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시작되고 나서 여덣 번째 하루가 지나가고 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2019년 1월 8일이 아닌 2018년 12월 39일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런 늘어지는 감각의 가장 큰 원인은 연말이라는 ‘제 때’에 연말결산을 끝내지 못한 부채감이겠지만, 어쩌면 해가 바뀐다는 것에 대해서 점점 더 무심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던 2018년이고, 긍정적인 변화도 많았지만, 그만큼이나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들에 대한 염증이 귀신처럼 공기를 채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음악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그 점만큼은 해가 얼마나 넘어가든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weiv] 필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끊임없이 그들의 주위를 맴돌았던 트랙들을 소개한다. | 정구원 전대한 키 (Key) “Good Good” (SM ENTERTAINMENT)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달려왔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키의 새 앨범 [FACE]에게 붙어 있는 ’10년 만의 데뷔 앨범’이라는 수식어를 보며, 놀라움을 넘어서 왠지 모를 경외감까지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금세 커다란 기대감으로 변하여 아티스트를 짓누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앨범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실망감은 아무런 기대가 없을 때보다 배가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키의 앨범 [FACE]는 이러한 위기를 무사히 빠져나간다. 이는 당연히 일차적으로 키라는 매력 넘치는 아티스트의 재능 덕분이다. 샤이니에서는 곡의 변곡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 주로 활용되던 그의 보컬은, 기존의 청량한 느낌을 잃지 않되 미성을 조금 더 섞어낸 개성 있는 음색으로 앨범의 중심부에 홀로 굳건히 자리한다. 한편 이러한 키의 옆에는, 그와 함께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어온 SM 특유의 사운드가 있다. 앨범 전반에 걸쳐 신시사이저가 도드라지는 사운드를 배치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LDN Noise나 IMLAY, TAK 등과의 협업을 통해 R&B와 트랩, 하우스 등의 전자 음악의 다양한 세부 장르를 변용하려는 시도를 하여 키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한다. 그 정점에는 두 번째 트랙 “Good Good”이 있다. “Good Good”은 기타 리프가 강조되는 곡으로, R&B 위주로 채워진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조금 동떨어져 있는 대신, 키의 장점인 청량하고 매끄러운 보컬을 펑키한 멜로디 구성을 통해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준수한 팝의 전형처럼 느껴지는 R&B 계열의 곡들보다 이 곡과 “Chemical”을 타이틀로 제시했으면 더 재미있는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라면 데뷔 앨범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요한 일렉트릭 바흐 “Fitz And The Tantrums vs Song Hae – 전국 Handclap 자랑 [feat. Casino] [J.E.B Edit]” (Self-released) [여기에 올해의 트랙을 입력]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Fitz And The Tantrums vs Song Hae – 전국 Handclap 