

 

 

GDJYB 雞蛋蒸肉餅 “Whatever”

 

 

본 영상은 홍콩의 록밴드 GDJYB(雞蛋蒸肉餅, 이하 GDJYB)가 투어를 다니며 찍은 영상들을 조합해서 만들어졌다. 2012년 데뷔한 GDJYB는 영상 속에서 본국인 홍콩을 비롯, 한국, 호주 등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고 공연을 갖는다. 자연과 도시, 전통춤과 사람, 음식 등을 항공기에서 촬영한 장면, 이동 중인 차에서 촬영한 장면, 셀카봉을 이용해 걸어다니며 촬영한 장면 등으로 담아낸다. GDJYB에게는 한국도 썩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영상에서 마포구와 잘 알 수 없지만 한글 간판으로 미루어 한국이 분명한 동네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GDJYB는 영상에서 자신들이 다녀간 아시아의 각지를 하나로 엮어낸다. 일상 속에서 서로 교차할 일이 없을 것 같던 지역과 장면들은 그들의 시선을 통해 하나로 재구성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위에 얹혀진 음악이다. GDJYB는 “Whatever”에서 진실, 일상, 의미를 파괴하는 혼란을 지향한다. 그들이 사전에 아시아를 염두에 두고 투어를 다녔을지 모르지만 음악에 집중하노라면 정박된 의미를 떠올리기 주저스럽다.

타조, 캥거루, 황새가 등장하는 장면이 다소 신박했다면 그 이유는 일상의 토대가 도시에, 한국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홍콩에서 원숭이 한 마리가 태연하게 옆으로 지나갔을 때 매우 신기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천연기념물인 황새는 물론 타조와 캥거루 또한 동물원을 가지 않는다면 한국의 도시에서 쉽게 보기 어렵다. 굳이 머리 속에서 ‘아시아는 어떠하다’라고 정리하지 않더라도 이 영상의 경우에는 생소한 장면, 특히 동물들을 통해 감각이 새로 가다듬어졌다. 천연기념물인 황새, 영상에서 동물원에 있던 타조의 처지 등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일은 제법 낯선 경험이었다. | 김태윤

 

 

Michael Jackson “Black Or White”

 

 

쉽게 골랐다. 이번 주제는 동물이 나오는 뮤직비디오였고, 마이클 잭슨의 8주기를 기리고자 했다. 모니터 속 마이클 잭슨은 흑표범으로 변신 중이었다. 그를 더 많은 사람과 기억하고 싶었다.

그러나 영상의 의미까지 쉽진 않았다. 영상은 아이로 시작해 동물로 끝나고, 그 유명한 몰핑 기법은 인종과 젠더를 뒤섞는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게 마이클 잭슨이 겪을 곤경들의 갈래였다. 어른이 되기 싫어 네버랜드를 짓자 그에게는 소아성애 혐의가 뒤따랐다. 백반증으로 피부가 하얘지자 백인이 되려 한다고 비난받았고, 성대를 아끼려 높고 여리게 말하는 습관 때문에 성 정체성을 의심받았다. 좀비로 변했던 “Thriller”의 영광마저 성형을 조롱하는 데 쓰였다. 그는 팝 전체를 상징하고도 소수자적 속성 때문에 줄곧 공격받았고, 그래서 오래 외로웠다. 흑표범이 되어 촬영장을 빠져나와 홀로 춤추던 영상의 마지막처럼.

인류 평화 따위를 노래한 순진함이 실수였을까. 정체성을 건 정치적 투쟁이었다면 이 비극도 조금은 달라졌을까. 모른다. 그는 이미 떠났고 우리는 없었던 과거를 말하지 못한다. 다만 그의 흔적들이 남았다. 소수자를 끌어안다 못해 동물과 괴물의 시선까지 빌렸던 마음만이 남았다. 기이한 것들로 기어이 정상에 오른 역사로 그는 지금의 팝에도 남아있다. | 김세철

 

 

Kero Kero Bonito “Flamingo”

 

 

사실 뮤직비디오라기보다는 GIF로 된 커버아트에 가까운 영상이다. 3분 20초 동안 변하는 것이라고는 핑크색 배경의 중앙에 놓인 새우 한 마리의 등껍질 색깔뿐이다. 이를 뮤직비디오라고 부르기에는 분명 모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케로 케로 보니토(Kero Kero Bonito)의 “Flamingo”를 고른 이유는 뻔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물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소개해달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많은 필자들이 강아지나 고양이가 나오는 영상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주류가 귀엽고 예쁘고 멋지고 사랑스럽게 나오는 뮤직비디오보다는, 심심하더라도 비주류인 새우가 나오는 영상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런데 새우만 계속 보여주는 이 곡은 사실 새우가 아니라 플라밍고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어로 플라밍고에게 핑크색 피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새우를 먹었냐며 묻는 것으로 시작하는 곡은 한없이 귀엽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곡의 중반부에서 등장하는 후렴의 피부색이 검은색이건, 흰색이건, 혹은 파란색이나 초록색이건 상관없이 모두 멋지다며 모두가 똑같다면 지루할 것이라는 가사는 꽤나 의미심장하다. 특히 이를 일본계 영국인 사라 미도리 페리, 혹은 사라 보니토(Sarah Midory Perry/Sarah Bonito)가 영어와 일본어를 오가며 노래하고 있다는 점은 곡을 더 곱씹어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 곡과 영상은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발랄한 팝과 그보다 더 발랄한 핑크색과 무지개 빛깔을 보여주는 비디오는 덥고 습한 여름날의 짜증과 우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것이다. | 전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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