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또 습관처럼 네 꿈을 꾸고, 실수로 날 찾아온 걸까.’

밴드 혼즈는 22일 싱글 “일기”를 발매, 실제 일기를 쓴 것 같은 가사로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마치 1990년대의 거실에서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아트워크 속에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수수한 차림을 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누워 있지만, 이별을 암시하듯 누운 방향은 서로 반대이기도 하다. 기타/보컬(홍시은), 베이스(문설), 드럼(권순우)의 멤버 구성까지 보면 언뜻 “일기”는 세레나데와 이별곡 사이에서 기타의 스트럼이 운을 띄우고 절절한 애틋함을 그릴 것이라고, 수수한 분위기가 그 시절과 닮았을 것이라고 예상할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홍시은(기타/보컬), 문설(베이스), 권순우(드럼)

 

그러나 혼즈가 “일기”를 “1990년대 사운드와 대조적인 트렌디한 사운드가 어우러진 곡”이라고 설명하듯이,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야 만다. 5분 18초의 트랙 동안 스트럼과 전자음이 곡의 균형추를 주고받아 작은 반전을 거듭하면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변주 속에서도 짜임새를 유지하며 전반적으로 나긋나긋하게 와 닿는 소리들은 벌써 귀에 익숙해져 있다. 그 위로 어딘지 스산한 선율이 수수하지만은 않고, 무심한 듯이 내뱉는 노래는 상투적인 절절함을 피하겠다는 듯하다. 어쩌면 청자는 곡의 주제인 ‘이별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에 더해 뜻밖의 긴장감을 획득할 것이다. 수많은 대중음악의 주제이기도 하며, 살면서 한번쯤 느껴보았을 법한 이 감정이 “일기”를 통해 스산함, 나긋함, 그리움, 무심함, 아쉬움에 둘러싸인다.

물론 여기서 몇몇 레퍼런스와 경향들이 짐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특정 시기에 대한 향수와 레트로적인 감각이라든지, 무심한 듯한 스타일로 감정을 반전시키는 면이라든지, 인디 록과 일렉트로닉이 접목된 면 등 유수한 선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혼즈라는 밴드를 이러한 요소들이 배합된 결과라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여러 레퍼런스를 상상하고 유추하며 듣는 것도 즐거움일 테지만, 그것들을 일정하게 한데 섞어낸 것 역시 밴드가 해낸 일이다. 익숙한 듯, 그러나 요소와 요소를 종횡하는 매력은 곧 이들의 저력일 것이다.

혼즈는 2019년 데뷔 이후 매해 빠짐없이 경력을 갱신하며 업계와 리스너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이 어느 로컬 인디 씬을 바탕으로 활동을 시작했는지는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동시에 여러 경로를 부단히 탐색하고 시도해온 흔적들도 쌓여서 발견된다. 그 과정에서 보폭을 줄일 틈 없이 계속 유지해온 데에는 결국 밴드의 음악에 감화되고, 행적에 기여한 사람들 또한 끊이지 않고 있어 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계기를 만들어가는 밴드를 바라보는 일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 얄태 gyaltai@gmail.co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