자랑(feat.Casino) (J.E.B Edit)”은 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16년에 발매되었던 피츠 앤 더 탠트럼스(Fitz and the Tantrums)의 “HandClap”과 TV 프로그램 <전국 노래자랑>에서의 송해의 음성을 매시업(Mashup)한 곡이다. “여러 가지 자료에서 요소들을 따와 새로운 노래·비디오·컴퓨터 파일 등을 만든 것”이라는 매쉬업의 사전적 정의에 아주 충실하게, 요한 일렉트릭 바흐는 “Handclap”의 전체 흐름을 따라가되 중간중간 <전국 노래자랑>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섞는다. 이를테면, “Handclap”의 인트로 중간에, 심사를 위해 치는 실로폰 소리가 나지막이 나온다거나 격렬한 빌드업 뒤에 ‘전국~ 노래자랑~!’이라고 외치는 송해의 목소리가 나오는 식이다. 매쉬업은 단지 사운드에만 국한되지 않고 앨범 커버처럼 음악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의외의) 세심함을 엿볼 수도 있다. 일차적으로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곡은, 지극히 서브컬처스러운 밈(meme)의 일종으로 간주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직설적 유쾌함만을 추구하는 음악으로 여겨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에서 이런 웃음기만 살짝 걷어내면, 우리는 (인터넷 기반의) 동시대 대중음악계 – 더 나아가, 동시대 예술계 – 가 작동하는 방식을 마주하게 된다. 굳이 ‘포스트프로덕션’과 같은 거창한 동시대 예술 담론을 경유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곡들과 소스들을 샘플링하여 서로 섞고 이어붙이는 식의 작업은 이미 너무 익숙할 정도로 동시대적이기에 새삼 언급하기조차 민망하다. 게다가 이러한 작업 방식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환경과 저작권 문제로 인해 곡을 공식적으로 발매할 수 없음에도 널리 공유되는 일이 가능하게끔 하는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플랫폼의 대중화를 그의 곡에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작업은 동시대에서 음악이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곡이 동시대 대중음악계의 작동 방식을 표상한다는 나의 문장들은 사실 헛소리에 불과하다. 그의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기에 고작 2018년은 너무 이르다. 그래도 그나마 그의 음악을 동시대의 언어로 가장 잘 표현한 비평을 인용하며 끝을 맺기로 한다. 유튜브 댓글에서 가져온 이 문장이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음악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수능 때문에 이 노래를 금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이 노래를 위해 수능을 금지해야 이치에 맞다.” + 그 외 트랙 250 “이창” 김사월 “엉엉” 나이트오프 “잠” 레드벨벳 “Bad Boy (English. ver)” 마미손 “소년 점프 [Feat. 배기성]” 백예린 “La La La Love Song” 선미 “주인공” 신해경 “담다디” 아이유 “삐삐” 요한 일렉트릭 바흐 “SHAUN (숀) – Way Back Home (J.E.B 애국 Edit)” 이랑 “임진강” 이진아 “RUN (With GRAY)” 장명선 “네 모든 것” 전용현 “동경 (Onstage Live)” 청하 “Roller Coaster” 최유리 “동그라미” 혁오 “LOVE YA!” 히피는 집시였다 “사이 (With. Sogumm)” B R L L N T “Constellation” Colde “Your Dog Loves You [Feat. Crush]” Crush “Cereal” DEAN “Instagram” HAON “NOAH (Feat. 박재범, Hoody)” K/DA “POP/STARS” KATIE “Remember” OuiOui “니 생각 [Feat. Wilcox]” Summer Soul “My Last Teen (Bass arrange by Q the Trumpet)” XXX “간주곡” YESEO “Honey, Don’t Kill My Vibe” Zion. T “멋지게 인사하는 법 [Feat. 