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2년 3월 15일
장소: 연남동 트리퍼사운드 사무실
진행: 최민우, 이명연(인큐베이터)
사진: 이승희(스튜디오103)
정리: 김영진

고형석(키보드), 곽민혁(기타), 정봉길(보컬, 기타), 이루리(베이스), 정한솔(드럼)


웨이브: 얼마 전 있었던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 상을 받으셨습니다. 수상소감이 “이 영광을 저희에게 바칩니다.”였는데, 실은 그래서 다음 얘기를 기대했었거든요. 그런데 조금 착하게 마무리하시더군요. (웃음)

바이 바이 배드맨(이하 배드맨): 좀 더 건방지게 할 걸 그랬나요? (웃음) 그래도 신인상을 받은 건데 처음부터 너무 패기 있어 보일까 싶어 참았습니다. (웃음)

웨이브: 상당히 빠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2010년에 EP가 나왔고, 2011년에 정규앨범을 내셨죠. 그리고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부터 CJ 튠업, EBS 헬로루키에도 선정되어 출연하셨고요. 어느 인터뷰에서는 그런 것을 두고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셨는데, 계속 이렇게 나가면서 모종의 자신감 같은 게 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드맨: 글쎄요, 지금의 이 운이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는데, 한편 그렇게 보면 자신감이란 건 원래부터 있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사실 여기저기서 상을 많이 받았어도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찾아봐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서 그렇게 체감적으로 다가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웨이브: 요즘 바쁘지 않나요?
배드맨: 아주 많이 바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더 좋은 공연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웨이브: 멤버들이 서로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다들 분당, 수지, 죽전 등지에 살면서 서로 알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 밴드를 함께하게 된 경황을 들을 수 있을까요? 보도자료에는 실용음악과 진학을 희망했고, 그러던 와중에 같이 모이게 됐다고 하던데…….
배드맨: 네, 원래 같이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다가 다른 친구를 만나고 그러다 또 다른 친구를 만나는 식으로 모이게 되었어요. 다만 그게 우연적인 만남이긴 했지만 한편으론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정봉길이 맨 처음 함께할 멤버를 찾았어요. 우리 밴드에는 키보디스트가 있으면 좋겠다, 우리 밴드엔 여자 베이시스트가 있으면 좋겠다, 는 식으로 말이죠. (웃음) 결국 그렇게 처음에는 밴드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되어 합주하다가 여기까지 온 거죠.

웨이브: 서로 학교도 다른데, 그럼 같은 학원에서 만나게 된 건가요?
배드맨: 저희는 학원도 다 달랐어요. 실용음악학원 같은 경우는 다른 보습학원처럼 많지도 않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통해서 한 다리 건너 알게 되는 경우가 잦아요. 좋아하는 음악이 같으면, 결국 알게 되는 거죠.

웨이브: 그렇다면 서로 취향이 비슷했던 거겠네요?
배드맨: 그렇지도 않았어요. 각자 하나씩 뽑아서 공통점을 찾자고 하면 모르겠지만 실은 그냥 같이 놀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거예요. 달리 할 것도 없었고, 가볍고 빠르게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웨이브: 그럼 그렇게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클럽 공연으로 이어진 건가요?
배드맨: 처음에는 프리버드에서 그냥 합주만 했어요. 마치 스터디그룹처럼 말이죠. 그냥 저희 곡을 연주해보고 싶어서 갔던 것뿐이에요.

웨이브: 그럼 정봉길 씨는 작곡을 예전부터 해왔나요?
배드맨: (정봉길) 작곡이라 하기엔 좀 그렇고요. 노래를 이것저것 만들어보다가 제가 미디 프로그램을 쓸 줄 아는 것도 아니라서 이거 혼자서는 안 되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밴드를 꾸린 거죠.

 

웨이브: 현재 레이블(트리퍼사운드)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배드맨: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계기가 됐어요. 그곳에서 저희 공연을 본 폰부스의 보컬 광선이 형이 김은석 대표님에게 노래가 좋다고 전해줬고, 그렇게 알게 되었어요. 만약 저희가 지산 밸리에 나가지 못했다면 지금의 레이블에 들어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죠.

