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버스커 – 여수 밤바다 | 버스커 버스커 (2012)

 

솔직히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은 촌스럽다. 그런데 이 촌스러움이 무척 자연스럽다. 덕분에 이 촌스러움이야말로 버스커 버스커의 장점이 된다. 요컨대 이것은 멤버들이 가진 얌전한 이미지에 ‘구식의’, ‘아날로그의’, ‘다듬어지지 않고 투박한’, ‘순박하면서도 섬세한’ 등의 수식어를 덧붙인다. 그러니까 요즘 남자애들 같지 않다는 얘기다. 외모에서도 ‘날티’가 나지 않고 [슈퍼스타 K 3]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방송 후의 인터뷰 등을 보면 ‘개념’도 있어 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귀티가 나는 인상이 부드러운 발성과 멜로디와 결합하며 ‘착한 남자애들’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촌스러움은 순진함, 순수함으로 전환되고 마침내 세상의 때가 덜 묻은 소년의 포지션을 획득한다. 그 점에서 이들은 10센치와는 다른 위치를 얻는다. 브래드의 서프라이즈 결혼에 사람들이 깜짝 놀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래서 낭만이야말로 버스커 버스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노래의 내용보다는 이들이 노래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낭만적인데, 데뷔와 동시에 성공했다는 사실도 이 낭만성에 설득력을 더한다. “여수 밤바다”는 그 중에서도 특히 낭만적인 곡이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로 이어지는 가사는 아련한 향수와 쓸쓸함을 동시에 머금는다. 한마디로 ‘짠’하다. 장범준은 이 곡을 “장년층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정작 장년층보다는 젊은 친구들이 더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처음에는 기타로 시작되다가 차츰 여러 악기들이 끼어들며 소리를 부풀리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 집중되는 구조는 80년대 유행한 빅 발라드의 감성을 가져오는데, 정점에 이르러 호흡을 멈추고 여운을 남기는 것까지 다소 판에 박힌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 노래의 특히 “아아~ 허어~”로 이어지는 코러스의 멜로디와 발성은 지나치게 청승맞다. 다른 말로 감정 과잉이다.

하지만 노랫말은 어떤 경험을 건드린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문득 전화기를 만지작 거려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혼자 마음에 품어 본 ‘그 사람’이나, 이 기분을 나눌 ‘친구’를 찾아 전화번호를 뒤적이지 않은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파도 소리도 아련하고, 마침 바람도 적당히 불어오면 어떻게 마음이 싱숭생숭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옆에 시끄러운 관광객들이라도 몰려온다면 이 센티멘탈은 더욱 도드라질 수도 있으리라. 바다를 들여다볼 생각은 않고 배경으로 사진만 찍어대는 단체 여행객들과는 달리, ‘내밀한 감상’을 얻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나 홀로 여행자의 특권일텐데, 요즘 말로 ‘솔로부심 쩌는’ 상황이 자연스레 연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꼬는 게 아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자기중심적인 경험이야말로 거의 유일하게 건질만한 소중한 순간이다. 만든 이가 밝힌대로 그게 ‘모텔 불빛’ 때문이었다면 더더군다나.

다만 나는 이 노랫말이 전달하는 유사경험이 판에 박혔다는 인상을 받는다. KBS [드라마시티]나 MBC [베스트극장], 혹은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편성과는 다른 것, 그러니까 클리셰에 대한 얘기다. 그래서 이 곡에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의 정서가 궁금하다. 어쩌면 사람들은 감정에도 대본(혹은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어느 정도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맞는 리액션을 연기하는 데 익숙한 게 아닌가. 그러니까 드라마와 광고, 영화의 이미지들이 한 세대의 정서를 결정짓고 있는 건 아닌가. 요컨대 “여수 밤바다”에 흐르는 이 고독의 감각은 우리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학습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너무 멀리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기에는 클리셰의 틈바구니에서 대중성이 어떻게 구조화되고 맥락을 만드는지에 대한 단서가 있다고 본다. 이 상투적으로 쓸쓸한 러브 송이 어떻게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정도로 마무리하자. 납득하고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아마도 나는 얼마 간 더 고민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 차우진 nar75@naver.com

note. [차우진의 워드비트]는 홍대앞 소식지 [스트리트H]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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