슬기]” 나원영 레드벨벳 (Red Velvet) “Bad Boy” (SM ENTERTAINMENT) 아이돌 팝에 있어서 언제나 첨단을 쫓아왔던 만큼, [The Perfect Red Velvet]이라는 이름의 리패키지 음반에는 레드벨벳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사운드에 대한 자부심, 가장 완벽한 레드벨벳에 대한 자신감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태도는 다른 어떤 곡도 아닌 “Bad Boy”에서의 말 그대로 ‘완벽한’ 레드벨벳으로 드러났다. 데뷔 때부터 수많은 입체적인 컨셉들에 맞는 노래들을 들려줘온 만큼, 전작이었던 [Perfect Velvet]과 “Peek-A-Boo”로 대표될 독보적인 당당함은 “Bad Boy”에서 훨씬 더 다양한 층위로 나타났다. 우선적으로는 역시 특유의 사운드가 있다. 벨벳 컨셉의 숨겨진 영역들을 다시 탐구하면서도 그동안 제대로 시도해보지 않았던 묵직한 베이스의 트랩을 적극적으로 써먹었고, 그럼에도 수려한 보컬의 화음과 세련된 신스음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고혹적으로 특유의 매력을 이어간다. 스테레오타입스(The Stereotypes)를 중심으로 한 작곡가들의 힘이 실려 완성된 이 깔끔한 사운드는 SM이 오랫동안 꾸려온 A&R팀과 ‘송 캠프’의 최신 성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장르적으로부터 아주 탄탄하게 쌓아올려진 곡 자체에서 묻어나는 여유로운 태도는 청자와 적극적으로 ‘내기’를 하고 ‘밀고 당겨보’며 ‘사실 꽤나 자신 있’다고 까지 자부하는 노랫말이나, 마찬가지로 그 ‘도도한’ 분위기와 노래 자체의 그루브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내용을 보충하는 안무로도 드러난다. 여기에 “Peek-A-Boo” 때의 일명 ‘공포 영화’ 컨셉을 일부 차용하며 이전부터 다양하게 표현된 특유의 기묘함을 조금 더 끌어올린 뮤직비디오까지, “Bad Boy”는 레드벨벳이 들려줄 수 있는 최대치의 가능성을 가장 완성된 형태로써 조화롭고 유감없이 드러낸다. “Bad Boy”의 활동들이 상대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레드벨벳이 이렇게 다시 한 번 수려한 정점에 올라섰기 때문일 것이고, 또 어쩌면 그 덕에 더욱 ‘완벽한 레드벨벳’으로서의 다음 행보를 계속해서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샤이니 (SHINee) “데리러 가” (SM ENTERTAINMENT) 결국에는, 2017년의 연말부터 2018년의 연말까지 힘들고 슬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할 수밖에는 없겠다.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고, 맞기는 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이니는 데뷔 10주년을 맞았고, 정규 6집 음반으로 돌아왔고, 계속해서 샤이니의 음악을 한다. “데리러 가”는 그런 위치에 놓인 [The Story of Light] 연작의 첫 번째 타이틀곡으로써 샤이니의 시간들을 하나로 모은다. [The Misconceptions of Us]에서 총천연색으로 정체화한 그룹으로써의 특징들에 [Odd]에서 댄스/전자 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1 of 1]에서는 팝 음악 자체의 역사를 파고든 탐구 정신이 더해져 ‘데리러 가’의 중요한 부분들을 구성한다. 112의 “Cupid”를 샘플링하는 과정에서 샤이니는 1990년대의 어반/컨템포러리 알앤비를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다져놓은 딥 하우스와 UK 개러지의 결합으로 재해석했고, 멤버들의 목소리를 층층이 쌓아올려 만든 특유의 화성은 자연스럽게 각기 다른 시간대와 장르를 이어오며 현재화한다. 