웨이브: 프로페셔널한 밴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 이전까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배드맨: 그 이전까진 합주만 계속하다 보니 어느 정도 준비는 된 상태였기에 그런대로 잘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무대에 서보니 확실히 합주와 무대는 다르다는 걸 실감했어요.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했고요. 그렇게 공연장에서 혼란을 많이 느꼈죠.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모든 게 달랐으니까요. 사실 저희는 처음에 큰 무대라는 매력만 보고 연주했어요. 상보다는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기에 거기에만 초점을 두었던 거죠.

웨이브: 앨범 크레딧을 보면 작곡은 정봉길 씨가, 작사는 정봉길 씨와 이루리 씨가 같이 한다고 쓰여 있네요. 보통 음악을 만드는 프로세스는 어찌 되나요?
배드맨: 사실 ‘작곡’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일 텐데, 저희는 우선 정봉길이 대략적인 ‘상’을 그려 와요. 쉽게 말하면 코드와 멜로디 정도만 가져오는 거죠. 그럼 그걸 가지고 디테일을 하나씩 붙여가며 서로 만들어가는 식이에요.

웨이브: 정규음반의 경우 작곡 순서가 조금 궁금한데요. 가령 맨 처음 만들어졌다는 타이틀곡 “노랑불빛”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배드맨: 사실 처음 만들었을 때 그 곡은 거의 쓰레기 수준이라고까지 말했던 노랜데, (웃음) 나중에 다시 들어보니 코드와 리프 정도가 괜찮더라고요. 결국 그걸 가지고 거의 일주일 만에 다시 써서 만든 거예요. 멜로디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웨이브: 그러면 음반 작업을 하면서 새로 만든 곡은 뭔가요?
배드맨: 제일 마지막에 만든 곡은 2번 트랙 “데칼코마니”예요. 녹음하기 한 달 전쯤에 나왔죠.

웨이브: “Bee”나 “Low”, “About You Now”는 EP 발매 즈음에 만든 곡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배드맨: “Bee”나 “Low”는 EP 수록곡 예정이었는데 이번에 실렸고요. “About You Now”는 예전에 썼던 것을 최근에 새로 만든 거예요. “550-2”도 새로 쓴 거고요.

웨이브: 사실 정규 앨범을 들으면서 뭔가 새롭게 정리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반부에는 일관성이 많이 보이는 반면, 전반부는 여러 가지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이랄까요?
배드맨: 앞부분에는 강한 인상을 주고 싶었고, 뒤로 갈수록 좀 더 저희만의 밴드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곡들을 넣고자 했어요. 마지막 트랙을 1번 트랙으로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청자 입장을 고려해서 가장 무난하게 트랙을 배치한 것 같아요.

웨이브: 조금 예민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웃음) 물론 정규앨범은 EP 때보단 수그러진 것 같지만 바이바이배드맨을 언급할 때 아직도 오아시스가 꼭 따라오거든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까요?
배드맨: 사실 EP를 처음 낼 즈음에는 오아시스를 정말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영향이 드러났을 수 있는데, 그 이후의 연주는 사실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거든요. 저희가 브리티시 록의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그게 똑같이 묻어나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저(정봉길)는 음악적인 멘토라고 할까? 그런 밴드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웨이브: 그런 논쟁을 보면서 떠올린 게 가사인데요. 저는 밴드가 처음에 곡을 쓸 때 영어로 곡을 쓰고 나중에 한글로 바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W.O.S”의 라이브를 처음 봤을 때는 실제로 영어 가사였고요.
배드맨: 녹음할 당시 그 점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영어보다 한국어는 좀 더 또박또박한 느낌이 더 있잖아요. 하지만 한국어를 살리는 쪽으로 점차 나가게 된 거죠. 사실 이제는 발음을 또 다른 식으로 표현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웨이브: 브리티시 록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 그것을 자기식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메시지의 전달보다는 사운드의 효과를 더 중시한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배드맨: 네, 저(정봉길)는 그런 입장이에요. 제가 매드체스터 사운드 중에서도 스톤 로지즈(Stone Roses) 같이 살짝 유치하고 동요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요소가 묻어나오지 않나 생각해요.

