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브릿지(LABridge)라는 이름은 흔한 듯 낯설고 익숙한 듯 거리감이 느껴진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각자 이름에서 느껴지는 선입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 한 꺼풀 벗겨내고 무대를 보는 순간, 그 선입견은 완전히 지워지리라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부산의 밴드라는 소개는 하고 싶지 않아지며, 세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 메인보컬로 구성되어 있다는 기본적인 소개는 더욱 건너뛰고 싶어진다. 이들이 선보이는 퍼포먼스 그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메인 보컬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다는 점은 큰 차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곡만 듣고 이들을 판단했다면 큰 반전을 맞이할 수도 있다. 3월에 열렸던 “라이브클럽데이 (Live Club Day)” 중 프리즘홀에서는 부산음악창작소가 주최하는 쇼케이스가 열렸다. 마지막 공연을 장식한 피아는 강렬한 열기를 선보였고, 앞선 순서를 장식한 플랫폼 스테레오나 바나나몽키스패너 등의 밴드는 그만큼이나 기분 좋은 (명랑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만큼 실력이나 완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더 의미 있던 무대였다. 엘에이브릿지는 프리즘홀에서 열렸던 무대 중 피아를 제외하면 마지막 무대였다. 스크린이 걷히고 무대가 시작하는 순간, 범상치 않은 포스의 메인 보컬부터 눈에 띄었다. 록 음악의 색채가 강한 폭발적인 인트로를 지나고 나면, 3박자 진행의 소울풀한 곡이 시작된다. 요즘은 여러 장르를 블렌딩하는 것이 음악 시장 전체에서 대세이기도 하고, 워낙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경로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이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후발주자들의 음악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문법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장르의 블렌딩에도 소위 말하는 황금비율이 있고, 각각의 문법에 관한 이해는 물론 애정까지 있어야 좋은 음악이 가능하다. 엘에이브릿지는 그걸 가능케 한,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밴드다. 보컬의 음색과 창법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연장 전체의 분위기는 물론 온도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장악력을 지니고 있지만, 뛰어난 연주가 뒷받침되어야 완성된다는 기본적인 공식 또한 지키고 있다. 특히 기타 솔로는 테크닉을 앞세우기보다는 톤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진하게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곡 전체의 몽환적인 느낌이 살아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첫 번째 곡인 미발표곡 “Affectation”을 지나 두 번째 곡 “Looking For Love”가 등장하는데, 이는 내가 들었던 싱글 버전과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또 다른 느낌이었다. 베이스가 사운스스케이프를 잡고, 여기에 보컬의 완급조절이 잘 들어맞는다. 보컬은 폭발적인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걸 애써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럴 필요 없이 충분히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곡 “Whatever You Want”, 네 번째 곡 “Golden” 모두 미발표곡이었는데, 음악적으로는 소울풀한 매력이 십분 드러나는 보컬과 함께 – 몇 가지 문법을 적절히 녹여낸 – 여유 있는 기타와 베이스의 연주까지 많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여있다. 촘촘한 것도, 디테일에 계산이 많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흐름과 분위기를 형성하기에 관객으로서 조금은 편안하게, 기분 좋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보컬의 호쾌한 웃음소리와 부산 소주를 나눠주는 이벤트까지 소소하게 더해져 즐겁게 감상했다. 소울, 훵크부터 록까지, 그리고 구성원 모두의 매력적인 퍼포먼스까지 이들은 자신들만의 에너지가 있다. ‘세련된 플레이, 예리한 감수성, 독특한 곡 구성과 블루지한 보컬’이라는 소개 문구는 정확히 들어맞는다. 어쩌면 남들이 보고 듣기에 생소한 신인일 수도 있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잘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태국 “빅 마운틴 뮤직 페스티벌 (Big Mountain Music Festival)”에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번 라이브클럽데이 부산음악창작소 쇼케이스에서도 높은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확실한 건, 수많은 밴드 중에서도 엘에이브릿지는 자신들만의 것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기에 그만큼 눈에 띈다는 것이다. 곧 발표한 EP 앨범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라이브에 있었다. | 박준우 blucshak@gmail.com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