그러면서도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신스음과 베이스의 SM식 조화나 멤버들의 깔끔한 알앤비 창법으로 구성한 화음은 ‘데리러 가’를 단순한 번안을 넘어서 일종의 재창조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물론, 이토록 부드럽게 세련되고 무엇보다도 밝고 힘차서, 지극히 샤이니스러운 특징들이 이번만큼은 슬픔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데리러 가”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밖에는 없다. ‘너무 늦기 전에’ 또 ‘이 밤을 앞질러’ 데리러 가려는 마음과 그 마음을 일으킨 누군가의 부재는 “데리러 가”의 주된 감성들을 아프게 이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이니는 그들의 긴 역사에 찾아온 상실과 고통을 기어이 그러안고, 언젠가는 반드시, ‘너’를 데리러 가겠다는 열망을 품고 계속해서 나아간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하며, 그들의 세계는 다시 한 번 갱신된다. “데리러 가”는 그 모든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샤이니 만이 할 수 있는, 빛이 나는 기억의 방식이다. XXX “간주곡” (BANA) “간주곡”은 [LANGUAGE]로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놓인 곡이다. 우선적으로는 노래의 제목처럼 일종의 ‘간주’라고 칠 수 있는 프랭크의 비트가 거의 모든 시간을 채운다. 사실 김심야의 랩은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기에, “간주곡”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빛나는 건 프랭크의 솜씨다. 수많은 합창과 강이채의 바이올린으로 기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곡을 시작한 뒤 곧바로 거친 인더스트리얼 비트로 모든 걸 전복시키며 곡이 시작된다. 전환된 분위기는 지저분하고 묵직하게 왜곡된 베이스와 그 위에서 기괴하게 튀겨대는 다양한 글리치 성향의 노이즈들을 집어넣으며 점점 더 빽빽하고 정신없는 변주를 이어간다. ‘간주’이기보다는 파괴적으로 훌륭한 연주일 프랭크의 비트가 끝나갈 때 즈음에 등장하는 김심야는 ‘좆같은 한국은 내 음악을 싫어해’라며 시커먼 분노로 꽉 찬 랩을 내뱉는다. 음반을 여는 “18거 1517”이 자수성가-돈-자동차-효도의 연쇄로 이어지는 ‘국힙 성공 신화’를 쳐부쉈던 것과 비슷한 강도의 염세와 자기혐오가 뒤섞인 고함 같은 김심야의 가사는 그 악에 받친 고함을 사운드로써 들려주는 프랭크의 비트와 함께 수많은 지점에서 충돌한다. 그 충돌 과정에서 XXX의 ‘언어’가 만들어지고, 또 그런 점에 있어서 “간주곡”은 XXX의 분노에 찬 언어를 대표할 만한 곡이다. 여기에서 잠깐 음반의 컨텍스트를 생각하게 된다. [LANGUAGE]는 김심야가 언급했던 일종의 삼부작에서 시간적으로는 [KYOMI]와 [Moonshine]의 사이에 있지만, 시기적으로는 가장 마지막에 나왔다. 그 덕에 “간주곡”에서는 전체 음반과 마찬가지로 내용과 형식의 조화와 충돌을 통해 극단적으로 분노하는 격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그 분노가 실패한 다음 찾아오는 씁쓸한 환멸과 체념을 예감할 수도 있다. 결국에,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국힙’도 세계도 계속해서 그래왔던 것처럼 돌아갈 것이고, 그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순응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군가는 분노하거나 환멸하고, 결국 나가떨어져 버리는 누군가도 있다. 그 절망적인 사이에서마저, XXX는 그들만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대한 분투한다. 아직 그들의 ‘두 번째 언어’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만 보자면, 모든 것에 대한 분노와 환멸을 함께 느끼면서도 또 다른 언어를 힘겹게 찾는 과정이 XXX를 ‘국힙’이 여태 닿지 못했던, 두렵지만 흥미로운 곳으로 움직이게 한다. 어떻게 보자면 이런 글마저 그 과정에 있어서는 ‘말이 안 통하는 어법’일지도 모르겠으니, 결국에 나로써 할 수 있는 건 그 과정을 기록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라도. 키라라 (KIRARA) “Wish” (Self-released) “Wish”는 [Sarah]의 두 번째 노래다. “걱정”의 마지막 음에서 바로 이어지는 곡이므로, 어떻게 보자면 두 노래는 서로가 서로를 보충하며 음반을 함께 시작하는 셈이다. [Sarah]는 전자 음악 음반이기에 확실한 노랫말이 없다고 하지만, 대신 키라라의 살아 움직이는 소리들이 말과 글을 대신해준다. “걱정”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샘플링하며 키라라는 조심조심, 다가갈 듯 말 듯 누군가 혹은 청자에게 인사하며 안부를 걱정한다. 