웨이브: 보도자료에서 맨체스터 사운드에 대한 언급을 하셨던데, 혹시 모든 멤버들이 스톤 로지즈 좋아하시나요?
배드맨: 아니에요. 모두 그런 건 아니에요. (웃음)

웨이브: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은, 후반부 곡들 중 비트가 강한 곡, 특히 마지막 곡 “5500-2”는 스톤 로지즈의 “I Am The Resurrection”의 잔상이 느껴지거든요.
배드맨: 사실 ‘영향을 받는 것’과 ‘지향하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매드체스터라든가 스톤 로지즈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도, 매체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편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그렇게 얘기하게 되고, 태클을 거시는 분들도 그런 방식을 취하게 되는 거겠죠. 하지만 저희는 딱히 그런 것들에 신경 쓰고 있지는 않아요.

웨이브: 정봉길 씨가 깁슨 기타를 쓰시고, 곽민혁 씨가 펜더를 쓰시죠?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배드맨: (정봉길) 아, 그게 실은, 저는 처음 기타를 살 때 겉모습을 보고 샀어요. (웃음)
(곽민혁) 저는 원래 블루스를 좋아했고, 그냥 그런 것 생각하지 않고 연주했어요. 그냥 저는 제 기타를 쓴 것뿐입니다. (웃음)
(이루리) 저희가 기타를 고를 만큼 여유 있는 밴드가 아니라서……. (웃음)

웨이브: 톤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는데요.
배드맨: 그런 건 특별히 없어요. 음악에 어울리는 톤을 잡아야겠다는 생각 같은 것도 없었죠. (웃음) 그냥 저흰, 듣기 싫을 정도만 되지 않도록 톤을 잡아요. 톤에 관한 관여를 거의 안 한다고 보면 되지요.

웨이브: “Bee”의 경우, 뒤쪽에서 막 지른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배드맨: 사실 저희가 기타를 막 쳤어요. (웃음) 사실 앨범 전반적으로, 기타 솔로는 전부 다 알아서 막 즉흥적으로 쓴 거예요. 사실 “Bee”는 그나마 솔로 기타를 먼저 라인을 써서 친 건데, 다른 건 다 즉흥이에요. 그래서 앨범이 나온 뒤에 그거 듣고 따서 라이브에 다시 치고 그랬어요. “Low”는 무대에 설 때마다 길이가 달라지기까지 하고요. (웃음)

웨이브: 그런 맥락에서, 모든 리듬 트랙을 원테이크로 녹음했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의미로 보면 될까요?
배드맨: 기타 솔로는 따로 녹음하고요. 기본적인 것, 가령 드럼, 베이스, 건반, 기타 등은 다 같이 가요. 더빙을 조금씩은 하지만요. 두어 개의 방으로 나눠서 녹음실에 들어가 합주하는 식으로 해요.

웨이브: 요즘 다른 몇몇 밴드들도 원테이크 녹음을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예컨대 얄개들처럼요. 혹시 그런 녹음 방식이 밴드로서 부담되는 점은 없나요?
배드맨: 저희는 오히려 그게 더 편한 거 같아요. 따로 해본 적도 없고요. 사실 원테이크가 은근히 빠르고 효율적으로 끝나요. (웃음) 앨범에 담길 때에 라이브의 느낌을 좀 더 실을 수도 있고요. 물론 연습을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죠.

웨이브: 정규앨범을 보면, 지금까지 밴드가 해온 것들의 정리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현재 공유하고 있는 점이 있나요?
배드맨: 아직 ‘합의’를 보진 않았어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앞으로는 이전까지와는 많이 다르게 갈 것 같아요. 실험적이라고까지 할 순 없겠지만, 저희 딴에는 나름대로 많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실망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고요. (웃음) 사실 1집도 특별한 의도를 갖고 만든 건 아니기에, 2집도 뭔가 뚜렷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웨이브: 제일 상투적인 질문 드릴게요. 2012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배드맨: 그냥 주욱 가는 거예요. 만족할 때까지 하는 거죠. [남자 멤버들이] 군대 가기 전에 앨범을 낼 수 있으면 내고요. 아, 그리고 록페스티벌에 나가는 정도? (웃음)

웨이브: 가늠하기 힘든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네요. (웃음)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