여기서 머뭇거리듯 툭툭 끊어지며 나오는 소리들은, 이후 “Wish”로 넘어가자 끊어지지 않는 기다란 흐름으로 넓게 퍼져나간다. 그 명징한 첫 음을 시작으로, 키라라는 “걱정”에서 채 말하지 못했던 ‘바람’을 당당하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온 세상에 거대한 눈보라가 쳐서 모든 게 망해버리기를 바랬던 바로 그 마음으로, 키라라는 바로 그 반대편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아니, 생각해보면 이 마음은 사실 반대 관계도 아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키라라는 생생하게 살아있으니까. 키라라가 음악으로 말했고, 나도 키라라를 빌어 말했지만, 결국에 이 ‘바람’에는 죽지 않기를,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그 마음을 담은 “Wish”는 그 안의 수많은 모순과 역설을 원동력 삼아 부단히 움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결국에는 날아간다. 머뭇거릴 때도 있고, 비틀거릴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들은 바람을 타고 계속된다. 언젠가는 끝날 지라도. 그 과정에서 무엇이 언제 닥칠지 모르고, 어딘가 깊숙한 곳에 갇혀있는 것만 같고, 뭐가 뭔지조차 모르겠고, 모조리 다 끝나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시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세계에 대한 모든 막연한 기대마저 사라져버리고 남은 건 더 크고 많은 절망밖에는 없을 것 같은 이 즈음에, 나는 키라라의 걱정과 바람을 들었고, 계속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제는 그 걱정과 바람을 다른 곳으로도 멀리 날려주고 싶다. 이렇게라도. + 그 외 트랙 250 “이창” 9와 숫자들 “99%” 공중도덕 “함께 무너지기” 김태균 “개화” 나이트오프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 넘넘 “It’s A Trap!” 다브다 “꿈의 표정” 데미캣 “Levitation” 라이프 앤 타임 “정점” 마미손 “소년 점프 [Feat. 배기성]” 모임 별 “친밀한 적들” 백예린 “La La La Love Song” 버둥 “이유” 보아 “WOMAN”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제 연인의 이름은 [이재민 Cover]” 슬기, 청하, 신비, 소연 “Wow Thing” 신해경 “담다디” 아이유 “삐삐” 오마이걸 “비밀정원” 요한 일렉트릭 바흐 “전국 Handclap 자랑” 유레루나 “꿈의 도피” 유빈 “숙녀” 이랑 “잘 듣고 있어요” 이진아 “RUN (With GRAY)” 장기하와 얼굴들 “별거 아니라고” 장명선 “흐름” 전자양 “행운” 정진우 “색 (Color)” 조월 “아니, 이미” 청하 “Roller Coaster” 츄 (이달의 소녀) “Heart Attack” 키라라 “걱정” 페퍼톤스 “긴 여행의 끝” 플러그드 클래식 “Heavy Mind” 히피는 집시였다 “순간” 히피는 집시였다 “침대 (With. Jeebanoff)” Blood Sun Imagine “킬스위치” Crush “RYO [Feat. CIFIKA & Byung Un of Balming Tiger]” Damndef & LOBOTOME “Portrait [Feat. JUSTHIS & Paloalto]” E SENS “MTLA [Feat. Masta Wu]” EXO “TEMPO” EXO-CBX “花요일” HAON “붕붕 (feat. Sik-K)” KATIE “REMEMBER” Kid Milli “IZAKAYA [Feat. Jvcki Wai]” NCT “Black on Black” Omega Sapien “Rich & Clear” Room306 “침묵” SAAY “OVERZONE (Extended)” XXX “18거 1517” 박희아 방탄소년단 “IDOL” (빅히트엔터테인먼트) “IDOL”은 지금 방탄소년단의 현재다. 어떤 팬은 그들이 아이돌을 넘어섰다고 말하고, 또 어떤 팬은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중간에서 자기들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상관없다. 이 트랙은 방탄소년단이 항상 그래왔듯이 자신들이 바라보는 방탄소년단과, 그 팀을 구성하는 일곱 명의 캐릭터가 하나의 팀으로 어떻게 뭉쳐지는지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 트랙의 시작을 알리는 RM은 멤버들 중에 가장 먼저 믹스테이프를 내면서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었던 인물이다. 뮤직비디오 속 그는 ‘You can call me artist / You can call me idol / 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 / I don’t care’라며 어깨를 으쓱이고, 제이홉과 슈가는 뒤를 이어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네’라며 여유롭게 쐐기를 박는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래의 핵심은 방탄소년단의 여유있는 스웩이 아니다. “IDOL”의 개념적 정의 따위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얼쑤 좋다’를 외치는 허허실실한 추임새들은 여전히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진정성이 없다’며 비하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음악이 진짜 좋은 음악이고, 진정성 있는 음악인지 구별할 수 있는가. 솔직히 이만큼 우리들의 현재를 반영하고 있으면 그만인 것 아닌지. 방탄소년단이 지금 한국의 음악 시장과 그 소비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이 트랙 안에 담겨있다. 정구원 슬기, 청하, 신비, 소연 “Wow Thing” (SM ENTERTAINMENT) 나에게 있어 “완벽함”이란 가치가 달성되는 순간은 “좋은 것들로 꽉 차 있”는 것보단 “빠져도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경우에 가깝다. 사운드든 비주얼이든 엄청나게, 때로는 과도하게 느껴질 정도로 채워 넣는 K-Pop에서 이런 종류의 완벽함이 달성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깜짝 놀랄 만큼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은 노래를 발견하게 된다. 2018년에, 그것은 ‘Wow Thing’이다. 초창기 Ariana Grande를 연상케 하는, 브라스가 멋지게 뿌려진 90년대식 R&B 스타일의 프로덕션, 둔탁한 질감과 날랜 구성을 조화시킨 “지기(jiggy)”한 비트, 부드럽게 싱코페이션을 걸고 미끄러지는 슬기, 강과 약을 자유럽게 넘나드는 신비와 청하의 보컬, 짧지만 강렬하게 귀에 달라붙는 소연의 랩… 좋은 부분을 찾아내면 한도 끝도 없을 테지만, ‘Wow Thing’은 이 모든 요소로부터 온전히, 단 하나의 무의미한 부분도 남기지 않고 에너지를 끌어낸다. “더하기”가 중심적인 가치가 된 K-Pop에서, ‘Wow Thing’은 견고한 각 요소의 매력만으로 완벽함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J E L L V A K O “Vision” (Grack Thany) 세계 곳곳에 산재하는 이질적인 프로듀서들이 클럽 음악을 아방가르드의 영역으로 던져 넣을 때, 사람들은 거기에 디컨스트럭티드 클럽(Deconstructed Club)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를 매끈하게 옮기면 ‘해체된 클럽 음악’이 될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어 자체(de-constructed)를 그대로 해석한 ‘철거튠’이라는 명칭이 좀 더 와 닿는다. 그것은 테크노, 하우스, 덥스텝, 베이스, 인더스트리얼 사이를 넘나들며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던 전자 댄스 음악을 교란하는 이 언더그라운드 클럽 음악에 언제나 뭔가를 부수는 소리가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리가 깨지고, 드럼 비트가 파열하고, 세츄레이션이 가득 걸린 신시사이저가 쪼개지고, 카랑카랑한 금속성의 사운드가 귀를 찢을 때 – 그것은 그 자체로 무엇인가를 철거하는 소리와 직결된다. 단지 그것이 파괴가 아닌 댄스를 위해 복무할 뿐. 차갑게 식은 채로 비선형적 궤적을 그리는 격렬한 파괴가 현 시대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을 상징하는 소리가 된 것은 삶의 의미와 상징, 제도가 파편화되고 녹아내리는 현대 사회의 유동성1이 클럽의 영역에서 실체화된 현상처럼 보인다. 더 이상 디스코의 번쩍거리는 멜로디나 하우스의 포 온 더 플로어(Four-on-the-floor) 비트 같은 ‘명확하고 정석적인’ 요소는 유효하지 않다. 그 자리를 추상적 구조와 왜곡된 노이즈, 엇갈린 박자가 채운다. 안정된 것은 없다. 불안은 이제 댄스 플로어까지 침투한다. 그렇지만 불안은 사실 언제나 존재했다. 새벽 3시의 클럽을 빠져나왔을 때 차디찬 공기와 함께 피부로 다가오는 도시의 혼란과 실존의 고독은 당신이 벗어날 수 있는 중력을 아득히 초과한다. 그것이 J E L L V A K O가 “Vision”에서 직시하는 세계다. 뭉개지고 가려진 목소리와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사이렌, 파쇄된 전자음의 부스러기가 미세먼지처럼 흩뿌려지는 해체된 장소. 철거된 클럽의 틈새에서 우리는 불안을 직시한다. “Vision”은 그 시선을 담은 채로 당신의 신체를 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뒤튼다. + 그 외 트랙 공중도둑 “곡선과 투과광” 구토와 눈물 “Trilogy” 나이트라이딩 “Nightriding” 동찬 “아침의 유령” 레드벨벳 “Bad Boy” 보아(BoA) “너와 나 (U&I)” 선미 “Siren” 세븐틴 “어쩌나” 세이수미 (Say Sue Me) “Old Town” 소낙빌 “빈 칸” 수민 “설탕분수” 술탄 오브 더 디스코 “Manic Depression” 슬릭 (SLEEQ) “36.7” 유레루나 “꿈의 도피” 이랑 “임진강” 이루리 “선인장 꽃” 장명선 “이다음에는” 장필순 “그런 날에는” 조월 “아니, 이미” 조율 “보물선” 키라라 “걱정” 후디 (Hoody) “Golden [Feat. 박재범]” BLACKPINK “뚜두뚜두 (DDU-DU DDU-DU)” Charming Lips, Summer Soul “Kill Your Darling” HNGIN “FROZN” Jvcki Wai “Life Disorder” NCT 127 “TOUCH” SAAY “Circle [Feat. Tish Hyman]” YESEO “Honey, Don’t Kill My Vibe” Zion.T “아이돌” 김세철 K/DA “POP/STARS”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K-Pop이란 무엇인가, 같은 걸 오래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문답 아닐까. 온갖 장르가 섞인 데다 해외 음악가와 자본이 섞이면서 국적조차 애매해졌는데. 적당한 대답도 있다. 한국의 팝이란 뜻이 아이돌 팝으로 좁혀졌고, 다시 또 복잡해지고 있다고. 때마다 뜻이 변하는 열린 개념이라고. 혹은 ‘얘랑 비슷하니 쟤도 K-Pop’처럼 느슨한 분류면 충분하다고 답하면 된다. 무책임한 대답도 아니다. 말뜻을 가리는 것보단 무수한 노래 속 특히 빛나는 곡을 찾아 즐기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 그런데 이렇게 덮어둔 질문을 K/DA가 다시 들춘다. 미국 게임사가 가상 K-Pop 그룹 K/DA를 내놓았고, 가창에는 (여자)아이들이 참여했다. OST 정도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눈길이 갔다. K-Pop이 자랑하는 쾌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POP/STARS”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질주하고 폭발한다. 골격은 EDM이지만 분위기 전환과 빌드 업은 더 가파르고, 랩과 여러 겹 화음으로 이어진 가창은 고음을 찌르는 애드립으로 끝맺는다. K-Pop에서 익히 들어온 것들이다. 여기선 덥스텝 사운드가 부글거리지만, 뭄바톤이나 퓨처 하우스를 끼얹으면 후속곡도 가능할 것 같다. 이처럼 K/DA는 몇몇 요소의 조합만으로 K-Pop을 만들어내며, 그래서 K-Pop을 일종의 음악 스타일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K-Pop은 장르 혹은 스타일일까. 장담하긴 힘들다. 노래 하나로 단어 전체를 정의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적어도 이 노래가 K-Pop의 현재를 돌이켜볼 중요한 단서란 것만은 장담해볼 수 있다. 외부인의 시선이 K-Pop의 미감을 포착하고 재현하자 당연했던 것들이 새삼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새로운 줄 알았던 노래에서도 익숙한 구조가 들리고, 매번 보던 영상의 구도나 여성상도 괜히 어색해 보일 수 있었다. 요컨대 “POP/STARS”는 K-Pop의 쾌감을 증명하는 동시에 K-Pop의 관성을 드러내는 기록물이다. 좀 더 나가자면, 어쩌면 이 기록이 K-Pop 문화의 구성원들에겐 자극과 영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과 다른 미래를 상상하도록 부추기진 않을까. 그런 기대로 올해의 끝에 이 곡을 꼽았다. 전용현 나미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Jeon Yonghyeon Remix]” (Self-released) ‘시티 팝’이란 낱말을 유독 많이 들은 해였다. 7~80년대 일본의 ‘도시 음악’이 알음알음 알려진 건 전부터 있던 일이지만, 2018년에 이르러 시티 팝은 힙스터의 단어에서 메이저 씬의 키워드로 안착한 듯 보였다. 윤종신은 올해만 두 차례 시티 팝을 시도했고, 유빈의 “숙녀(淑女)”는 베이퍼웨이브 혹은 쇼와 아이돌의 정서를 시티 팝으로 포장했다. 한국의 시티 팝으로 재평가된 김현철의 “오랜만에”를 죠지가 커버하기도 했다. 마침 유튜브는 타케우치 마리야(竹内まりや)의 “Plastic Love”를 어느 해보다 집요하게 추천했다. 오래된 아름다움이, 당대엔 접하지도 못했던 바다 건너 꿈 같은 아름다움이 신기할 정도로 많이 사랑받았다. 대중음악 산업은 신선함이 동날 때마다 과거를 끌어다 써왔으니, 시티 팝 역시 그렇게 탄생한 유행일지 모른다. 시티 팝을 디깅하던 애호가들의 마음도 비슷하게 단순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티 팝을 듣다 보면 괜히 마음이 복잡해진다. 당대 일본인에겐 당연했을 경제 호황의 감각, 부유한 악기 편성으로 담은 터무니없는 낙관을 2018년 한국에서 있는 그대로 즐기긴 힘들기 때문이다. 난감한 미래가 올 걸 모를 때의 천진함과 그걸 알면서도 구태여 그 천진함을 좇는 마음은 같을 수 없으니까. 그 마음은 어려움에 눈감는 도피일 수도 있지만 비관 끝에 낙관을 고르는 결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티 팝은 단숨에 전해지는 행복감인 동시에 아련한 노스탤지어, 그런 태도를 품고 살아가려는 긍정으로도 들린다. 전용현은 이 감정의 배경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온다. 그의 최근 작업들은 80년대 말~90년대 초의 한국, 87년 체제는 시작되고 IMF는 오지 않았던 시절에 피어난 희소한 낭만을 겨냥한다. 좋은 노래를 찾아내어 가장 빛나는 대목에 힘을 더 싣는다. 나미의 곡에서는 피치와 템포를 높이고 드럼을 갈아 끼우면서 브라스 파트를 반복해 쾌감을 고조시켰다. 원곡의 품위를 해치지 않으려는 존중과 함께. 덕분에 시티 팝이 전하는 복잡한 심경도 내 것처럼 더 가까워졌다. 망하기 직전 한국의 정서를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다른 방식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유행의 쾌감과 시대의 정서를 함께 품은 전용현의 작업이 모쪼록 더 알려지고, 더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 그 외 트랙 기술부 “Dash part 2” 김나은 “Find Me” 김사월 “엉엉” 넘넘 “It’s a TRAP!” 동방신기 “평행선 (Love Line)” 박지민 “전화받아 [Feat. 키노 (KINO), WOODZ, 네이슨 (NATHAN)]” 서사무엘 “Jazz In My” 소히 “단 한 사람”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통배권 (feat. 뱃사공)” (여자)아이들 “LATATA” 유빈 “숙녀 (淑女)” 이진아 “RUN (With GRAY)” 핫펠트(HA:TFELT) “위로가 돼요” 혁오 “LOVE YA!” 화분 “여기, 삼바” Balming Tiger “못 UNDERSTAND” Humbert, 구원찬 “Way” M. B. Jones “Nuclear War” SYUNMAN “In” 지그문트 바우만, 데이비드 라이언, 한길석 옮김, 『친애하는 빅브라더』, p.13-14, 오월의봄, 2014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